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의 즐거움

사랑일까 광기일까 '희생 부활자'

새 날 2017. 10. 13. 12:18
반응형

사법고시에 합격한 사법연수원생 서진홍(김래원)을 향한 어머니 최명숙(김해숙)의 마음은 한결 같다. 짬을 이용해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과 간식거리를 그에게 전달해주려던 참이었다. 그들은 정확히 횡단보도 사이만큼 떨어진 채 서로를 향해 한 걸음씩 다가서고 있었다. 바로 그 때다. 어디선가 갑자기 괴한이 나타나 최명숙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최명숙은 영문도 모른 채 그렇게 길 위에 스러지고 만다. 


7년 뒤, 서진홍은 어엿한 검사가 되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진홍의 누나(장영남)로부터 전화 한 통화가 걸려온다. 그녀의 목소리로부터는 다급함이 묻어 나왔다. 죽은 어머니가 살아돌아왔다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었다. 급거 집으로 향한 그의 눈 앞에는 실제로 죽은 어머니가 서 있었다. 그러나 그는 당황스러워할 틈조차 없었다. 어머니가 급작스레 흉기를 들고 그에게 덤벼들었기 때문이다. 



구급대가 출동하고 이윽고 경찰, 국정원까지 총동원된다. 국정원의 분석 결과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오는 사례가 전 세계에서 수 차례 보고된 바 있으며, 복수를 위해 살아돌아온다는 의미에서 그들을 이른바 '희생부활자(RV)'라 부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진홍의 어머니 최명숙은 자신을 희생시킨 살인자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고 이를 복수하기 위해 세상에 다시 돌아온 셈이며, 복수를 끝냄과 동시에 되돌아간다는 설정이다.


그런데 진홍의 어머니가 그를 공격하려 했다는 건 결국 진홍이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까닭에 7년 전 최명숙 살해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한 경찰은 엘리트이자 해외 유학파인 수현(전혜진)을 이번 사건에 전격 투입, 진홍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반면 진홍은 7년 전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몰아 사건을 졸속으로 마무리했다며 자신이 직접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발 벗고 나선다. 단순한 살인사건에 불과했던 최명숙 사건은 당시 살해를 당한 당사자가 희생부활자가 되어 등장하므로써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데...



영화는 죽은 사람이 복수를 위해 살아돌아온다는 희생부활자를 전면에 내거는 등 초자연적인 현상을 핵심 소재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웹툰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크게 히트를 친 웹툰들 위주로 영화화되는 사례가 많았으나 이 작품은 그와 반대의 경우이다. 즉, 네이버의 인기 스릴러 웹툰인 '하이브' 김규삼 작가와 손을 잡고 우리 영화 사상 최초로 웹툰으로 런칭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영화의 소재가 독창적이며 흥미를 끌 만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극중 최명숙은 홀로 자식 둘을 키워온 억척 같은 어머니로 그려져 있다. 배추를 파는 등 노점을 운영하며 갖은 수모를 겪으면서도 자식 교육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철저했다. 하지만 진홍은 그런 어머니 앞에만 서면 왠지 쭈뼛거렸다. 억척스러운 어머니가 그에겐 자랑스럽다기보다 부끄럽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머니의 끊임없는 희생과 노고 덕분에 진홍은 결국 사법고시에 합격한다. 



오로지 자식의 성공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어머니였기에, 조금이라도 아들의 삶에 방해가 될 만한 그 어떠한 종류의 장애물도 그녀는 용서할 수 없었다. 본능인 모성애로부터 시작됐을 법한 자식을 향한 애정은 살아가는 일이 어렵고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을수록 점점 애착으로 변모돼 갔고, 심지어 광기마저 띠어가기 시작한다. 



이는 다른 가족들의 삶에도 점차 영향을 미쳐 진홍의 누나를 통해 발현돼 간다. 


사랑일까? 우리는 자식 사랑을 말할 때 흔히들 무조건적인 사랑이라 칭하곤 하지만, 과연 진홍을 향한 그녀의 행위를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소재가 참신하고 극이 진행될수록 얽힌 실타래를 하나 둘 풀어나가는 듯한 재미와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으며, 어머니의 자식을 향한 무조건적인 사랑 앞에서 무언가 숙연해지는 듯한 감정을 누릴 수 있었던 점은 매우 유익했다. 다만 배우들의 연기가 겉도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극에 몰입하는데 애를 먹어야했던 점은 많이 아쉽다. 김해숙과 성동일, 김래원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건만, 왜 이러한 결과가 빚어지게 된 것인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감독  곽경택


* 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