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부드러운 기타연주를 꿈꾸며...

새 날 2012. 4. 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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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빛나던(?) 청년기 시절, 머물다 훌쩍 떠나버린 청춘처럼 기타에 몰입하던 잠깐의 시간이 스브적 스쳐간 기억이 있다. 지금처럼 노래방이란 것도 없었고, 보다 진일보한 대중음악과 이들을 무한 재생해내는 각종 디지털기기들도 없었던, 어찌 보면 매우 풋풋했던 시절이었기에 자연스레 통기타가 보편적인 하나의 문화 형태로 자리매김 되어 있던 때다.

 

"세고비아"란 기타 브랜드가 호령하던 시절이었는데, 당시 우리집에도 기타 하나가 있었다. 브랜드는 "삼익".... 호기심에서 잡아보았던 기타, 처음엔 마냥 어려웠다. 당시 흔하게 굴러다니던 가요책을 펼쳐 놓고 코드 외워가며 연습을 시작했던 난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그만 포기하게 된다. 아무리 연습해도 실력이 눈에 띄게 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야 했다. 비록 단번에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끝까지 믿음을 갖고 진득하게 도전해야 어느 정도의 보상을 얻게 된다. 기타 연주도 그러했다. 경험상 진척이 없더라도 6개월 이상 꾸준히 연습을 하니 어느 순간 제법 비슷한 소리를 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라.

 

이후로 기타란 것이 마치 청춘의 상징인 양 등교할 때도 동여매고 가는 일이 잦아졌다. 여담이지만, 독기를 품으니 기타연주 익히는 시간이 조금은 단축될 수 있었다. 당시 친구 중 잘 하는 놈이 하나 있어 은근히 이 놈에게 지기 싫은 심리가 발동, 더욱 열심히 연습했던....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유치하고 부질없는 짓인 것 같지만 어찌 되었든 모든 일엔 약간의 경쟁이 곁들여져야 보다 좋은 성과가 뒤따른다는 점은 사실 아니겠는가.

 

뭔가 풋과일 같기만 했던 청년기 시절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고, 이제 기타 따위는 내 머릿속 한 구석탱이를 차지할 만큼의 관심을 끌만한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얘기라 미안하지만, 사실이 그랬다. 살기 바쁘다는 이유, 그 때문이리라...

 

 

 

 

 

많은 시간이 흘렀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근래 기타 하나를 구입하게 된다. 과거 집에 있었던 기타와 같은 브랜드로......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굳이 같은 브랜드를 선택한 것은 무의식의 발로였는지.... 아님 요즘 나의 제품 선택의 키인 가격 대 성능비에 의한 그 것이었는지는...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사놓은 기타는 방구석 한귀퉁이에 처박혀 먼지만 쌓여가고.... 이후로 다시 몇년이 흐른다.

 

최근 먼지만 가득했던 기타를 다시 잡았다. 10여년전에 회자되던 말이 생각난다. 마음은 서태지인데 몸은 설운도라는.... 그렇다. 마음은 자유자재로 연주하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코드 하나 제대로 잡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옛 생각하며 쓰리핑거 주법을 시도해 보니 손가락이 굳었나 보다.... 마음만큼 움직이질 않는다... 일반 악보를 제대로 볼 줄 모르니 TAB악보만 갖고 낑낑 거린다. 과연 일정 정도의 실력으로 올려 놓을 수 있을까. 그래, 옛날 생각하며 또 꾸준하게 연습해 보자. 플랫과 플랫 사이를 부드럽게 넘나들며, 개인기를 맘껏 발휘하는 또 다른 나를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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