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일베교수 논란, 왜 심각한가

새 날 2015. 6. 1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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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서의 생각은 무얼 상상하든 자유입니다.  제아무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권력자라 해도 개인의 머릿속을 통제할 권한이나 재간은 절대로 없습니다.  문제는 보통 이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순간 발생합니다.  표현 양태와 주변 여건에 따라 상황이 적절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왕왕 발생하곤 하는 탓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간혹 빚어져 온 표현의 자유 논란 역시 대부분 이로부터 기인할 것입니다.

 

최근 부산대와 홍익대에서 잇따라 불거진 이른바 '일베교수' 논란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부분을 생각케 합니다.  우선 특정 지역 비하와 이미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조롱 등을 일삼는 일베 문화가 대학 강단에까지 파고들어온 게 아닐까 싶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으리라 짐작됩니다.  그의 신호탄이라 여겨질 정도로 이번 사안이 엄중하게 와닿고 있는 탓입니다.  물론 이는 맞는 말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단순히 두 사람의 교수가 보인 일탈 행위만으로 대학가 전체에 특정 문화가 전파되었다고 단정짓기엔 무리가 따르는 일임이 틀림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우려하는 현상이 전혀 아니라고 말하기에도 찜찜한 구석이 많습니다.  채 드러나지 않은 비슷한 사례들이 얼마든 존재 가능하거니와 사회 곳곳에 또아리를 튼 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는 패륜적이며 몰상식한 기운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탓입니다.

 

이들 교수들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든, 또한 그러한 것을 밖으로 표출하는 행위 자체에 대해선 그다지 태클을 걸고 싶지 않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 같은 사안을 두고도 사람마다 생각이 각기 다를 수 있고, 더구나 정치적인 사안일 경우 더욱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며, 그들 스스로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표현의 자유에 대한 영역일 수도 있는 탓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지위와 별개로 그들의 생각과 사상만큼은 충분히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몇 가지 측면에서 보자면 이들의 행위에 심각한 문제의 소지가 엿보입니다.



우선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표현 방식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평소 강의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대놓고, 혹은 은근슬쩍 표출하는 행위만으로도 개인적인 속내를 충분히 드러내놓고도 남을 일을 왜 지극히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과제를 통해 자신의 사상을 강요하거나 시험 문제 속에서 이를 공공연하게 나타내야 했는가를 되묻고 싶습니다.  즉, 생각은 자유이니 나무랄 생각은 없으나 이를 밖으로 풀어놓는 방식 내지 주변 상황이 무척이나 부적절했다는 판단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베 커뮤니티 내에서 '일베를 사랑한다'며 표현하는 행위는 전혀 문제의 소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약 해당 커뮤니티 밖에서 같은 표현을 했다면, 일밍아웃이라며 한 바탕 소란이 이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가치 판단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말입니다.  굳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고 싶다면 그러한 표현을 일삼더라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지극히 편향적인 공간일 경우 작금의 논란은 애초 빚어지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일례로 일베 커뮤니티에서 특정 지역을 비하하거나 전직 대통령을 조롱하는 일 따위는 일상다반사와 같은 사안이라 적어도 해당 커뮤니티 내에서 만큼은 문제 삼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  문제는 그로부터 벗어난 지점에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SBS 방송화면 캡쳐

 

해당 학교의 학생들에 따르면 그들 중 한 사람은 일베를 들락거릴 정도로 극단적이며 편향된 사상을 지녔음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일베 하는 교수라고 하여 뭐가 문제냐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는 머릿속에서의 자유로운 상상과 이를 밖으로 표출했을 때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결과와 같은 맥락이라 판단됩니다.  즉, 그가 평소 교수 신분으로 아무도 모르게 일베를 들락거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일상 생활 속에서 그와 같은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될 경우, 머릿속 상상과 마찬가지로 특별히 문제로 불거질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을 떠나 그의 행태엔 도덕적으로 커다란 흠결이 있고, 평소 일베를 이용하던 사실마저 들통나게 됐다는 사실은 이미 그 자체만으로도 현재의 직위를 유지함에 있어 문제가 있음을 내비치고 있는 셈입니다.  진리의 전당이라 일컫는 대학에서 패륜적이며 편향된 사상을 지니고 있는 이에 의해 가르침이 이뤄진다면, 이는 이미 대학이라는 이름을 무색케 하고도 남을 일이기 때문입니다. 

 

ⓒSBS 방송화면 캡쳐

 

또 다른 교수는 오로지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려는 목적 하나 때문에 시험문제 속에 전직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조롱하는 비유를 넣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받아들여 봅시다.  이 교수의 말, 백 번 맞습니다.  같은 내용을 학습하더라도 이왕이면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앞으로도 자신의 교수법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외부에 공개되어선 안 될 시험문제를 공개했다며 학생들을 문제 삼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좋은 교수법이며 목적이 옳다 해도 수단에 문제의 소지가 있어선 안 될 노릇입니다.  쉽고 재미있는 표현이라면 다른 비유도 얼마든 존재할 텐데, 굳이 전직 대통령을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표현을 활용해야 했음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인간적인 영역에 결함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셈이자 해당 교수의 자질과 인성을 심히 의심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거기에 뻔뻔스럽기까지 합니다.  과연 지성인을 양성해야 하는 사람으로서의 자격이 있기나 한 건지 되묻고 싶을 뿐입니다. 

 

교수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편향된 정치관을 심으려는 행위는 또 다른 갑질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이들을 그대로 두게 될 경우 단순한 갑질로 끝나는 게 아닌, 일베적 성향을 띤 스승 같지 않은 스승들에 의해 수많은 학생들이 비틀어지며 왜곡된 가치관 및 정치관에 노출되게 될 테고, 가뜩이나 몰상식 및 불건전의 숙주 역할을 하는 특정 커뮤니티와 함께 우리 사회에 몹쓸 기운을 자꾸만 불어넣는 역할을 하게 되지는 않을까 싶은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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