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꼼수 작렬 새누리당

새 날 2015. 6. 11. 14:35
반응형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연기됐습니다.  '전격'이란 표현을 사용해야 할 만큼 비밀스러우면서도 급작스레 이뤄진 결과입니다.  언론에 따르면 10일 오전 결정된 사안이라고 합니다.  물론 정확한 속내야 우리 같은 범인이 알 방도는 없습니다.  다만, 여러 정황상 청와대의 주장이 결코 허튼 소리는 아닐 것이라 짐작됩니다.  왜냐하면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 연기를 발표하던 시각과 엇비슷했던 10일 오전 9시부터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반드시 성사돼야 한다며 한껏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는 김무성 대표를 비롯, 이날 회의에 참석하여 대통령을 옹호하던 이들을 멋쩍게 만들고 말았습니다만.

 

야권과 국민 여론은 대통령의 미국 순방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로지 새누리당만이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며 엄호 사격을 자처하고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상당히 우스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시쳇말로 모양 안 빠지게 된 셈입니다.  이는 공무원연금법 개혁안 합의 시점부터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당청 간의 불편한 관계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도 싶습니다.  물론 현 시점에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할 수밖에 없긴 하지만 말입니다.

 

ⓒ국민일보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으며 연일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는 메르스 사태도 엄중하거니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이라 국익 차원에서 보자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만은 없는 처지에 놓인 우리의 현실입니다.  물론 국민 여론은 방미 연기 쪽으로 조금 더 기울고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리얼미터가 최근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순방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53.2%로, 예정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 39.2%를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강행해야 한다는 그간의 새누리당의 주장 자체에 대해선 그다지 태클을 걸고 싶지 않습니다.  그 속내야 겉으로 드러나고 있지 않으니 제대로 알 수는 없는 노릇이나, 어쨌든 국익 차원에서 볼 때엔 미국 순방 자체가 필요악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 사안인 탓입니다.  다만, 국민의 고통과 아픔을 뒤로 한 채 미국 순방길에 오르는 대통령의 뒷모습이 마냥 좋게만 보일 리는 만무합니다.  때문에 미국 순방 연기는 급전직하의 상황에 놓인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을 꾀한 측면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라 짐작됩니다.

 

그러나 메르스 국면에서 드러난 새누리당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대통령의 방미 주장은 국익 차원이라기보다 전적으로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결과물로 읽히는 상황입니다.  아울러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메르스 확진 환자와 사망자들을 지켜 보며 공포에 떨고 있을 국민들더러 지나치게 겁이 많다고 폄훼하거나 경제가 망하고 있으니 이제 그만 좀 하자 라는 식의 대응으로부터는 언뜻 세월호 참사 당시의 상황이 어른거리기까지 합니다.  자식의 죽음 앞에서 원인 규명을 해달라며 절규하는 유가족들더러 이제 지겹다며 그만하자던 예의 그 몰상식한 기운이 강하게 전해지는 탓입니다. 

 

ⓒ노컷뉴스

 

새누리당이 국민에 대해 털끝만큼의 생각조차 없음을 보다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는, ‘메르스’ 확산을 계기로 원격진료 허용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처리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메르스 사태를 통해 원격진료 시스템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며 다시금 이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원격진료 서비스를 주 내용으로 한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2013년 6월 발의된 이후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의료계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한 노릇입니다.  메르스 확산과 원격의료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는 보이지 않은 채 우물가에서 숭늉 찾고 있는 행태라며 이를 강하게 성토하고 나선 것입니다.  사실 원격진료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해서 메르스가 창궐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왜냐하면 전염력이 강한 감염병 앞에서 제아무리 첨단을 달리는 원격진료라 해도 딱히 할 만한 역할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미흡하기 짝이 없는 기초적인 보건 방역 분야를 더욱 강화시켜 나가야 하는 게 급선무 아닐까 싶습니다. 



2013년 발의된 의료법 개정안이 현재까지 발이 묶인 이유는, 원격진료가 확산될 경우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 현상을 가중시켜 결국 동네 의원 대부분이 설자리를 잃게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영리병원 도입을 통한 의료 민영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메르스의 혼란한 틈을 이용해 새누리당이 이를 관철시키려 나선 것입니다.

 

이번 메르스 사태 확산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와 여당에 있습니다.  무엇보다 골든타임을 놓치고 방역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한 채 허둥지둥대다 초동대처에 실패해 화를 키운 셈이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전 국민이 불안에 떨고 있는 마당에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근본적인 원인 따위 깡그리 무시한 채 뜬금없이 원격진료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건 새누리당이 국민들의 수준을 한없이 얕잡아 보고 있노라는 방증입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이 괘씸하게 다가오는 건, 국민 여론에 귀 기울이기보다 오롯이 청와대의 눈치만을 살피며 그저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고, 메르스 창궐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과도한 공포감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애써 축소하려 하거나 이 틈을 이용해 경제 논리를 앞세운 채 원격의료 시스템 허용을 내세우고 있는 발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즉, 국민의 고통과 아픔에 대해선 철저히 외면한 채 무엇보다 권력에 아부하고 부자들의 이권에만 눈이 먼 탓에 이러한 결과가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애시당초 새누리당으로부터 서민들의 고충에 대해 헤아려 주길 기대하는 자체가 상식적이지 못한 일이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해도 해도 너무하지 않은가 싶어 화가 날 지경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