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도 넘은 학교 전담 경찰관의 잇단 일탈

새 날 2016. 6. 2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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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에서 학교 전담 경찰관이 담당 학교의 여고생과 부적절한 행위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학생을 보호하기 위해 파견된 주체가 되레 학생들을 유린한 셈이라 학부모들의 원성과 불안감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자식을 키우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을 만큼 험한 세상이거늘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며 일제히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형국입니다.


학교 전담 경찰관 제도는 폭력과 폭언에 시달리던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학교 폭력이 사회문제로 비화되던 지난 2012년에 도입된 제도입니다. 학교전담 경찰관의 임무는 학생 선도와 피해 학생 보호, 폭력동아리 파악과 해체, 학생 소통, 예방교육 등입니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애초 바람직한 도입 취지에 비해 운영 형태가 지극히 형식적으로 흘러온 데다 주먹구구식이었던 탓에 오늘날의 결과는 결코 우연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연합뉴스


학교 전담 경찰관들이 담당하는 영역은 생각보다 광활합니다. 전국의 1만1천590개에 이르는 학교를 경찰관 1천75명이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담당 경찰관 한 명당 대략 11개의 학교를 관리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토록 열악한 환경에서 어쩌면 제대로 된 관리를 바란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결국 이는 형식적이며 겉핥기식 운영으로 일관해 왔노라는 방증입니다. 교육부는 경찰이라는 제복의 권위에 너무 쉽게 기댄 채 안일한 운영을 해왔던 게 아닐까 싶군요. 


상담은 전문 영역에 해당합니다. 불안과 왜곡된 정서를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서적 인지적 향상을 꾀해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학생들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게 하는 사안입니다. 상담과 관련한 학과가 전국 대학에 개설되어 있고, 관련 국가 자격증이 운영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학교생활을 하다 보면 발생할 수 있는 부적응 행위 등에 대해 전문적 지식과 기능을 갖추고 내담자 자신 그리고 환경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며,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행동양식으로 발전시키거나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원조하는 활동이 다름아닌 상담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이에 대한 매뉴얼조차 갖춰놓지도 않은 채 그나마도 자동차 안에서 이뤄지는 등 상담 직무에 대한 정부의 인식 수준이 지극히 낮아 사실상 방치 수준에 가까웠습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이 불거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무엇보다 정부가 상담이 지닌 직무의 전문성을 등한시한 데 있다고 생각됩니다. 학교 전담 경찰관을 뽑는 기준은 더욱 가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학생들한테 인기를 얻기 위해 일단 외모가 출중해야 하고, 키도 커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생 상담이라는, 그들의 인생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앞으로의 삶의 방향성을 좌우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임무를 띠고 있음에도, 상담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춘 인력을 배치하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에만 신경을 기울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작금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입니다.


더구나 학교와 경찰 간 제대로 된 업무 공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학교 전담 경찰관은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여타의 경찰관과 같은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내에서의 활동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그러나 학교의 최고 책임자인 교장에게는 이들을 통제할 권한이 없기에 그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운영상 치명적인 한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결국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작금의 부적절한 사태는 앞서의 환경들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지며 빚어낸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 해도 직무 자체를 가벼이 여긴 탓에 전문 상담 능력을 지닌 사람보다는 그저 외모가 출중한,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을 법한 경찰관을 배치시키고, 그나마도 매뉴얼이 없어 상담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학교와 경찰 간의 관계마저 유기적이지 못하다 보니 전담 경찰관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학교에서는 전혀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전담 경찰관은 그들 나름대로 지나치게 많은 학교를 담당하느라 형식적인 활동에 그치기 일쑤입니다. 이를 총괄해야 할 교육부는 그동안 나몰라라 뒷짐만 지고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셈이 돼 버린 것입니다. 


ⓒ연합뉴스


교육부는 뒤늦게 대책을 마련한답시고 부산을 떨고 있는 모양새입니다만, 이 대책조차 또 다시 주먹구구와 형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듯싶습니다. 현재 학생이 상담을 요청해 올 때 별도의 상담 장소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으나 이를 학교 내 상담을 원칙으로 하는 방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상담 결과를 학교 당국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렇듯 대증적인 치유로는 이번 사건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상담이라는 직무를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이느냐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표피적인 제도 개선과 단순히 전담 경찰관들의 윤리적인 책임을 높이는 보완책보다는 외모가 아닌, 기능적으로 전문적인 상담이 가능한 인력의 배치가 가장 우선순위에 놓여야 할 테며, 관련 매뉴얼 마련 역시 그와 함께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경찰과 학교의 관계 재정립을 통해 유기적인 협조의 틀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씻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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