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색깔론과 네거티브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새 날 2017. 4. 22.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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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이른바 '장미 대선'이라 불리는 이번 대통령선거가 불과 10여 일 앞으로 훌쩍 다가오면서 후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세대 간, 진영 간, 그리고 지역 간 세 대결이라는 선거 구도의 기본 틀은 예전과 비교하여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범법 행위에 이은 파면이라는 악재와 동시에 이른바 보수로 지칭되는 세력이 그로부터 탈출을 꿈꾸며 각자 살 길을 모색하기 위해 분열되는 등 영향력이 크게 약화되었다는 사실만큼은 특이점이라 할 만하다. 


아울러 한때 진보인 양 그들과 한솥밥을 먹으면서 진보놀음을 일삼아오던 한 후보는 보수 세력의 몰락을 자신의 입신양명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으려는 듯 그들의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 그동안 깊숙이 감춰왔던 자신의 본질을 과감히 드러냈다. 덕분에 '새정치'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왔던 특유의 모호한 정체성이 이번 선거 과정을 통해 그 실체가 여실히 드러났다. 


ⓒ뉴스1


국민들 입장에서는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비록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하나 지금이라도 그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또렷이 밝혀졌으니 말이다. 그의 양쪽 진영을 오가는 고군분투 덕분에 10%도 채 되지 않던 지지율이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상승, 한때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할 노릇이다. 


그러나 자칭 보수세력이 어떤 사람들인가. 이대로 주저앉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드디어 그들의 전매특허이자 전가의 보도인 색깔론을 끄집어냈다. 물론 익히 예상됐던 바다. 그동안 주요 길목마다 북풍몰이와 색깔 프레임을 통해 톡톡히 재미를 봐왔던 그들이거늘, 특히 세가 불리한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이번 선거에서 이를 활용하지 않을 리 없다.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 매체보다 뛰어난 TV 토론을 적극 활용, 이른바 '주적 논쟁'이라는 불씨를 놓아 질질 끌려가던 대선 판도에 새로운 프레임을 씌우는 데 성공한다. 언론들은 열심히 화력 지원에 나섰으며, 여세를 몰아 송민순 회고록까지 그에 덧대는 모양새다. 


지극히 사적인 정치적 이득을 위해 또 다시 판을 흔들며 작금의 대선 정국을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려 시도하는 그들이다.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제발 이런 구태가 사라졌으면 하고 바랐지만, 누가 적폐 세력 아니랄까 봐 과거의 악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양새다. 우습게도 저들이 왜 적폐 세력인가를 스스로 입증하고 나선 꼴이다. 



공식 선거운동과 동시에 모 후보의 선거 벽보가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온라인 광고에도 꽤나 공을 들인 듯싶다. 인물 등장 없이 텍스트만으로 감성을 전달하던 TV 광고는 일종의 파격이라 칭할 만하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이러한 혁신과 참신성이 대중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정치 행보는 광고 매체를 통해 선보인 참신성과는 그야말로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후보를 향한 네거티브는 그 가운데서도 으뜸 중 으뜸이다. 눈을 뜨자마자부터 시작되는 네거티브는 잠자리에 드는 그 시점까지 좀처럼 끝날 줄을 모른다. 


이보다 우리를 더욱 실망시키고 있는 건 그에 대한 본격 검증이 시작되면서부터다. 성공한 CEO라며 교과서에까지 버젓이 실렸던 그의 신화는 결국 허울이었다. 대통령이 되겠노라며 정치에 입문한 뒤 본격 검증과 동시에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보수층을 겨냥하여 내놓은 무리한 공약과 과거의 이미지와는 달리 결코 깨끗하지 않은 정치인으로서의 그의 현실적인 모습은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한때 1위 후보와 엎치락뒤치락하며 현재의 대선 정국을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몰고가던 그의 뒷심은 이렇듯 만천하에 드러난 어이없는 정체성에 의해 점차 빛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늘 이념갈등이라는 후유증을 달고 살아야 하는 우리이기에 진영 논리에 매몰되지 않겠노라는 건 매우 훌륭한 발상이다. 하지만 작정하고 표를 노린 듯 이념적으로 결코 양립할 수 없는 사안마저도 이쪽 저쪽을 힐끔거리며 표를 구걸하고 있는 듯한 그의 행위는 국가와 국민을 위한 사명감 때문이 아닌, 오로지 대통령직을 따내는 일 그 자체가 주 목적이자 수단으로만 받아들여질 뿐이다. '국민이 승리한다'는 선거 캐치프레이즈의 진정성이 심히 의심되는 순간이다.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적어도 우리 정치판의 악습인 네거티브와 색깔론을 절대로 보지 않았으면 했으나 대통령병에 걸린 어떤 인물이 사생결단으로 달려들고 있는 데다가 아울러 권력의 단맛에 취한 일부 후보와 세력들 덕분에 또 다시 구태를 반복하고 있는 모습이다.


ⓒ노컷뉴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언제나 현명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장담한다. 그동안 적절하고 필요한 순간마다 한 표라는 그 무서운 권리 행사를 통해 견제와 균형을 절묘하게 맞춰온 우리 국민들이다. 과거의 악습인 네거티브와 색깔론이 여전히 선거 전략에 있어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세력은 이번 대선에서만큼은 철퇴를 맞고 우리 정치판에서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좋은 지도자를 뽑는 일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번 대선에서는 그러한 세력들을 깨끗하게 선별해내는 장이 되어야 한다. 즉, 적폐를 청산하는 일이 급선무다.


어떤 인물과 세력이 진정한 국가 지도자로서의 자격이 있는가는 보다 명확해졌다. 대통령병과 권력의 단맛에 취한 인물이 대한민국의 지도자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아울러 네거티브와 색깔론을 통해 또 다시 정치판을 혼탁하게 하고, 국민들을 이간질시켜 과거로의 회귀를 시도하며 국가 전체를 이념 논쟁이라는 혼돈 속으로 몰아넣으려는 인물과 세력 또한 이번 대선에서는 철저하게 걸러내야 한다. 


현명한 우리 국민은 결국 답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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