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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백재현 국회 윤리특별위원장은 금배지를 내려놓자는 제안을 했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자는 의미다. 모두가 환영했다. 하지만 20대 총선 당시 여야 3당이 주장한 특권 내려놓기 공약의 상당수는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불체포 특권과 면책특권은 개원 1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논의 중인 사안이다. 국회의원 특권의 상징인 ‘금배지’를 내려놓자는 제안 역시 흐지부지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를 패용하고 있는 의원들의 수가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던 걸까? 금배지란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가치를 지녔기에 의원들이 이토록 이에 연연하고 있는 걸까? 사실 금배지 자체의 값어치는 별 볼일 없다. 금 도금 가격 3만5천 원에 불과하다. 물론 의원들이 이 때문에 금배지에 연연하는 건 결코 아닐 테다. 금배지 자체라기보다는 그것이 갖는 권력과 특권의 상징성에 더욱 매료돼 있기 때문이다. 이를 내려놓지 못하겠다는 건 결국 자신들에게 부여된 특권 또한 놓지 않겠노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때의 배지는 일종의 권력과 특권의 상징이다. 비단 의원들의 금배지가 아니더라도 배지는 다양한 쓰임새와 목적으로 패용되곤 한다. 지금은 모르겠으나 예전에는 등산 모자나 등산 조끼에 유명산 및 관광지의 배지를 다는 게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니까 '나는 이런 멋진 곳도 다녀온 적이 있다'는 일종의 자기만족과 동시에 과시를 위한 한 방편이었다. 회사 엠블럼이 그려진 배지를 패용하여 소속감과 자부심을 고취시키던 때도 있었다. 물론 이는 20세기 아날로그 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현상이다. 


ⓒ한국일보


근래엔 사회적 메시지를 담거나 연대감을 표시하는 형태의 배지가 유행이다. 세월호 노란리본 형태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예전에 비해 매우 다양한 목적과 형태로 진화 중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실적 제약 때문에 당장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것들을 배지로 표현하거나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자조적인 표현을 담은 형태들이 유행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퇴사'라는 글자가 새겨진 배지를 소유함으로써 지금이라도 당장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어쩔 수 없이 다녀야 하는 서글픈 현실에 대해 대리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근래 '헬조선'이라는 자조적 표현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끈다. 물론 모든 유행이 그렇듯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일정 수준 아래로 잠잠해지곤 하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해당 신조어가 여전히 자주 회자되면서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막막하기 그지없는 현실 앞에서 역설적이게도 스스로를 비웃으면서 답답한 마음을 위로 받는 청년들이다. 꽉 막힌 현실 앞에서 늘 좌절을 겪으면서도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젊은이들이 이러한 배지를 통해 암울한 현실에 대해 스스로를 보듬으며 위안받고 있는 셈이다. 



지난 6월 청년 실업률은 10.5%였다. 6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암울하기 짝이없는 현실이다. 아무리 노력해 보아도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좌절을 겪는 청년들이 늘다 보니 차라리 취업을 포기하고 그냥 노는 청년들이 급증했다는 통계청의 최근 조사 결과는 암울한 청년들의 현실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청년 백수 가운데 여가활동으로 시간을 보내는 청년층이 지난해보다 무려 28%나 급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한국일보


현실이 이러하다 보니 배지라는 매개물을 활용하여 현실의 무력감을 상쇄시키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캐릭터 등이 담긴 배지를 사 모으며 대리만족감을 느끼는 방식이다. 딱히 절실하게 필요한 건 아니지만, 평소 먹고 싶었던 음식이나 갖고 싶었던 캐릭터의 배지를 구입하므로써 나름의 사치(?)를 부려보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편으로 활용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때의 배지는 일종의 이쁜 쓰레기이자 대리만족을 누리는 도구로의 쓰임새다. 특별히 활용할 방도는 없으나 이를 구입함으로써 대리만족감을 얻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근래 유행하는 신조어인 '시발비용'과 '탕진잼'의 용도로써 배지 만한 물건도 참 드물다.


배지는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일종의 자화상이다. 누군가에게는 권력과 특권의 상징이기에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도구로 쓰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막막한 현실 앞에서 대리만족을 얻게 해주는 둘도 없는 좋은 친구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거나 연대감을 표시하는 용도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이들에게는 '시발비용'과 '탕진잼'으로 활용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해주기도 한다. 때문에 다양한 사회 현상을 있는 그대로, 혹은 역설적으로 투영시키고 있는 배지는 그 자체로 우리의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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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chamstory.tistory.com BlogIcon 참교육 2017.07.21 04:50 신고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평등의 가치를 무시하고 주권자 위에 군림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언주를 비롯한 자한당의원은 인간간관은 계급사회에나 있었던 가치관입니다. 민주주의 국가가의 인감관도 아닙니다.

  2. Favicon of https://xuronghao.tistory.com BlogIcon 공수래공수거 2017.07.21 08:17 신고

    에전 직장 생활할땐 회사 뱃지를 자랑스럽게 하고
    다닌적도 있었는데...ㅎ
    자기 만족,자기 과시,의사 표시 다 좋은데 그 배지로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학생때 차별된 뱃지를 달고 우쭐했던 기억이 있어
    부끄러워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