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김문수 전 지사의 메르스 발언, 황당하다

새 날 2015. 6. 13. 12:06
반응형

김문수 전 지사가 12일 마산대학교 초청 특강에서 한 발언이 조용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선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그의 발언부터 살펴보자. 

 

"원자폭탄이 떨어지면 열이 어마어마하고 빛으로 다 타버려 화재가 나고 다 깨진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핵무기는 겁을 안 내면서 메르스, '중동 낙타 독감'을 겁내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메르스가 독감인데, 물론 막아야 한다.  정부가 잘못한 것도 있다.  하지만, 메르스가 '중동 낙타 독감'인데 이것 때문에 난리인 건 조금 우습다.  마산 이쪽에는 사실 격리수용자가 있지만 죽은 사람이 없는데도 난리다.  그런데 원자폭탄은 아무도 겁을 내지 않고 있다.  희한한 일이다.  미국 소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린다고 데모하고 난리친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미국 소고기 먹고 광우병 걸리고 배탈난 사람 손들어봐라,  없잖은가.  대한민국 사람 참 웃기다"

 

ⓒ연합뉴스

 

물론 발췌된 발언의 일부만으로 전체를 논하기엔 엄연한 한계가 존재하는 일이나, 알려진 내용만으로도 그의 평소 지론에 대한 단면 정도는 충분히 파악 가능할 듯싶다.  이번 강연 주제는 "내가 꿈꾸는 대한민국"이다.  제목만 봐도 그의 대권을 향한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하나로 꼽히는 그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상황으로 받아들여진다.  즉 정계복귀에 앞서 강연 등의 대외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곧 점화될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읽힌다.

 

하지만 그의 이번 발언은 문제 투성이다.  부적절한 비유와 국민에 대한 그릇된 인식 탓이다.  물론 핵무기 무섭고 겁이 난다.  이를 무섭지 않다고 표현한 국민은 이제껏 단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그에 따른 공포쯤은 상식적으로 잘 알려진 탓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지사는 원자폭탄에 대해 아무도 겁을 내지 않는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허위사실을 공개적으로 읊고 있는 게 아닌가.  아울러 핵무기로 인한 공포와 이미 발등에 떨어진 메르스의 그것은 성격상 판이하다.  이 시점에서 메르스가 핵무기와 비견되는 게 과연 적절한가? 

 

그가 굳이 핵무기를 언급하고자 했다면, 그 대상이나 시류에 걸맞는 비유를 끄집어냈어야 함이 옳다.  일례로 주한미군에 배송된 탄저균을 그에 비유했다면 꽤나 탁월했노라며 우뢰와 같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싶은데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김 전 지사, 인기 영합과는 거리가 아주 멀어 보인다.  스스로 기회를 걷어차고 있으니 말이다. 

 

김 전 지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당장 위협할 만한 주한미군의 탄저균에 대해선 단 한 마디의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면서 왜 뜬금없이 원자폭탄을 메르스에 빗댄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대한민국과 국민을 끔찍이도 아끼고 생각하는 분이라면 감추기에 급급하고 있는 탄저균에 대해서도 한 마디 정도 언급했어야 하지 않나?  미국에 대해선 끽소리도 못하면서 우리 국민들더러 희한하거나 웃기다고 하니 그저 어처구니없을 따름이다.



메르스로 인한 공포감 확산의 원인은 초동대처에 실패한 정부와 집권 여당에 있다.  이는 누누이 언급됐으며 대다수가 수긍하고 있다.  혹여 공포감 확산이 과장된 게 사실이라 해도 이 또한 정부와 여당 탓이다.  4차 감염자마저 발생하고, 사망자가 13명에 이르며 확진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못한 탓에 국민들의 불안과 고통 그리고 공포는 지속적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두고 겁에 질린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낮춰 부름은 억지에 불과하며, 국민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른 이들도 아닌 작금의 공포를 만들고 확산시킨 장본인들이 이 따위의 발언을 한다는 건 적반하장이 아니면 과연 무엇이겠는가.

 

단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몸짓이 다소 과잉된 행동으로 비치더라도 차라리 모자람보다 백 번은 낫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감을 호소하는 상황에 대해 마치 광우병 사태 당시 데모로 난리쳤다는 비유를 들이대는 방식 역시 부적절하기 짝이 없다.  이는 적절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메르스에 대해 지나치게 겁을 먹고 있다며 과장된 공포감이라는 표현으로 애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폄훼하거나 희석시키려는 속내를 비치고 있는 정부와 새누리당의 행태와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들이 걱정하고 있는 건 국민의 안전과 생명보다 오로지 재벌과 부자 그리고 대형병원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입게 될지도 모를 피해뿐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발 빠르게 금리마저 내리며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자꾸만 부추기는 행태가 이를 입증한다.

 

결과적으로 볼 때 새누리당의 행태와 김 전 지사의 그것은 궤를 함께한다.  이렇듯 황당하면서도 어이없는 발언을 일삼는 분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으니 새누리당의 수준도 참 알 만하다.  하긴 도지사인 자신의 목소리를 몰라 봤다고 하여 현직 소방 공무원을 전보 조치하는 놀라운 패기를 보였던, 지극히 권위적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이 그분이었으니 오죽 할까 싶긴 하다.  어쨌거나 이런 분이 대한민국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로 꼽히고 있는 이러한 웃지 못할 상황은, 대한민국 국민에겐 재앙에 가까운 일이자 안타까운 현실에 다름아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