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박 대통령 미국 방문 딜레마 덜어줄 묘책은 있나

새 날 2015. 6. 10.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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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때문인지 처음엔 완강하게 이를 고수하겠다며 버티던 청와대마저 다소 멈칫거리는 모양새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겠지만,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대한 의견은 찬성과 반대, 둘로 크게 나뉩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와중이라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방문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즉 국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메르스가 창궐하여 수많은 국민이 이에 감염되거나 공포에 떨며 일상 속 불편을 겪고 있는 국가 위기 상황 앞에서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 있느냐며 무책임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 의견이 훨씬 우세합니다.  정부를 향한 비난 여론이 비등한 탓입니다.

 

이쯤되면 제아무리 불통의 대명사라 불리는 박 대통령이라 한들 고민스럽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있어 가장 아쉬운 대목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총리의 부재가 가장 크게 와닿을 것 같습니다.  혹자는 있으나 마나 한 총리가 뭐가 대수냐며 목소리를 높이곤 합니다.  그렇지만 비록 허수아비에 불과한 탓에 사스 창궐 당시 고건 총리만큼의 역할까지는 기대할 수 없을지언정, 현재 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총리의 부재가 큰 짐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청와대

 

물론 해외 출장길에 나섰던 최경환 부총리가 총리 대행이라는 직위을 떠맡은 탓에 출장 일정마저 줄이며 급거 귀국한 채 메르스 종합대책을 내놓긴 했으나, 그가 경제 전문가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떠나 아무래도 제한적인 역할일 수밖에 없고, 중량감마저 떨어져 보이는 점 역시 어쩔 수가 없는 노릇입니다.

 

만에 하나 총리가 현재 공석이 아니라면 대통령은 메르스 국면에서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었을 테고, 미국 방문길에 나서는 일조차 지금과 같이 큰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개연성이 큽니다.  메르스 대응에 대한 컨트롤타워 논란이 거듭되고 있고, "정부가 알아서 잘 조치할 것입니다"라는 류의 유체이탈 화법이 횡행하는 현상을 보니 더더욱 총리의 부재가 대통령에게 있어 더없이 아쉬워 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재 황교안 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오늘 일정이 마지막이라고 하는데요.  총리 임명을 위협할 만한 큰 이슈거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작금의 흐름이라면, 그를 반대하는 야권이나 시민단체의 일관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큰 무리 없이 총리 자리에 앉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전망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는 이미 법무부장관 지명 당시 인사 청문회를 거친 데다 메르스 국면으로 인한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탓에 이번 청문회는 마치 김 빠진 맥주마냥 싱겁기 그지없습니다.

 

ⓒKBS

 

청문회가 끝나면 여야는 청문보고서 채택을 위해 사전 조율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후 청문보고서가 채택되고 본회의 인준을 거쳐 공식 임명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14일이라는 데 있습니다.  즉 청와대는 최대한 임명 절차를 앞당겨 어떡하든 이번 주 내에 이를 마무리짓고 대통령을 미국 방문길에 오르도록 하겠다는 상황으로 읽힙니다.  언론들 역시 대체로 14일 이전에 총리에 대한 임명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대통령이 미국 방문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낼 것인가의 여부에 대한 최후의 보루가 다름아닌 총리 임명인 셈입니다.  결국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결정은 반드시 총리 부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건 아니겠습니다만,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친다는 데엔 이견이 없을 줄로 압니다.  만약 청와대의 바람대로 총리 임명이 주중 마무리될 경우 메르스 대응에 대한 모든 권한은 총리에게 떠넘겨지는 수순을 밟을 테고, 박 대통령은 컨트롤타워의 혼란이니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책임 따위로부터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미국 방문길에 오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물론 메르스 사태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말입니다.


이 대목에서 시간을 조금만 앞으로 되돌리거나 가정법을 적용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에 의해 낙마한 이완구 전 총리가 만에 하나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적어도 총리가 메르스 국면에서의 정부와 대통령을 향한 마구잡이 비난 앞에서의 방패막이 역할은 일정 부분 소화 가능했으리라 짐작됩니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자신의 직분을 망각한 채 수시로 유체이탈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는 건 모든 책임을 총리나 정부 각료들에게 짐 지우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총리가 없으니 그 모양새가 국민들에겐 얼마나 어이없으며 황당하게 받아들여질까 싶으며, 하물며 대통령 본인에겐 또 어떨까 싶습니다. 

 

박 대통령이 현재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일 것입니다.  적어도 방패막이 역할 정도는 해 주어야 할 총리의 부재로 인해 미국 방문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 상황이 몹시도 못마땅하거나 아쉽게 받아들여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수첩에 적힌 인사들 중 이젠 더 이상 써먹을 만한 인물이 없다며 한탄하고 있는 사실은, 대통령 스스로를 돌아 봐야 할 문제이지 국회 인사 청문회 제도 탓이 절대로 아닙니다.  결국 오늘날 모든 결과물의 시작과 끝 그리고 그의 연장선엔 박 대통령 자신이 어른거리고 있으며,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괜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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