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정부 저출산 대책에 청년세대는 왜 냉소적일까

새 날 2015. 10. 19.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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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3차 저출산 고령 사회 기본계획’ 시안을 지난 18일 내놓았다. 이번 계획의 초점은 주로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에 맞춰져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기쁨이 되는 사회를 꿈꿨다. 긍정적인 해법은 젊은 세대가 결혼을 꿈꾸고 아이를 낳은 사회 여건과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젊은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주저하는 일자리와 주거, 교육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출생 및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일과 가정 양립이 일상화되게 하여 기업과 사회문화를 바꾸도록 노력하겠다"는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의 발언 속에서도 그러한 취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접한 젊은 세대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결혼이나 출산과 관련하여 적극적이기보다 주저하고 있는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 유무형의 도움을 주기 위해 정부가 이처럼 발벗고 나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무슨 내용들로 채워져 있길래 이렇듯 씁쓸한 반응 일색인 걸까?

 

ⓒ경향신문

 

정부는 내년부터 초음파 검사 등의 고비용 출산 관련 항목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또 임신 출산 관련 본인 부담금을 크게 낮추고, 2018년부터 국민행복카드를 활용할 경우 건강보험료 이외의 추가 비용 부담이 전혀 들지 않게 하겠단다. 임신과 출산에 드는 의료비 본인 부담금이 사실상 없어지는 셈이다. 아빠가 육아휴직을 할 경우 휴직 첫 달에만 통상임금의 100%를 받던 것을 내년부터는 3개월간 받도록 연장하고, 육아휴직자 중 남성 비율이 20%가 될 때까지 인센티브를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 지원 정책도 다수 포함됐다.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자녀수가 동일하면 부모 평균연령이 낮을수록 가산점을 주기로 했으며,국립대 기숙사 건립 시 ‘기혼 대학생의 숙소 5% 이상 확보’ 의무화도 추진된다.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한도를 수도권의 경우 1억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비수도권은 8000만원에서 9000만원으로 늘리는 방안도 담겨 있다.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반짝 아이디어 성격의 정책도 엿보인다.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사실혼’ 관계 부부가구에 대한 차별 해소를 위해 특별법 제정을 추진키로 한 것이다. 기존 가족제도의 틀을 벗어난 가구도 일반 기혼 가구와 동일한 정부 지원과 출산 육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이다. 아울러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미혼 남녀 단체 맞선 프로그램을 개최하겠다는 계획도 눈에 띄는 대목 중 하나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저출산국가다. 2001년 이후 15년 연속으로 출산율이 1.3명 미만인 초저출산국가 범주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출산율은 1.21명으로 전 세계 190여개국 중 도시국가인 홍콩이나 마카오 등을 제외하고 가장 낮은 순위에 해당한다. 이에 따른 후폭풍이 근래 표면화되고 있다. 정부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는 내년 3704만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50년엔 1000만명 이상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동력 부족 국가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가뜩이나 국가의 성장 동력이 급격히 꺼지며 고갈되고 있는 마당에 초저출산율은 우리의 앞날을 더욱 암울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보육료 지원을 통한 육아부담 덜어주기에 집중돼온 경향이 크다. 그러나 그의 결과는 앞서 든 사례와 같이 참담하기 짝이 없다. 출산율은 여전히 세계 꼴찌 수준에 머무른 채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시작되는 3차 대책부터는 변화를 모색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즉 결혼하지 않거나 늦게 결혼하는 풍조를 저출산의 핵심 원인으로 판단하고,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그러한 추세를 막겠다는 게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 보았듯 정부는 1,2차 대책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핵심을 비껴간 것으로 보인다. 변화를 꾀하겠노라고 발표했지만 차별화라고는 당최 찾아볼 수가 없다. 그저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 불과할 뿐이니 말이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하지 못하는 환경적 요인을 여전히 올바르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청년 세대가 이번 시안에 대해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 또한 이로부터 기인한다. 

 

자녀 한 명을 낳아 대학 졸업 시까지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은 2014년 정부 통계 기준으로 평균 3억8천만 원에 달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단순히 애를 낳고 보육하는 문제보다는 이후 아이를 일정 정도의 수준으로까지 키우는 데에 드는 교육비가 훨씬 부담스럽게 다가온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1,2차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출산이나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하는 표피적 정책에만 방점을 찍고 있는 모양새다. 살인적인 경쟁 구도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쏟아부어야 하는 사교육 비용 등의 부담을 더 이상의 고통 전가 없이 자신의 세대로 그쳤으면 하는 바람이 요새 젊은 세대에게 크게 작용하는 듯싶다. 그만큼 현재의 삶이 팍팍하다는 방증이자 미래엔 더욱 나빠지리라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자신이 겪으며 자라온 녹록지 않은 환경 속으로 2세마저 밀어넣고 싶지 않은 절박한 심정이 작용하고 있는 데다, 부담스럽기만 한 현실적인 문제 등도 아이 낳기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 된다. 아울러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에 놓여있지만, 육아 지원 시설과 서비스 등 국가적 시스템이 미흡한 탓에 직장여성이 아이를 낳아 기르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도 출산을 피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불투명한 미래가 가장 큰 역할을 한다. 이는 근래 젊은이들 사이에서 '헬조선'이라는 단어 형태로 축약되어 발현되곤 한다.

 

특히 정부가 직접 미혼 남녀의 단체 맞선을 주선하겠다고 나선 건 단순히 결혼을 하지 못해 출산율이 낮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면 무얼까. 누군들 결혼을 하기 싫어 안 하고 있는 걸까? 청년들이 단순히 제 짝이 없어 결혼을 못하거나 안 하는 게 아니지 않겠는가. 그보다는 현실로 다가오는 문제점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비정규직 등의 불안한 일자리 양산과 청년 취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양상이고 청년 다수가 그러한 일자리에 몸담고 있는 현실인데, 이렇듯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도대체 이들에게 결혼이 다 무슨 소용인 거며, 게다가 애를 낳는 일은 또 얼마나 비현실적인 일로 다가오겠는가 말이다. 정부가 작금의 상황을 얼마나 근시안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이 정책만 놓고 봐도 자명해진다.

 

전세 대책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은 단순히 전세 자금 문제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세 물건 자체가 품귀 현상을 빚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그에 따라 전세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는 모양새다. 그렇다면 부동산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아닌 이상 대출을 늘리겠다고 나선 건 젊은 세대들에게 빚만 더욱 늘리는 꼴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지금 당장은 금리가 낮아 크게 부담스럽지 않더라도 향후 금리가 오를 것이 분명한 터라 이러한 결과는 가뜩이나 힘에 겨운 청년들의 어깨를 더욱 늘어뜨리게 하는 결과에 다름아니지 않겠는가.

 

ⓒ머니투데이

 

결국 이번 3차 시안 역시 1,2차 때와 비교하여 방향을 선회했다고는 하나, 그 내용을 뜯어보니 핵심을 제대로 짚기는커녕 또 다시 겉돌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니까 지난 정책의 연장선인 셈이다. 제대로 된 진단으로 올바른 처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난 10년간 120조원을 쏟아부으면서도 출산율이 1.21명으로 여전히 세계 꼴찌를 유지하고 있듯 또 다시 깨진 독에 물을 붓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더구나 이번 시안의 경우 예산과 관련하여 알려진 바 전혀 없다는 점은 이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 혈세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들어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당면한 국가적 위기 국면에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할 경우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무척 갑갑하지 않을 수 없다.

 

저출산은 우리 사회 전반의 구조적인 모순들이 서로 얼기설기 얽힌 채 그중 극히 일부의 형태로 발현되고 있는 현상이다. 때문에 이번 대책처럼 그저 눈에 드러난 환부만을 임시방편으로 치료하는 대증적인 요법만으로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언급대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을 기쁨이 되도록 만드는 일은 언감생심에 불과하다. 입으로는 국가적 위기 국면이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러한 위기감이 정책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젊은 세대들이 이번 시안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한 채 되레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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