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도덕성 마비된 광장의 태극기, 설득력 있을까?

새 날 2017. 2. 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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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도 광장은 붐볐다. 촛불로 대변되는 진보진영과 태극기로 대변되는 보수진영이 뜨겁게 맞붙은 탓이다. 다양한 주의 주장과 의견들을 토해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광장은 흡사 민주주의의 실험장을 방불케한다. 외국인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주말 태극기 집회 참가 인원은 주최측 추산 130만 명에 달했다. 촛불 집회 인원이 40만 명가량이었다고 하니 이들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어느덧 태극기가 촛불을 압도하는 상황에 이른 셈이다. 


촛불은 국정농단을 일삼은 대통령과 비선실세를 처벌하고, 대한민국을 정상적인 국가로 바로 세우자고 주장한다. 반면 태극기는 대통령은 아무런 죄가 없으니 탄핵은 무효이고, 계엄령을 선포하여 촛불 세력을 모두 잡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양측이 서로 극과 극의 주장을 펼치는 바람에 접점 내지 중간 지점을 찾기란 쉽지 않은 노릇이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장소에서 치러지는 집회는 충돌의 우려 때문에 늘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다.


ⓒ한겨레


이날 태극기는 유모차부대를 대거 앞세웠다. 얼마 전 언론보도를 통해 불거진 자칭 보수단체들의 관제데모 의혹에 대한 일종의 반발 심리의 일환으로 읽힌다. 물론 해당 의혹은 여전히 유효하다. 아울러 특검에서도 이미 이와 관련한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전경련이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8개에 이르는 자칭 보수단체와 개인에게 25억여 원을 직접 지원한 사실이 한겨레의 단독보도를 통해 확인됐다. 관제데모와 관련한 명백한 물증이다.


이러한 사실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경련 ‘사회협력회계’ 관련 은행계좌의 2013~2016년 입출금 거래내역을 통해 드러났다. 여기서의 '사회협력회계'란 사회공헌사업 지원을 위해 회원 기업들로부터 회비를 걷어 운용하는 자금을 일컫는다. 이런 중요한 용도의 자금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온 보수단체 지원에 활용돼왔다는 사실은 이들의 도덕성에 결정적인 하자가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미디어워치에 흘러들어간 자금은 더욱 의심스럽다. 왜냐하면 이 회사의 대표가 다름아닌 자칭 보수진영에서 제법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데다가 가장 활발한 활동가 중 한 사람인 변희재 씨이기 때문이다. 연간 구독료라고 해 봐야 고작 5만 원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5천만 원이라는 큰 자금이 오고 간 정황은 그동안 활발했던 그의 활동 배후를 의심케 하기에 충분하다. 때문에 연간구독료라는 미디어워치의 관련 해명은 왠지 궁색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농단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바로 이러한 도덕성의 결함과 실추 그리고 확산에 있다. 이들 세력은 그동안 국민이 위임해준 권력을 오남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해왔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 헌법마저 철저히 유린해왔다. 더욱 어이가 없는 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뻔뻔한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는 데다가 앞서 밝혀진 정황들처럼 뒷돈으로 지지자들을 동원하여 의도적인 이념갈등을 유발,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탄핵 인용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백번 양보하여 태극기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주의 주장이 아무리 옳다손쳐도 범죄 행위를 저지른 세력을 옹호하고 또한 비호하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도덕성과는 담을 쌓았노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셈 아닐까? 대한민국 사회가 오늘날처럼 비정상과 몰상식의 나락으로 떨어진 데는 도덕성과는 거리가 먼 현 집권세력이 권력을 행세해왔기 때문이거늘, 여기에 중죄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반성할 줄 모르는 파렴치한 세력을 비호하고 더구나 불법적인 뒷돈을 수수하여 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뻔뻔하기 짝이없는 광장의 태극기야말로 저들과 마찬가지로 도덕성이 완전히 마비된 사람들 아닐까? 그렇다면 태극기의 주의 주장에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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