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그리운 날엔

안치환, 그가 돌아왔다

새 날 2015. 6. 2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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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 그가 돌아왔다.  그를 가장 최근에 직접 볼 수 있었던 건 아마도 2,3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세월의 흐름이 하도 빠르다 보니 사실 정확히 언제쯤이었는가를 기억하는 일조차 내겐 이제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분명한 건 어느 초여름날 저녁 무렵이었으며, 장소는 서울광장이었다는 사실이다.  모 단체의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당시 그는 기꺼이 간이 무대에 올랐으며, 난 우연한 기회에 그를 지척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거머 쥘 수 있었다.  '위하여'와 '내가 만일' 그리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등의 노래를 열창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의 한 손엔 생수병이 들려 있었고, 언젠가부터 늘 머리 위에 눌러 쓰던 모자도 여전했다.  사실 그와의 인연은 한참이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도 다른 멤버들에 의해 여전히 활동 중인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초창기 멤버로 활약하던 당시부터 난 그에게 관심을 두던 터다.  '노찾사'의 1집과 2집 LP판을 소장하고 있는 데다, 한때 이들의 공연을 찾아다니며 관람할 만큼 내겐 그에게 열성적이던 때도 있었다.  안치환과 김광석 두 사람이 동시에 무대에 선 모습을 끝내 보지 못한 게 가장 원망스러울 정도로 내겐 둘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이들의 공연을 볼 즈음 김광석은 이미 노찾사 멤버가 아니었다. 

 

ⓒ노컷뉴스

 

안치환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그만의 시원스런 창법에 의한 무척이나 질박하게 와닿는, 날 것과도 같은 느낌의 노래도 노래지만, 그보다는 투박한 그의 외모 마냥 언제나 한결 같기만 하던 그의 삶 때문이다.  그랬던 그에게도 일생 일대의 시련이 닥쳐 오게 된다.  지난해 직장암 판정을 받은 것이다.  정확히 그의 나이 반백살이 되던 해다.  어렵고도 지난한 항암 치료 과정을 감내했으리란 건 비단 그의 입을 통하지 않더라도 알 만한 일이다. 

 

내 주위에도 암 판정을 받고 적게는 수 차례에서 많게는 수십 차례에 걸쳐 항암제 투여와 표적 치료 과정을 이겨낸 사람들을 봐 오던 터이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머리카락을 비롯한 온몸의 털이 모두 뽑혀 나가고 강한 약 기운에 의해 속이 울렁거려 식사도 제대로 하기 힘들어 하거나,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 몸살 등을 늘 안고 살아가야 했을 당시의 모습이 절로 그려진다.  그 역시 틀림없이 이러한 과정을 거쳤으리라.

 

그래도 그는 의연했다.  물론 암 판정을 받게 되면 누구나가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는 '왜 하필 나일까' 라는 물음이 제아무리 의연한 그라고 하여 없지는 않았으리라 짐작되긴 하지만 말이다.  안치환 그 스스로가 말하기를 이번 암 판정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 옐로우카드를 받은 셈 치겠단다.  그나마 레드카드를 받지 않은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모르겠다며 너스레를 떠는 그로부터는 삶에 대한 강한 애착이 느껴진다. 

 

 

그 힘들다던 항암치료를 모두 이겨내고 그가 새로운 앨범 11집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10집 이후 5년만에 발매된 앨범이란다.  병마와 싸운 뒤 발매된 앨범이다 보니 그 어느 때보다 감회가 새로울 법하다.  팬들도 이러할진대 본인의 감정은 과연 어떨까?  어떤 노래가 실렸는가 슬쩍 살펴 봤다.  '사랑이 떠나버려 나는 울고 있어', '나는 암환자', '병상에 누워', '천국이 있다면', '레테의 강' 등이 수록돼 있다.  그가 암 판정을 받은 뒤 치료 과정을 겪으며 느꼈을 삶과 죽음에 관한 1년 간의 깨알 같은 기록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가 암이라는 병마와 싸우고 이를 이겨낸 뒤 다시금 굳건히 일어나 힘차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동안 노래를 통해 자유를 부르짖어 왔고 민족과 평화를 말하거나 때로는 위정자를 근엄하게 꾸짖던 그가 다시금 예의 우렁차면서도 힘찬 그만의 목소리를 대중들에게 들려 줄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난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렇다고 하여 그의 목소리가 늘 장중하기만 한 건 아니다.  때로는 연인의 느낌처럼 감미로우면서도 달콤쌉싸름한 목소리를 들려 주곤 하니 그를 어찌 싫어할 수 있겠는가. 

 

그의 귀환을 그 누구보다 환영한다.  옐로우카드는 단 한 번으로 족하다.  당신의 목소리를 통해 희망을 찾는 이들이 세상 구석구석 그 어딘가에서 함께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음을 절대로 잊지 않기 바라며, 이번 앨범 타이틀처럼 당신도 이제 반백살인 50줄에 접어들었으니 앞으로도 최소한 50년동안 지금처럼 한결 같이 우리를 위한 꾸밈없는 광대가 되어 줄 것을 부탁하는 바다.  아무쪼록 건강하고 또 건강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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