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청년 인턴 제도, 이대로 괜찮은가

새 날 2017. 10. 14.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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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등학교 등 직업계고는 한창 취업 시즌이다. 안정적인 직장은 요즘 아이들에게도 화두이다. 그러한 연유로 요즘 아이들이 대체로 공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근래 청년 실업과 관련한 공기업의 채용 특성을 꼽으라 하면 단연 청년 인턴 제도를 들 수 있다. 보통 인턴 제도라 하면 지원자가 조직에 정식으로 입사하기 전, 수습기간 동안 조직의 가치와 개인의 그것이 부합하는가를 평가하여 정식 직원으로 선발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청년 인턴 제도 역시 일반 인턴 제도와 비슷한 취지로 운영되고 있으나, 최근 치솟는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끄집어낸 특단의 정책 가운데 하나로 그 성격이 조금은 다르다. 이는 청년층 미취업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임금의 전액 또는 일부를 부담함으로써 공기업 혹은 민간기업에서의 인턴 채용 기회를 제공, 정규직으로서의 취업가능성을 도모하는 청년고용 촉진지원사업의 일환이다. 



그런데 요즘 공기업들의 채용 공고를 유심히 살펴보면 청년 인턴 제도가 '채용형'과 '체험형' 이 두 갈래로 나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채용형은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턴 제도의 운영 취지와 같기 때문이다. 문제는 체험형이다. 이는 해당 기업으로의 채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다만 직장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차후 같은 회사에 지원할 때 가점을 부여하는 정도 등의 혜택을 인턴에게 제공한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은 체험형 인턴에게는 주로 사무 행정 보조 등 허드렛일을 맡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지원하는 청년들은 채용을 전제로 하지 않음을 이미 알고 있으나, 혹시나 하는 실낱 같은 채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에 지원하곤 한다. 혹은 차후 같은 회사에 지원할 때 채용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스펙 쌓기 용도로 이를 활용하기도 한다. 아니면 워낙 취업이 어렵다 보니 일단 이를 통해 심리적 위안의 도구로 삼는 경우도 간혹 있다.


채용형, 체험형 가릴 것 없이 공기업 청년 인턴으로 채용되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채용형 인턴은 바늘구멍이다. 공기업들이 정부 시책을 충실히 따른답시고 청년 인턴 제도를 활용, 직업계고 출신 청년들을 일정 비율만큼 채용하고는 있으나 채용형 인턴 수는 극히 미미하고, 대부분 체험형 인턴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체험형은 그 이름처럼 실제로 체험으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통계 결과로도 확인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윤소하 의원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체험형 인턴을 운영하는 19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등 채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6330명 가운데 실제 고용으로 이어진 인원은 804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체험형 인턴으로 694명을 선발했으나, 이 가운데 정규직으로 채용한 인원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가뜩이나 구조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여건이거늘 기업이 청년들에게 이러한 기회나마 제공해주는 게 그래도 어디냐며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채용이 보장되지 않는 조건 속에서 인턴으로 특정 기업에 몸이 묶일 경우 잠깐 동안의 심리적 위안을 얻게 하는 일종의 피난처 역할을 가능케 할지 몰라도 정작 다른 곳으로의 취업 기회를 놓치는 등 그로 인한 기회비용이 너무도 크게 다가온다. 이는 개인은 물론 국가적인 낭비 요소이기도 하다.


청년 인턴은 비록 정규직은 아니나 통계상 취업자로 분류돼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해당 제도가 현재 안고 있는 가장 커다란 모순 가운데 하나이다. 아직 미성년이라 세상 물정조차 모르는 직업계고 출신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주기보다 이들을 청년 실업률을 낮추는 도구로 활용, 착시효과를 불러일으키게 해서는 결코 안 될 노릇이다. 


지금까지 운영돼온 체험형 청년 인턴 제도는 작금의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됐다. 고용정책의 가시적인 효과를 얻을 요량으로 청년들의 눈물을 제물 삼아선 안 된다. 해당 제도의 손질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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