간접 경험의 즐거움

토닥토닥 다독임으로 다가오는 책 '걱정 말아요! 그대'

새 날 2017. 10. 26.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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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병은 현대인들이라면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끔찍한(?) 질병 가운데 하나이다. 이 병은 주말이 지날 즈음이면 증세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악화일로로 치닫다가 일요일 밤이 되면서 그의 정점을 찍는다. 그나마 우리에게는 그 힘들다고 하는 월요병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던 TV 프로그램 하나가 있어 위안이 되었다. 방송인 김제동 씨가 MC를 맡아 진행하는 JTBC의 '톡투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요일 야심한 시각, 다음 날을 걱정하면서 우울해 하고 있을 다수의 시청자들을 다독이거나 웃기고, 때로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며 울리기까지 했던 김제동 씨와 출연 패널들의 다재다능한 입담은 일시적으로나마 월요병을 싹 잊게 해주는 일종의 묘약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얼마 전 해당 프로그램은 다음을 기약하며 종방을 선언하고 만다. 더욱 아쉬운 건 시즌2가 있을 것이라는 무수한 소문과는 달리 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사실이다. 



온통 자극적인 소재가 판을 치는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톡투유'는 유난히 반짝반짝 빛이 나고 투명하게 다가오던 터였다. 그런 와중에 종방이라니, 이는 너무도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다. 우연히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도서를 접하게 됐고, 이를 펼쳐놓고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완전히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책을 절대로 놓을 수가 없었다. 한달음에 다 읽고 만 것이다. 근래 보기 드문 일이었다. 저자는 JTBC 김제동의 '톡투유' 제작진이었으며, TV 토크쇼 '톡투유' 속 이야기를 엮어낸 에세이집이었다. 


1화부터 25화까지 TV를 통해 전파를 탔던 방송 내용을 크게 4장으로 분류, 이를 종이 위에 차곡차곡 활자로 차분히 옮겨놓았으며, 곳곳에는 이쁜 일러스트가 삽입되어 있어 더할 나위 없는 편안함으로 다가오던 터였다. 아울러 적절하게 배치된 여백은 우리로 하여금 이 책을 펼쳐놓는 순간, 그 자체만으로도 바쁘게 돌아가는 현실의 삶에 쉼표로 다가오게끔 한다. 



그렇다면 이 책에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현대인들이라면 일상 속에서 흔히 고민하게 되는 주제와 사연을 담고 있다. 요즘 그 어느 세대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춘과 우리 모두에 대한 이야기, 연애 등 남녀 사이의 사랑 이야기, 치열한 경쟁에 치여 사는 현대인들이 갖춰야 할 올바른 가치관 따위의 제법 심각한 주제와 마지막으로 평소 가장 가까우면서도 그렇기에 왠지 다가가기가 더욱 어렵기 만한 가족 간에 전하고 싶은 따듯한 이야기 등을 다루고 있다.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는 소중하고 뭉클한 우리네 이야기다. 그 밖에 시청자와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여러 가지 이유로 전파를 탈 수 없었던 사연까지 꼼꼼하게 살핀 뒤 활자를 통해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을 방송 제작진이 별도로 담아내었다는 점도 매력적인 대목이다.


최대한 객석에 눈높이를 맞춰 편안하게 방송을 이끌던 방송인 김제동 씨의 재능은 활자로 표현되어도 전혀 부족함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출중했다. 특정 사안과 주제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패널들의 인문사회과학적인 높은 식견, 아울러 출연 관객들의 촌철살인과도 같은 한 마디 한 마디 혹은 한 글자 한 글자는 그동안 해당 프로그램이 왜 많은 사람들을 다독이며 위안으로 다가오게 했는가를 고스란히 상기시킨다. 



해당 방송이 종영된 뒤 아쉬움을 삼키던 내겐 일상 속에서 지칠 때,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고 싶은데 적절한 대상을 찾지 못할 때, 이 도서가 둘도 없는 좋은 친구로 다가올 것 같은 느낌이다. 손에 닿기 편한 곳에 두고 문득 생각이 날 때마다 이를 읽으면서 내용을 곱씹을수록 진한 국물이 배어나올 것 같은 그러한 성격의 책이다. 


위로를 함께 나누고 싶고, 또한 누군가로부터 위안을 받고 싶은 이 시대, '톡투유'의 종방이 아쉬운 그대에게 '걱정 말아요! 그대'는 토닥토닥거리는 다독임으로 다가올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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