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반려견에게 스타벅스 커피가 어때서?

새 날 2016. 3. 7.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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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는 모습 등 몇 장의 반려견 사진이 온라인 상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사례는 아니다. 해외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는데, 이를 한 언론사가 카드 뉴스 형태로 기사화하면서 알려진 경우다. 기사의 골자는 반려견 상술이 끝없이 진화하고 있고, 이쯤되면 애견인을 위한 것인지 반려견을 위한 것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하소연을 한다. 사람도 비싸서 접근하기 힘든 음식이거늘, 개에게까지 이를 먹이는, 다소 극성스러워 보이는 애견인들과 또한 그들의 이러한 생리를 이용, 유별난 마케팅에 나선 관련 업체들을 에둘러 비난하고 있는 모양새다.

 

물론 SNS라는 매체의 속성상 과시욕 내지 허세가 완전히 배제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비단 과시욕이 아니더라도 근래 애견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러한 현상은 진작부터 예견됐던 사안이다. 애초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뒤따르는 법일 테고, 그에 수반하는 고객의 니즈가 점차 다양해지거나 고급화되어 가는 추세이다 보니, 결국 이러한 상황에 어울릴 법한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품이 시장에 본격 출현하게 된 셈일 테다. 

 

ⓒYTN

 

실제로 반려견과 애견인을 직접 겨냥한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가 시장에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반려견 전용 스타벅스 커피가 그 위용을 드러낸 것도 이즈음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그다지 놀라워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얼마전 반려견에게 모피옷을 입힌 사례를 든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바처럼 반려동물 산업은 이미 성숙 단계를 지나 세분화 및 고급화 단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과는 거리가 먼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면면들이 다소 극성스럽거나 과도한 느낌으로 다가올지 모르나, 사람들 저마다의 취향이 다르듯 이 또한 그와 같이 받아들인다면 딱히 문제의 소지는 없으리라 짐작된다. 반려동물이라고 하여 스타벅스 커피의 혜택을 누리지 말라고 다그치는 건 지나친 오지랖이 아닐까 싶다.

 

현대인들은 외롭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수많은 종류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지만, 그 중 다수는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24시간 거의 내내 유무선을 망라한 통신망에 접속한 상태에서, 귀에는 이어폰을 꽂은 채 한시도 쉼없이 눈으로는 무언가 새로운 정보를 연신 스캔하며 '좋아요'와 '공감' 버튼을 잇따라 누르거나 때로는 그 결과에 환호성을 내지르곤 하나, 신기하게도 그러면 그럴수록 우리의 마음은 더욱 공허해지기 일쑤이다. 

 

 

경제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정서적으로도 점차 각박해져가는 삶 속에서 사회 모순마저 더해지니 다수의 젊은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 부모세대는 부모세대 대로, 또한 자식세대는 자식세대 대로, 결국 우리 사회의 모든 세대가 각자도생이라는 힘겨운 삶의 전장터로 내던져진 모양새다. 1인 가구가 급증하다 보니 혼밥과 혼술이란 형태가 어느덧 유행 단계를 넘어 점차 보편적인 삶의 한 양태가 되어가곤 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는 이러한 사회적 흐름이 철저히 반영된 결과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받은 상처와 실망감을 반려견으로부터 치유 받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근래 부쩍 늘고 있다. 반려견에게 쏟는 정성이 크다는 건 앞선 기사에서 언급된 것처럼 일견 반려견에 대한 과도한 애정 내지 과시욕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견주 자신에게 투자하는 결과에 다름아니다. 어떠한 형태가 됐든 결국 반려견과의 교감을 통해 마음속 중증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을 치유하는 과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정서적으로 혹은 경제적으로, 반려견에게 베푸는 정도에 비례하여 우리의 상처난 감정이 보듬어지고 외롭거나 공허한 마음마저 달래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만일 그렇다면 난 반려견에게 스타벅스 커피는 물론, 이른바 명품옷을 두르게 하는 행위마저도 적극 권장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정말이다. 이를 통해 구겨진 사람들의 마음이 그나마 활짝 펴질 수만 있다면 이를 만류해야 할 하등의 이유를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어떨까? 명품백을 매고 다니거나 고급 외제차를 타고 다닌다고 하여 자신의 자존감이 절로 높아질 수는 없는 노릇일 테며, 그러면 그럴수록 되레 공허함만 더욱 쌓여가듯, 반려견을 향한 과도한 애정과 씀씀이 또한 지나칠수록 그에 비례해 우리의 외롭고 허한 마음 한켠이 더욱 씁쓸해지는 건 아닐까 싶어 다른 한편으로는 작금의 현상이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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