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무엇이 이들을 무릎 꿇게 했나

새 날 2017. 9. 9.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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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포털 사이트 뉴스 섹션의 사회 영역에 올라온 이미지 한 장은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누군가의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들이 무릎을 꿇은 채 무언가를 간절히 호소하고 있는 듯한 모습 탓이다. 관련 기사 내용을 거들떠 보았다. 다름아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학교 설립과 관련하여 서울시 강서구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지는 바람에 장애 아동 학부모들이 제발 학교를 짓게 도와달라며 이웃에게 호소하고 있는 씁쓸한 장면이었다. 


ⓒ웰페어뉴스


이 대목에서 포스팅을 읽는 분들께 대략 두 가지 정도의 질문을 던져보려고 한다. 물론 답은 명약관화하기에 굳이 이를 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무방하다. 장애 아동을 둔 부모는 죄인인가 아닌가? 죄인이 아니라면 이들은 왜 무릎을 꿇은 채 학교 설립을 호소해야만 하나. 장애 아동을 수용하는 시설인 특수학교는 혐오시설인가 아닌가? 혐오시설이 아니라면 이들은 왜 지역 주민들에게 이의 설립을 호소하기 위해 무릎을 꿇어야만 하나.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서구의 특수교육 대상자는 645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을 수용 가능한 특수학교는 정원이 100명에 불과한 한 곳뿐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 가운데 82명인 12.7%만 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는 자신의 지역구를 벗어나 다른 지역의 특수학교로 원거리 통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일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에서 ‘강서지역 공립 특수학교 신설 2차 주민 토론회’가 개최됐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는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재확인하는 시간이었을 뿐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장애인이란 이유로 아이들을 나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한 장애 아동 학부모의 울분은 자신들도 반대할 권리가 있다며 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측의 주민에 의해 조용히 묻히고 만다. 


물론 장애 아동 대상의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의 모습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잊을 만하면 반복돼온 지역 이기주의의 한 단면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장애 아동 수용 시설을 마치 화장장이나 쓰레기 처리장 등과 같은 혐오시설과 동급으로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여간 씁쓸하고 불편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죄인도 아닌 이들 장애 아동의 부모를 무릎 꿇게 만들었을까? 


아이로 하여금 장애를 짊어지게 한 죄책감은 이들의 부모로서 평생 짊어지고 살아가야 할 숙명일지도 모른다. 장애를 향한 주변의 편견적 시각은 이들을 공공연하게 죄인으로 몰아가기 일쑤이다. 이런 가운데 특수학교가 들어설 경우 주변 지역의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고 굳건히 믿고 있는 이웃에 대해 미안한 감정을 갖게 되는 건 인지상정 아닐까? 


장애 아동을 수용하는 특수학교 설립이 주변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건 적어도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공공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작금의 지역 이기주의 또한 이에 뿌리를 둔다. 그러나 이는 근거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장애를 향한 또 다른 편견에 불과하다. 특수학교 설립이 주변 집값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거의 없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부산대학교 교육발전연구소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특수학교 설립의 발전적인 방향 모색을 위한 정책연구'를 실시한 결과 특수학교 설립이 인근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가 올바로 작동을 하지 않는 현실도 이러한 결과에 한 몫 단단히 거든다. 정치란 모름지기 사람들 사이의 의견 차이나 이해 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소속의 해당 지역 국회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특수학교 설립이 예고된 가양동 공진초등학교 용지에 국립한방의료원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하므로써 이해 관계를 둘러싼 다툼을 해결하기는커녕 외려 갈등만 더욱 부풀려왔다. 


결국 이들 부모가 무릎을 꿇고 간곡히 호소할 수밖에 없었던 장면은, 장애를 향한 사회의 차갑고도 삐딱한 편견적 시선, 그로부터 비롯됐음직한 장애 아동 부모들을 평생 짓눌러온 죄책감, 아울러 장애시설을 둘러싼 지역 이기주의, 그리고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갈등을 해결하기보다는 이권과 인기 영합에 매몰된 채 오히려 이를 더욱 부풀려온 정치가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낸 볼썽사나운 산물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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