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게 배웅 따윈 없어

혁신학교, 과연 이름 그대로 혁신적인 걸까

새 날 2012. 3. 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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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많이 회자되는 단어가 하나 있다.  "혁신"이란 낱말이다. 혁신도시, 혁신기업, 혁신학교....  우리 교육에 문제점이 많다는 것을 교육 위정자들도 알긴 하나 보다.  오죽하면 학교 앞에 과감히 "혁신"이란 용어를 끼워 넣었을까.

 

전국 곳곳에 혁신학교가 들어서고 있다.  혁신학교로 지정되면 예산이 약간 더 지원된단다. 이는 체험활동 등 일반학교에서 행하기 어려운 활동 지원을 위함이다.

 

일단 취지는 대환영이다.  일반 주입식 교육에 찌들고 사교육에 내몰린 교육 환경을, 보다 능동적이며 체험 위주의 살아있는 교육환경으로 바꿔 사교육에 매몰된 아이들을 공교육 현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시도를 반겨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근에 있는 모 초등학교가 2년전 혁신학교로 지정되었다.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1년에 네 번 치루던 중간/기말고사를 아예 없애버렸다는 점이다.  아울러 텃밭가꾸기 등 체험활동을 대폭 늘리고, 동아리활동이나 방과후활동을 반강제로 강요하고 있다.  덕분에 아이들은 시험에서 해방되고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방과 후 학원 등을 기웃거릴 필요가 없어졌다. 

 

일견 말그대로 혁신적인 변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내면을 살펴보자.  체험활동을 대폭 늘리고 시험을 없애면서 일반교과의 학습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어졌다.  예로 사회같은 교과는 제대로 수업이 이뤄지지 않고, 과제만 아이들에게 던져주는 형태다.  수업이 부실하고 시험이 없으니 아이들의 학력은 주변 학교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학교수업 만회를 위한 대안은 있는 것일까?  이마저도 학교에서 원천 차단한 상태라 아이들의 학력 저하는 불 보듯 뻔하다.

 

혁신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일반학교로 진학하게 되면, 다시 과거의 교육형태로 돌아가야 한다.  과연 일관성 있는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까...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의 형태로 운영이 되고, 진학 후에도 같은 형태의 교육과정을 일관되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면 오히려 혁신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은 학력 저하라는 폭탄만을 안은 채 진학하게 되는 꼴이 아닌가 말이다.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는 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사회 그 어느 곳보다 경쟁이 치열한 교육 현장에서 "혁신"이란 허울 좋은 용어로 포장하여 애꿎은 피해자들을 양산하지 말고 보다 큰 틀에서 일관성 있는 정책을 펼쳐주길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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