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게 배웅 따윈 없어

우리나라의 교육현실, 암담합니다.

새 날 2012. 3. 2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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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가 이번에 일반계 고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입학설명회/대학입시설명회를 통해 간접적으로 겪어 본 학교 분위기는 영 별로였습니다.  중학교 때와는 달리 성적 말고는 얘기꺼리가 없었구요. 심지어는 선생님이란 분들께서 직접 대학 서열을 줄줄 읊고 계시더군요.

 

아무리 대학입시가 지상과제라 하더라도 그렇지 전인교육이 이뤄져야 할 교육현장에서 예비 입학생들에게 어찌 저런 모습을 보여줄까.... 입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대입설명회는 600명이 넘는 입학생 중 성적이 50위 안에 드는 아이들만 별도로 추려 이뤄진 것이랍니다. 같은 입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성적에 의해 벌써 입학 전부터 이런 식으로 차별대우가 이뤄지고 있었구요.

 

더더욱 웃긴 건 학교에서 직접 선생님들이 학원을 권유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특정 학원을 콕 짚어서.... "얘는 수학이 부족하니 **학원에서 보충이 이뤄져야 합니다"는 명분 하에 공교육 현장에서 직접 사교육을 권유해 주는 웃지 못할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고교 3년간의 정규 커리큘럼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도 자기들 입맛대로 운영하더군요.  2,3학년에 배워야 할 과목을 1학년 과정에서 속성으로 가르치니 학원에서 선행해 오라는 말이 빈말이 아니란 생각이 듭니다.  오로지 대입이란 허울 좋은 껍데기 앞에 학교 전체가 편법으로 돌아가는 그런 형태입니다. 공교육이 죽었다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입니다.

 

아마도 이런 류의 학습방법은 강남 사교육시장과 특목고/자사고로부터 파생되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그 쪽에서 설레발치며 죽어라 선행에 매달리고, 실제로 입시에서 좋은 성적들을 내니 다들 흉내내느라 혈안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애들이 너무도 불쌍하더군요.  성적 성적, 오로지 성적 얘기만 해대는 학교와 편법 속성과정으로 운영되는 학사일정, 이 모든 것들이 아이들의 정신상태를 어떻게 만들지는 불 보듯 뻔합니다.

 

한 학년이 600명인데 그 중 4년제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보통 7-80명?  소위 말하는 일류대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등수는 600명중 5손가락 안에 들어도 될까 말까....

 

무한경쟁에 내몰려진 요즘 아이들이 너무 불쌍하군요.  학교 안에서 배우는 것이라곤 오직 경쟁 경쟁 경쟁.....

 

이렇게까지 학교가 바뀌어가는 현실은 우리나라 전체가 양극화되어가는 현상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듯합니다. 자본주의가 첨예화되어 가며, 신자유주의가 온 세상을 지배하는 이 준엄한 현실 앞에 우리 보통 인간들은 갈수록 진이 빠져 갑니다. 과연 더욱 더 첨예화 되어 끝갈 데까지 가게 된다면 정말 어떤 세상이 오게 될지 사실 두렵습니다.

 

오늘도 우리 아이는 여느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무거운 가방을 짊어진 채 야자를 마치고, 밤11시에 감기는 눈 억지로 뜨며 의식 없는 발걸음으로 힘없이 집으로 돌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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