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말라뮤트를 기르는 또 다른 이유

새 날 2015. 7. 10.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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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미르가 장난을 걸어오며 내게 안기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내가 직접 미르를 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따뜻한 체온과 심장 박동의 그 느낌이 난 너무 좋다.  사람이 아닌, 덩치 큰 생명체를 안고 있는 느낌은 뭐라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서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침 이른 시각,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동안 난 미르의 주변을 정리해주며 밤새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곤 한다.  물론 오늘 아침도 그랬다.  털갈이 시즌인 탓에 온몸엔 솎아내야 할 털들로 온통 삐죽하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장난이 심하다.  자꾸만 놀아달라며 벌러덩 눕기 일쑤다.  그럴 때면 그 큰 눈을 장난삼아 동그랗게 뜬 채 꿈벅거리며 날 쳐다보곤 하는데 왜 그리 웃긴지 모르겠다.  녀석, 어느덧 중년에 해당하는 나이일 텐데, 그럼에도 어릴적과 비교해 변한 게 하나 없다.  기특하다.  아침나절부터 무언가를 팔기 위해 나선 듯 트럭 확성기 소리가 동네를 떠들썩하게 한다.  미르가 이를 놓칠 리 없다.  구성진 목청으로 긴 하울링을 쏟아낸다.  우웅~~ 


어휴.. 밤 시간대가 아니라 얼마나 다행인가.  요즘은 날이 더워 뜸하지만, 겨울밤이면 찰쌀떡 메밀묵 파는 아저씨 때문에 맘 졸이는 일이 허다했다.  어쨌거나 미르 녀석은 한결 같다.  우직함과 순수함은 해가 지나도 예나 지금이나 전혀 변함이 없다.  살인미소 역시 그대로다.  미르의 순진무구한 표정을 보고 있노라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일상의 고단함이나 짜증 따위가 눈 녹듯 사라지는 느낌이다.



아마도 이는 말라뮤트라는 견종만의 특성이 아닐까 싶다.  며칠 전 한 매체가 호불호의 표정이 확실한 3살짜리 말라뮤트의 갖가지 표정 이미지를 보도해 화제를 불러 모은 적이 있다.  사진속에 등장하는 말라뮤트의 표정은 정확히 미르의 그것이었다.  순하디 순하게 환히 웃는 표정은 정말 이를 보는 자체만으로도 일상에서 더럽혀진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YTN

 

꽃 하나로 이렇게 다양한 표정을 짓는 녀석이라니, 개 주인이 사진을 찍는 순간 포착을 잘하기도 했겠지만, 녀석의 표정이 워낙 다채롭고 천연덕스럽긴 하다.

 

ⓒYTN

 

같은 말라뮤트 견종들끼리 모아놓은 덕분인지 한없이 즐거운 듯 환하게 웃고 있는 녀석을 보고 있자니 내 얼굴도 절로 펴지는 느낌이다.

 

 

물론 우리 미르도 만만찮다.  나의 순간포착 능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완벽하게 웃는 모습을 얻을 수는 없었으나 이 정도의 밝은 미소만으로도 내 마음은 깨끗이 정화되고도 남는다.  녀석의 얼굴을 보는 일만으로도 긴장은 이완되고 일상의 고단함 따위가 싹 씻기는 느낌이니, 어찌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아마도 말라뮤트를 키우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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