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게 배웅 따윈 없어

자기소개서 작성이 어렵다고요?

새 날 2017. 4. 18.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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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력서를 비롯한 자기소개서 등의 서류는 채용 과정에 있어 첫 관문입니다. 직접적인 대면 없이 오로지 서류만으로 지원자 자신을 알려야 하는 절차이기에 만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며, 그 과정 또한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 여전히 취약한 우리에겐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일이란 여간 난감한 게 아닙니다. 특히 글쓰기가 힘들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어려운 일로 다가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곤혹스럽기 짝이없습니다. 


기업이 자신들과 함께 근무하기에 적합한 사람을 추려내는 데 자기소개서가 활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줄로 압니다. 아울러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종의 홍보 브로셔 같은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대개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냐고요? 예를 들어볼까요?


아이들에게 방정식이 뭐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미지수x가 들어간 식이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물론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확한 답변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알고 있는 경우 등호(=)가 빠진 채 미지수x가 들어간 식도 흔히 방정식이라고 말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방정식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등식'입니다. 물론 모든 등식이 방정식은 아닙니다. 미지수의 값에 따라 해당 등식이 참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일단 등식이란 개념이 머릿속에 머물고 있다면 기본기는 갖춘 셈입니다.


ⓒ한국일보


방금 방정식을 사례로 들어봤는데요. 방정식을 한 마디로 '등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렇듯 정의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자기소개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를 한 마디로 정의 내릴 수만 있다면, 자기소개서를 어떤 방식과 형태로 접근해야 하는지 이미 기본기는 갖추게 되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란 무엇일까요? 지원자의 시각으로 보자면 홍보 브로셔입니다만, 사실은 채용하는 측, 즉 기업체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보다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자기소개서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직무 적합성'입니다. 아주 단촐하지요? 그렇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지원자 개인이 그동안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따위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이 사람이 과연 그들이 채용하려는 직무 영역에 얼마나 잘 매치되는가를 판단하는 잣대로 활용하게 됩니다. 이렇게 정의를 내리니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어떤 작업부터 선행해야 할지 당장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직무 적합성을 알리기 위해선 자신이 지원하는 직무에 대한 분석 작업부터 선행되어야 합니다.


가령 은행에 지원한다고 가정해볼까요? 우선 은행원이 하는 일부터 살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창구에 앉아 고객을 응대하는 일이 가장 먼저 떠오를 테고요. 가끔은 어깨띠를 두르고 캠페인 등의 홍보활동도 하게 됩니다. 은행이 개발한 상품을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판매도 해야겠지요. 근래엔 어플리케이션의 활용도 권장해야 하더군요. 때로는 점포 부근 상가와 회사를 돌며 은행을 알리는 등의 영업 활동도 전개해야 합니다. 부근에 시장이 있다면 어떨까요? 아마 모르긴 몰라도 시장을 돌며 상인들로부터 예금을 받고 세금도 받아주는 등의 파출 활동을 하게 될 겁니다. 점포 문을 닫은 뒤에는 본격적인 마감 업무를 해야 할 테지요.


그렇다면 이러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자질이나 역량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돈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신뢰가 가장 중요할 테고요. 책임감도 요구됩니다. 정확한 수리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겠지요.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의사소통능력과 이해능력 그리고 서비스 마인드도 반드시 갖춰야 합니다. 늘 웃는 얼굴 표정을 지으며 긍정적인 생각을 지닌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죠.


개략적인 직무 분석을 마치니 은행에서 요구되는 개인적인 역량과 자질, 가치관 같은 게 이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레시피 마련은 끝난 셈입니다. 이제 작성을 해야겠네요. 자기소개서 작성란을 보면 대충 비슷한 항목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성장과정, 장단점, 포부 등등.. 레시피가 준비되었으니 왠지 글 쓰는 데 있어 그 전보다는 주저함이 줄어든 느낌입니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막막했는데 뒤엉킨 실타래가 조금은 풀린 것 같습니다.



자기소개서의 각 항목을 작성할 때도 결국 해당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 역량이나 가치관 중 자신이 지니고 있거나 가능한 것을 찾아낸 뒤 그에 맞춰 작성하면 됩니다. 자신이 해당 직무 역량을 키우기 위해 그동안 어떤 노력을 기울여왔는가를 언급해야 한다면, 두루뭉술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기술하기보다 최대한 구체적으로, 아울러 숫자가 들어가는 정량적인 방식으로 작성해야 글의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과정을 작성할 땐 다음과 같은 순서로 기술해주는 게 보편적입니다. 이른바 STAR-L기법이라고 하는데요.


즉, 어떤 상황(S)인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슨 작업(T)을 해야 하는지, 아울러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A)했는지를 차례로 기술해주고, 이를 통해 어떤 결과(R)가 이뤄졌는지를 기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련의 과정 속에서 깨달았거나(L) 직무와 관련하여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됐는가를 언급해주면 더욱 좋겠고요.


장단점을 작성할 때 흔히 실수하기 쉬운 부분이 있는데요. 단점과 관련한 사항입니다. 이를테면 '소극적'이거나 '소심하다'와 같은 단점들은 기업이 그다지 좋아하는 표현이 아닙니다. 아무리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고 실제로 성공을 거뒀다고 해도 말입니다. 굳이 그러한 단점을 언급하고자 한다면 표현을 조금 에둘러 하는 게 좋습니다. 그보다 더 바람직한 건 치명적일 수 있는 민감한 단점은 가급적 숨기고 그렇지 않은 단점을 끄집어낸 뒤 언급하는 게 좋습니다.


근래 NCS 기반 자기소개서 때문에 힘들어 하는 취준생들이 우리 주변에 제법 많습니다. 대부분의 공기업이 NCS 기반 채용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요. 하지만 NCS라고 하여 제가 앞서 언급했던 작성 방식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직무 적합성을 기술해야 한다는 자기소개서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과 대 전제에 충실한다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오히려 일반 자기소개서보다 더 수월하게 다가오는 측면도 있습니다. NCS 기반 채용에 나선 기업들은 채용 분야와 관련한 구체적인 직무를 기술한 직무기술서를 공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직무분석 과정을 생략하도록 해주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습니다. 이 직무기술서 안에 기업체에서 요구하는 직무 역량과 가치관 따위가 모두 망라돼 있습니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살아온 삶의 일대기를 작성하는 서류가 결코 아닙니다. 자신이 수행하게 될 직무와 관련하여 과연 얼마나 적합한 인물인가를 어필하는 서류입니다. 물론 진부한 표현이나 뜬구름을 잡는 듯한 추상적인 표현은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이겠습니다만, 비록 그렇지 못하더라도 자기소개서 안에 자신의 직무 역량과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요소들이 빠짐없이 녹아들어있다면 그것이 바로 가장 잘 작성된 자기소개서입니다. 용기를 가지십시오. 그리고 좋은 성과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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