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요리 로봇 등장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

새 날 2017. 10. 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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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움직임으로 우리 생활 주변 곳곳에 침투, 영향력을 행사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디지털 기술과 AI의 융합은 이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며, 덕분에 단순하면서도 반복적인 일은 이제 로봇이 사람의 역할을 대체할 공산이 커졌다. 자율주행차량의 등장이 임박하면서 사람이 운전대를 잡는 일은 어느덧 과거의 유물이 되어 가듯이 말이다. 


일본 편의점 업계엔 벌써부터 무인 계산대가 들어섰고, 우리나라 패스트푸드점 역시 주문과 결제 정도는 어느덧 키오스크가 사람을 대신한다. 자판기에서 믹스 커피를 뽑아먹듯이 커피전문점에나 가야 맛볼 수 있던 고급 커피를 기계가 고객의 주문 즉시 제조, 즉석에서 이를 내놓는다. 인건비가 들어가지 않으니 커피 가격은 고품질임에도 매우 저렴한 편이다. 어차피 에스프레소 샷을 기준으로 물이나 우유와 일정 비율로 조절하는 일이 그동안 사람이 해 왔던 작업의 전부였을 테니, 오히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기계가 훨씬 정확하면서도 정밀하게 계측하여 일정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기계와 로봇은 사람이 하던 일자리를 빠르게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급기야 요리 분야에까지 이들 로봇이 진줄했다는 소식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일본 외식업계에서는 요리하는 로봇이 인기를 끌고 있단다. 볶음밥을 만드는 로봇부터, 초밥을 만드는 로봇, 심지어 꼬치를 꿰는 로봇까지 등장하는 등 그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이들 로봇이 얼마나 유능하냐면, 볶음밥 로봇의 경우 1회 요리 시간이 3분에 불과하며, 한 번에 2~3인분의 볶음밥을 뚝딱 만들어낸단다. 1시간에 최대 60인분의 볶음밥을 완성할 정도로 손의 움직임이 빠르다. 초밥 로봇은 한 시간에 4800개를 만들어내며, 꼬치 꿰는 로봇은 300~500개의 꼬치를 완성할 수 있다. 공장에서 운용되는 대형 기계를 이용할 경우 1시간에 초밥 1만 개를 찍어내기도 한단다. 참고로 닭꼬치의 경우 제아무리 숙련된 사람이라 해도 1시간에 고작 80~90개를 꿸 수 있다고 하니 로봇의 능력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 충분히 가늠케 한다.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이에 들어간 식재료와 이들의 적절한 배합일 테다. 만일 이를 사람이 하게 된다면 매번 맛이 일정할 수 없을 테고, 그러다 보면 앞서 커피의 사례에서 보듯 차라리 로봇이나 기계의 힘을 빌리는 게 보다 정확하면서도 일정한 품질의 음식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음식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매장에서는 이들 기계를 활용할 경우 인건비를 들이지 않고도 균일한 품질까지 유지하면서 음식을 대량으로 생산해낼 수 있으니 더욱 요긴할 테다. 


하지만 맛이란 게 반드시 혀끝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함정이다. 미각을 결정 짓는 요소는 혀뿐만 아니라 후각이 함께 작용, 상승작용을 일으킬 때에야 비로소 제 몫을 다한다. 이때 시각도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피처링의 역할로 그치지 않는다. 근래 비주얼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건 SNS의 발달 영향 탓도 크지만, 그만큼 보기 좋은 게 식욕을 더욱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하나 있다. 우리는 집밥을 먹을 때마다 흔히 엄마의 손맛을 이야기하곤 한다. 이는 반드시 손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서라기보다 엄마의 정성 즉, 무언가 우리의 감성을 아스라하게 하는 요소가 요리에 배어있기 때문일 테다. 각각의 맛집마다 개성이 강한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도 레시피 때문이라기보다 주인장마다 음식에 대한 철학 따위의 감성적인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결국 요리도 영화처럼 종합예술의 영역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 한 편이 완성되기 위해선 영상, 음악, 미술, 조명, 연출 등 모든 예술적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야 하듯이 요리 또한 레시피뿐 아니라 후각, 시각, 감성 등의 다양한 요소들이 합쳐져야 비로소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AI는 하루가 멀다 하고 업그레이드를 거듭하고 있다. 적어도 인간의 예술적인 영역이나 감성적인 측면만큼은 기계에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으나 근래엔 이런 데까지 침투해 들어오고 있으니 말이다. 


딥러닝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면서 진화해 가는 AI는 어느덧 인간의 고유 영역까지 넘보고 있는 와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계나 로봇에 비해 여전히 인간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부문은 엄연히 존재한다. 역설적이게도 아날로그적인 영역이 아닐까 싶다. 즉, 기계에 의해 자동으로 뽑아내는 커피보다는 무언가 사람의 손맛을 느끼게 해주며 느림의 미학이 담긴 핸드 드립으로 내린 커피로부터 더욱 참맛을 느낄 수 있게 하고, 비록 오랜 시간을 기다리더라도 정성이 듬뿍 담긴, 사람 냄새 물씬 풍겨 나오는 음식으로부터 우리가 더 큰 만족감을 얻으며 이에 끌리듯이, 결국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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