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집 나가면 개고생

새 날 2012. 4. 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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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질주본능은 아무도 못말립니다. 대문이 활짝 열려 있노라면 여지 없습니다.  문 밖으로 뛰쳐나간 미르를 잡느라 온 가족이 몇 차례 애를 먹곤 했습니다.  그 동안은 도망간 곳이 대부분 자신이 다니던 길목이었기에 여차저차 잡아올 수 있었지만, 작년 12월, 미르가 드디어 일을 저지릅니다. 그만 가출을 해 버린 것이죠.

 

 

미르를 보았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의지해 미르의 동선을 추적해 보았지만 허탕이었습니다.  이미 저희들이 손을 쓸 수 있는 영역을 멀찌감치 벗어난 듯했습니다.

 

밤 늦게까지 미르를 찾던 가족들은 모두 허탈해 하고....
특히나 아이들은 울기까지 하더군요 ㅠㅠ
집에 돌아와 주인 없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미르의 밥그릇과 물그릇을 보니....

 

밤 늦은 시각이었지만 혹시 몰라 대문을 활짝 열어 놓아도 보았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니 매일같이 현관문에 붙어 나오라며 떼를 쓰던 미르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몰라 정원에도 나가 보았습니다. 역시나 미르의 밥그릇과 물그릇만 그저 놓여있을 뿐, 미르는 흔적도 없었습니다.  있을 땐 잘 몰랐었네요. 미르란 녀석이 이렇게나 우리 가족들 마음 깊이 들어와 있는 줄은....

 

아이들이 힘없이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한 채 모두 등교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미르를 꼭 찾아야 하겠더군요.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혹시나 해서 분실동물 찾는 사이트란 곳은 죄다 찾아 보고 글 등록도 하였습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도 유선으로 수소문을 하신 듯합니다. 그 중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라는 곳을 안내 받고 그 곳에 연락을 해 놓으셨더군요. 이렇게 또 하루가 갑니다. 누군가 그러더군요. 이틀 이상 지나면 찾기 어려워진다고...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다음날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연락이 왔더군요. 신고하신 내용과 비슷한 놈이 잡혀 왔다고...  인터넷에서 사진과 특징을 확인해 보고 미르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바로 차를 이용해 미르를 인계해 왔습니다. 구조된 곳을 확인해 보니 저희 집에서 적어도 10킬로 이상은 떨어진 곳이더군요.

 

그런데 미르 이 놈이 무언가 달라졌습니다. 일단 힘이 없고 비실비실한 게 예전 같지 않더군요.  아마도 집 나간 이틀동안 꽤나 고생한 듯해 보입니다. 다시 예전상태로 돌아오는데는 일주일 이상의 시간이 걸렸네요.

 

역시 사람이나 개나 집 나가면 고생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죠.  미르야, 앞으론 그렇게 뛰쳐나가지 말거라. 집 나가면 개고생이다.

 

덧, 애견 잃어버리시면 당황해하지 마시고,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전화:031-867-9119)에 연락을 취해 보세요. 아울러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동물들을 발견하셨을 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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