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사회적 지위와 부로 범죄를 덮을 수는 없다

새 날 2017. 6. 2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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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살 초등학생 여아를 유괴하여 살해한 10대 범죄자들을 둘러싼 이야기가 연일 화제다. 워낙 엽기적인 사건인 데다가 모 공중파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에서 이를 다룬 뒤로 세인들의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양상이다. 재판이 진행되면서 새로운 사실들도 속속 밝혀지고 있다. 애초 살인을 방조했던 것으로 알려진 공범은 최근 재판에서 주범이 "공범이 사람을 죽이라고 지시했다"는 새로운 진술을 함에 따라 검찰이 공범에게 살인교사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살인교사죄가 적용될 경우 형법 31조에 따라 공범 역시 주범과 같은 형량을 적용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최근 주범과 공범 사이에 급조되어 감도는 모종의 긴장감은 서로의 형량을 낮추기 위한 치밀한 전략적 움직임에 의한 결과물로 읽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 이후 진행되는 과정들을 지켜보면서 인면수심을 한 가해자들의 끔찍한 행위를 곱씹어보면 너무도 경악스러워 열린 입이 차마 다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나를 더욱 분노케 하는 건 따로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벌인 행위에 대해 끝까지 반성하지 않는 눈치이다. 부모들 또한 자식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되레 조금이라도 형을 덜어보기 위한 요량으로 대형 로펌의 유명 변호인들을 대거 영입, 철저하게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주범과 공범은 연령이 만 18세 미만에 해당하기에 소년법이 적용될 테고, 이는 결국 미성년인 이들의 행위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한 부모에게 최종 책임을 묻게 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런데 그동안 이들 부모가 세간에 보여온 행동은 최소한의 도덕이나 양심마저도 철저하게 짓밟아온 느낌으로 다가오는 터라 몹시 씁쓸하다. 



자식의 행위로 인해 아직 채 꽃도 피우지 못한 남의 귀한 자식의 목숨을 끔찍한 방식으로 앗아갔고, 해당 가정을 송두리째 파탄시킨 데다가, 사회 전체에 커다란 충격파를 던짐과 동시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며, 그들이 벌인 참혹한 행위에 대해 온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정상적인 부모의 역할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들은 그와는 반대로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와 부를 이용, 유명 변호사를 대거 영입, 어떡하면 자녀들의 형량을 줄일 수 있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에만 골몰하고 고민했었던 듯싶다. 주범과 같은 구치소에 수감되어 한동안 함께 지냈던 것으로 알려진 사람의 전언에 따르면 주범은 피해자 가족에 대해 미안한 감정이 전혀 없었고, 정신병력을 인정받게 될 경우 형량이 대폭 줄어든다는 변호인의 설명에 콧노래를 흥얼거릴 정도의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주범과 공범이 서로 최소한의 처벌을 받기 위해 노력한 흔적은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된다. 주범의 변호인은 주범의 범죄 사실을 모두 인정하되 아스퍼거 장애 등의 정신병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근엔 이 모든 행위들이 공범이 시켜서 한 일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공범의 변호인은 주범 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는 입장이다. 마찬가지로 공소 사실의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공범은 당시 상황을 실제가 아닌 주범의 거짓말인 줄 알고 있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형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로 교묘히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로 받아들여진다. 자신들이 저지른 죄를 깊이 뉘우치고, 죗값을 온전히 치름과 동시에 피해자 가족에게 용서를 싹싹 빌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그들은 외려 처벌을 피하기 위한 요량으로 법정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어처구니없는 작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지위와 부를 이용하여 범죄를 덮으려는 시도가 용납되는 사회라면, 그 곳에선 더 이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으며 살아간다는 것이 참 부질없는 짓이 되고 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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