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택시운전사'의 흥행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

새 날 2017. 8. 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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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재미와 뭉클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영화 '택시운전사'가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전날인 9일 하루 동안에만 40만 4896명을 동원,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였으며, 누적 관객수는 581만 3023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600만 관객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자, 천만 관객을 향해 순항 중임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는 천만을 넘어 최다 관객수마저 화끈하게 갈아치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러한 영화의 흥행 돌풍이 여간 못마땅한 게 아닌 모양이다. 영화 속에서 무고한 광주 시민들을 잔인한 방식으로 무력 진압했던 가해 세력의 두목 격인 전두환의 측근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에 등장하여 5.18을 여전히 폭동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는 해당 프로그램에서 "아무런 법적 정당성이 없는 시민이 무장하고 무기고를 습격해 간첩들이 수용돼 있는 교도소를 집요하게 습격했다. 군수공장을 습격하고 장갑차나 사병들의 무기를 빼앗아 그걸로 무기고를 습격하는 행동을 폭동이 아니면 뭐라고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아울러 그는 “그 당시 계엄군들이 공격을 받으니까, 차량이나 장갑차, 버스로 막 돌진해서 쉬고 있는 계엄군들을 덮쳤기 때문에 그중에서 놀라 실제로 거기서 군인들이 몇 명이 희생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그 앉아서 쉬다가 벌떡 일어나서 자위 차원에서 사격한 거지. 난 영화는 안 봤지만 보면 군인들이 쭉 도열해가지고 앉아 쏴 자세로 일제사격을 했다고 하는데 그거는 없어요. 그런 일은 전혀 없었고 그거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나왔고 재판 과정에서도 그런 건 없다는 게 이미 다 확인이 됐습니다”라고 강조했다.


뿐만 아니다. 그는 최근 5.18 기념재단이 낸 '전두환 회고록'의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사실에 대해 비난하고 나섰다.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을 금서로 하는 건 봉건시대나 공산 독재 때나 있을 법하다며 이의 신청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전두환을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집권 음모를 규탄하고 민주주의의 실현을 요구하며 전개한 민중항쟁이자 결코 지워지거나 잊혀져서는 안 될 명명백백한 비극적인 현대사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비극을 주도하고 초래한 인물은 안타깝게도 죗값을 온전히 치르지도 않은 데다가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거나 용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조차 없다. 오히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궤변을 늘어놓으며 국민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곤 해왔다. 친일파의 단죄가 이뤄지지 않아 오늘날까지 이들이 득세하고 있듯, 5.18의 가해자를 향한 역사적 단죄가 올곧게 단행되지 못한 결과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우리 자신에게 날아들고 있는 셈이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비난하고 나선 것 또한 그의 연장선 가운데 하나다. 물론 이들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조차 없다. 그들이 뭐라고 떠들든 그와는 관계없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기록물은 일찌감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바다. 보다 정확히는 지난 2011년 5월의 일이다.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의 보급 및 교류를 통하여 국가 간의 협력증진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연합전문기구이며, 인류가 보존 보호해야할 문화, 자연유산을 세계유산으로 지정하여 보호하는 일을 하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건 해당 운동이 한국의 민주화는 물론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민주화운동에 커다란 기여를 하였으며, 영향을 주었던 바, 민주화 과정에서 실시한 진상 규명과 피해자 보상 사례 등이 여러 나라에 좋은 선례가 되었다는 점 등이 높게 평가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택시운전사'의 상영과 관련하여 전두환 등 이의 직간접적인 이해 당사자뿐 아니라 극우세력인 '박사모' 또한 '가짜 빨갱이 영화'라며 태클에 나선 것처럼 유네스코 심사 당시에도 일부 극우 세력들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벌어진 학살을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세계기록유산 등재 반대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치열한 방해 공작이 있었던 바다.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 컷


불법적으로 집권을 획책하고 무력으로 시민들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심지어 고귀한 생명마저 앗아간 세력이 자위를 위해 시민들이 직접 저항에 나선 행위를 두고 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말하는 건 얼토당토 않은 주장이다. 전 세계가 한국의 대표 민주화운동인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주목하고 있고, 인류가 마땅히 보존해야 할 매우 가치있는 자산으로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광주민주화운동은 쿠데타를 일으켜 불법으로 권력을 찬탈한 불의한 세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 한 민중들의 저항 운동이자 항쟁이지 결코 폭동이 아니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한다. 


택시운전사 '만섭'과 푸른 눈의 외국인 기자 '피터'의 눈으로 보고 듣고, 몸으로 몸소 겪게 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를 객관적이면서 담담하게 그려낸 영화 '택시운전사'는 당시 광주 시민들이 왜 계엄군에 저항할 수밖에 없었으며, 시민군을 조직하여 자위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매우 슬프면서도 가슴 먹먹한 영상으로 묘사하고 있다. 부디 천만 관객 돌파는 물론이거니와 내친김에 역대 최다 관객수마저 모두 갈아치우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그리하여 전두환과 그 추종세력들이 저지른 만행을 보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똑똑히 기억하게 하고, 더 이상의 궤변이 불가능하도록 이참에 입막음을 확실히 해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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