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부정 채용은 누군가의 꿈을 짓밟는 행위이다

새 날 2017. 9. 1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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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을 하지 못한 청년들의 아우성이 갈수록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한겨레가 단독보도한 공공기관 채용 과정에서 수면 밖으로 드러난 민낯은 비단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준생들뿐 아니라 당장 취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들까지 분노를 자아내게 하기에 충분하다.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2년과 2013년 강원랜드에 선발된 신입사원 가운데 95% 이상이 청탁자와 연결되어 있었다는 내부 감사 결과가 확인됐다. 


이에 따르면 합격자 518명 가운데 무려 493명에 이르는 신입사원이 이른바 학연 지연 등 뒷배로 입직했다고 한다. 입이 절로 벌어질 만큼 놀라운 결과다. 강원랜드는 석탄 산업이 사양화됨에 따라 폐광지역의 경제를 회생시키고 관광 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공공기관이다. 


일반적으로 공공 영역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는 상당하다. 채용 분야는 더더욱 그렇다. 단지 공공 부문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많은 이들로 하여금 공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고용 불안이 모든 계층의 턱밑까지 엄습해 오는 위기 상황에서 직업의 안정성이 뛰어나다는 장점은 상당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수많은 공시족들(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오늘도 늦은 시각까지 불을 밝힌 채 수험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건 이러한 직업의 안정성뿐 아니라 사기업에 비해 채용 절차가 상대적으로 공정할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감 때문일 테다.


평소 주변에서 신입이 됐든 아니면 경력이 됐든 상관없이 채용 과정에서 공정하지 못했다는 사례를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 소수의 인원을 채용하거나 작은 규모의 기업일수록 그러한 경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이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데다가, 대부분 '카더라'식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은 까닭에 객관성을 담보하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많은 이들이 비슷한 상황을 토로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흔하면서 가슴 아픈 사례는 이른바 이미 채용이 결정된 내정자의 들러리를 서는 경우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서류상 흔적을 남겨놓기 위한 요량으로 정식 채용 공고 절차를 거치겠지만, 내정자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는 일반 취준생들은 취업이라는 부푼 꿈을 안은 채 정성껏 해당 회사에 입사 원서를 내고 면접에 임하게 된다. 이러한 요식적인 절차는 결과적으로 강원랜드의 사례처럼 취준생들의 꿈을 짓밟는 악질에 해당한다.



이러한 사례가 반복되다 보면 아무리 멘탈이 남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공정하지 못한 현실의 높다란 벽과 맞닥뜨림과 동시에 꿈을 향한 날개가 꺾이게 되고 이내 좌절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무수한 청년들이 지금 이 시각에도 취업의 관문 앞에서 비슷한 사례로 좌절을 겪고 있는 건 개인은 물론 사회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안타깝기 짝이없다. 


많은 수의 취준생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의 문을 두드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다름아닌 이쪽 분야에서의 채용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더 객관적이고 공정성이 확보된 방식이라 여기고, 자신들의 꿈이 짓밟히는 확률을 배제시키기 위함이다. 하지만 모두의 상상을 초월하는 강원랜드의 놀라운 사례는 가뜩이나 높다란 취업절벽 앞에 가로막힌 채 어려운 현실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작금의 청년들뿐 아니라 모든 취준생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관련 기사의 말미에 적힌 네티즌들의 댓글과 커뮤니티에 올라온 댓글들은 한결 같다. 이러한 부정 채용 사례가 비단 강원랜드뿐이겠느냐는 반응 일색이다.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부문에 대한 신뢰가 남다른 까닭에 그쪽으로의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번 사례를 통한 실망감 또한 배가되고 있는 셈이다. 


누군가의 꿈을 짓밟는 이러한 결과는 그동안 우리 사회를 좀먹어온 대표적인 적폐 가운데 하나다. 공공부문의 신뢰를 심각하게 갉아먹고 있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는 제아무리 블라인드 채용을 늘리는 등 차별을 없애고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부여하고자 하는 좋은 시도조차 무용지물로 만들 공산이 크다. 젊은이들이 올바른 꿈을 꾸게 하고 또한 이를 마음껏 펼칠 수 있게 만드는 올곧은 토대를 마련해주기 위해서라도 강원랜드와 같은 사례가 이 땅에서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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