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 대통령 지지율 추락, 진정 메르스가 주범일까?

새 날 2015. 6. 2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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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이 취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보도가 일제히 쏟아졌습니다.  19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응답률은 61%에 달했고, 긍정 응답률은 고작 29%,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까지 떨어진 건 지난 1월 연말정산 파문 당시의 상황에 이은 두 번째입니다.  하지만 그다지 놀랍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실제 체감 정도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지지율을 보고 있자니 그저 의아할 따름입니다.

 

당장 새누리당이 비상에 걸렸습니다.  가뜩이나 메르스 여파로 인해 민심이 한껏 뿔이 나 있는 상황인데, 경기 회복세가 한층 꺾이며 민생경제에 빨간불이 들어 온 모습이고, 그와 동시에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지지율마저 동반 하락하는 모양새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위기 의식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발언을 통해서도 엿볼 수가 있습니다.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표단 정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유승민 원내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국민의 안전과 불안 해소 차원에서도 물론 중요하지만, 경제 위기를 벗어나는 근본적인 대책은 메르스 사태가 한시라도 빨리 종식되는 것밖에 없다" 

 

그렇습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한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책임과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는 호된 비판에 직면하게 될 테고, 자칫 내년 총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부쩍 커진 탓입니다.

 

이번 정부 들어서면서 청와대와 여당은 유독 대통령의 지지율에 관심이 높으며, 또한 이의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이번 지지율 하락, 메르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정보 통제와 초기 대응 실패로부터 불거진 메르스 공포 확산은 실상 정부와 정치권이 합작으로 이뤄낸 결과물이라 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감염 여파가 어느덧 한 달을 넘어선 시점에 이르렀는데요.  그동안 국민들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질타하며 각자도생의 방식을 취하기도 하였습니다. 



20명이 넘는 사망자와 200명에 육박하는 확진자 그리고 어느덧 1만명을 넘어선 격리자, 나날이 늘어나는 이러한 통계 수치들을 바라보며 국민들은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준비해야 했고 공포와 불안 속에서 떨어야만 했습니다.  정부의 늑장대응만 아니었더라도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때문에 얼토당토 않은 작금의 상황이 아마도 대통령의 지지율에 고스란히 반영됐을 공산이 큽니다.

 

대통령과 새누리당 그리고 청와대 역시 메르스가 자신들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주범이라 말하고 싶을 겁니다.  그러면서 메르스 종식과 동시에 다시금 예전의 지지율로 금방 회복될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 삼고 있을 줄로 압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요인은 비단 메르스 자체 때문만은 아닌 듯싶습니다.  오히려 정부와 청와대가 벌이고 있는 몰지각한 행태 속에 지지율 추락의 원인이 어른거리고 있는 탓입니다.

 

ⓒ노컷뉴스

 

19일 대부분의 일간지 1면에는 정부 부처의 '메르스 광고'가 실렸는데요.  하지만 유독 '국민일보'에만 해당 광고가 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왜일까요?  전국언론노동조합에 따르면 '국민일보'가 며칠 전 보도한 "박근혜 '살려야 한다' 사진 패러디 봇물"이라는 제하의 기사에 대해 청와대가 불만을 품은 결과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16일 국민일보에 전화를 걸어 해당 메르스 관련 보도에 대해 문제를 삼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국민일보만 광고가 다르다 ⓒ노컷뉴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를 향해 광고를 이용한, 일종의 길들이기에 나선 셈입니다.  지금은 20세기가 아닌 21세기입니다.  20세기에나 보았음직한 행태를 우린 또 다시 목도하고 있는 와중입니다.  그나마 청와대 자신들에 대한 관리나 제대로 이뤄지면서 이러한 무리수를 벌인다면 아주 미약하게나마 정상 참작 가능한 부분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못합니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청와대 내부 경비 담당 부대 소속 경찰관이 성추행 혐의로 체포되어 구속영장이 신청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번 단 한 차례에 그쳤다면 몰상식한 한 개인의 단순 일탈로 치부될 사안이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만, 앞서 청와대 외곽 경비를 담당하던 202경비단에서는 소속 경찰이 지난달 스마트폰 채팅 앱에서 만난 여성을 2차례 성폭행하여 구속된 바 있고, 실탄 4발을 분실한 사실을 은폐하려던 일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경비단장마저 교체되는 일이 있었기에 그 또한 변명이 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쯤되면 청와대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계파 간 갈등을 의도적으로 수면 위로 꺼내들며 정쟁을 부추기는 듯한, 국회법 개정을 놓고 벌이는 대통령과 입법부 간의 힘겨루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황입니다.  메르스 초기 국면에서조차 입법부를 향해 날 선 발언을 내뱉으며 컨트롤타워로서의 제 역할을 포기했던 청와대였는데요.  그러나 자신들을 향한 언론의 쓴 소리엔 오히려 광고 집행 누락을 통한 길들이기로 대응하는 민첩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정작 기강을 제대로 갖춰야 할 자신들은 해이해질 대로 해이해져 관리마저 엉망인 상황이거늘 아무리 우매하거나 무지몽매한 국민이라 해도 이러한 청와대의 막되먹은 모습이 눈에 밟히지 않을 수 있을까 싶습니다.  결국 박 대통령의 끝없는 지지율 추락은, 메르스에 원죄를 씌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겠지만, 비단 메르스 때문만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지점으로부터 기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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