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당신의 애견인들 별반 다르지 않아요

새 날 2017. 7. 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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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인과 비반려동물인 간에 불거진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반려동물인구가 천만 명에 이를 만큼 관련 시장의 규모는 빠르게 성장, 양적으로 급팽창하고 있으나, 사람들의 의식과 인식만큼은 그것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등 질적으로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평소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일부 애견인들이 거리를 활보하면서 비애견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는데, 최근 목줄 없는 개가 사람을 무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그동안 켜켜이 쌓여 있던 이러한 불만들이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는 양상이다. 


심지어 반려동물 관련 시설물이 들어서는 일조차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다가, 반려동물의 출입을 원천적으로 막는 '노펫존' 구역 역시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서초구 구민체육센터 옆 공터에 설치한 반려견 놀이터가 개장도 하지 못한 채 철거되는 비운을 맞이했단다. 주변에 어르신과 아이들이 많은 탓에 목줄을 하지 않은 반려견에 물리는 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웃 주민들의 적극적인 반대 의사 표명 때문이다. 


가뜩이나 사람이 개에 물려 다치는 사례가 빈번한 데다가 자신이 키우던 애견에 물려 사망하는 사건마저 발생하는 바람에 세상은 온통 뒤숭숭하다. 이쯤되면 애견 공포증이 횡행할 법도 하다. 덕분에 반려동물 관련 시설물은 공존을 위한 시설이 아닌, 화장터나 쓰레기 소각장 등과 같은 일종의 혐오시설과 동급의 시설물로 취급 받게 됐다. 공포의 대상인 애견, 그리고 민폐족인 애견인 모두가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주체로 전락한 셈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반려동물인, 아니 정확히는 애견인을 성토하는 류의 글이 자주 올라오는 편이다. 대체로 애견인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압도적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기에 어쩌면 갈등이라는 현상은 이해 당사자 간에 서로 피해갈 수 없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때문에 애견인과 비애견인 사이의 갈등 또한 언제든, 그리고 어디서든 불거질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근래 이러한 갈등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점은 다소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는 우리의 생활을 조금 더 편리하게 하고 즐겁게 해주고 있듯이 애견인과 비애견인 역시 상대방을 서로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와 행동은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처지와 입장이 각기 다른 만큼, 특히 애견인이 비애견인에게 일방적으로 불편을 끼치게 하는 만큼, 배려의 경중은 아무래도 애견인 쪽으로 더 기울 수밖에 없다. 통상 애견인은 가해자, 비애견인은 피해자의 입장에 서게 될 공산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애견인들의 행동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 일쑤다. 이러한 현상이 우려스러운 이유는 몰지각한 몇몇 사람들 때문에 자칫 반려동물인 전체가 민폐족으로 규정되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개의 덩치가 크든 작든 누군가에게는 위협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사안이기에 산책 시 목줄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늘어나는 애견인의 숫자만큼 목줄을 채우지 않고 산책하는 애견인의 숫자가 근래 부쩍 늘었다. 비애견인들이 이를 반겨할 리 만무하다. 



혹여 목줄을 채웠더라도 지나치게 줄을 길게 늘인 까닭에 보행 중인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히 목줄을 채웠다고 하여 애견인으로서의 의무를 다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애견과 함께 산책할 경우 주변 사람들의 보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늘 신경을 기울여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한 애견인의 에티켓이다. 


산책 시 배변 봉투 또한 필수다. 하지만 '우리 개는 달라요' 하면서 여전히 맨손으로 다니는 애견인들이 부지기수다. 자기만 아는, 지극히 이기적인 반려동물인들 때문에 모든 반려동물인이 동급의 취급을 받게 되고, 나아가 사람과 반려동물 간의 공존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애견인은 한 생물을 거둔 까닭에 이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면서 더불어 살아가야 할 의무가 있다. 아울러 이종 생물 간의 공존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비애견인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될 의무 또한 존재한다. 


목줄 착용 등은 법적으로 규제된 사안으로 이를 어길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비단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서는 서로가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모두가 편해질 수 있다. 이렇듯 법으로 강하게 규정해 놓은 이유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행복해지기 위함이다. 각 주체가 그들에게 주어진 의무를 다하지 않을 때 지금과 같은 갈등은 흔히 불거진다. 비애견인이나 애견인 모두에게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이다. 특히 애견인의 경우 불편을 초래하고 자칫 피해를 입하는 당사자가 될 공산이 크기에 그들의 관심과 노력은 더욱 절실하다. 


'우리 개는 달라요, 물지 않아요' 


이런 말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 당신의 애견 또한 어쩔 수 없는 '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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