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주민세 인상 않겠다던 정부, 꼼수 부리나

새 날 2015. 6. 3.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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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초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을 인상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는 담뱃값 인상의 후폭풍과 함께 서민 증세 논란으로 불거지게 되고, 결국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이 직접 나서 "주민세와 자동차세 등의 인상은 계획에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덕분에 지난해 주민세를 2만-2만5천원까지 인상하기 위해 발의된 지방세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안전행정위 법안소위에 계류된 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 확충을 위한 묘수에 전전긍긍해하던 정부는 결국 우회적인 방법을 끄집어냈다.  일찌감치 지방 재정 개혁을 화두로 내걸었던 정부, 연간 34조원에 달하는 지방교부금 배분 방식을 증세 유도의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방교부금이란 지방자치단체 간 세원 규모 차이에 따른 불균등 재정력의 격차를 국가가 조정하기 위해 마련한 세제로, 매년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재정수입액을 측정하고 그 금액이 기준 재정수요액에 부족하게 될 경우 이를 보충하는 재원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어떠한 방식을 통해 증세에 나서게 된 것인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논의되었던 지방재정 개혁안 중 주민세와 관련한 사항을 슬쩍 거들떠보자.  당시 정부는 주민세 등 세출 구조조정을 하는 지자체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면 주민세 인상률에 따라 지방교부금을 차등지급하는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이다, 



주민세를 1만원으로 정해 지자체가 징수할 수 있는 목표액으로 계산한 뒤 이에 미치지 못할 경우 미수 징수액의 최고 200%까지를 페널티로 환산, 교부금을 감액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정부가 지자체로 하여금 주민세 인상을 강요하고 나선 셈이다.  이렇듯 지방교부금 지원 삭감을 앞세운 정부의 ‘주민세 인상’ 압박 카드는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너나 할 것 없이 주민세 인상에 나서고 있는 지자체

 

오는 8월 주민세 부과를 앞두고 전국의 지자체가 일제히 조례를 개정하며 너나 할 것 없이 이의 인상에 나선 것이다.  특히 지방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일수록 교부금 차등 지급 압박이 현실로 다가오는 탓에 울며 겨자먹기로 이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지자체 주민에게로 전가되고 있는 양상이다. 

 

전남에서는 함평과 담양, 영광, 강진, 완도 등에서 7천원으로 인상했거나 인상할 계획이고, 경북에서는 칠곡과 군위, 울릉군 등이 최근 3천원에서 1만원으로 인상했다.  나머지 20개 시군도 1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단다.  경남지역 17개 시군 역시 인상을 추진 중에 있으며, 경기도 김포시는 3천원에서 7천원으로, 4천원이었던 수원은 1만원으로, 그리고 남양주시나 평택시 등도 각각 8천원 내지 1만원으로 주민세를 인상할 예정이다.

 

교부금이라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무시무시한 칼자루 앞에선 도저히 만용조차 부릴 길 없는, 그저 순한 어린 양에 불과한 지자체다.  정부가 무엇보다 괘씸하게 다가오는 건, 주민세 인상을 추진하지 않겠다며 국민 앞에서 약속할 땐 언제고 언제 그랬냐는 듯 국비 지원을 빌미로 만만한 지자체를 압박하는 꼼수적 방식으로 인상을 추진하고 나선 대목이 아닐까 싶다.  이는 결과적으로 정부의 서민 증세 논란을 회피하기 위한 요량으로 자치단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이자 우회적인 증세가 아니면 과연 무엇이겠는가.  

 

기획재정부 재정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는 1조5000억원이 덜 걷혔고, 소득세는 4조8000억원이 더 걷힌 것으로 조사됐다.  재벌과 부자에겐 감세로 일관한 채 구멍난 세수를 만만한 일반 서민들로부터 메운 덕분이다.  국민 건강 증진이란 허울 좋은 담뱃값 인상도 결국 서민들의 얇디얇은 호주머니를 탈탈 터는, 증세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던가.  물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복지 예산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중앙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의 재정 확충은 그 무엇보다 시급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의 세수에 대한 기조가 애시당초 잘못됐다.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근래 두 배 이상 늘었다는 보도를 접한 바 있다.  투자는 않고 현금만 비축해놓은 덕분이다.  낙수효과는 언감생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오히려 부자와 재벌에겐 감세를, 그리고 서민에겐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그도 여의치 않을 때엔 이번처럼 우회적인 방법으로 증세를 시도하고 있다.  가뜩이나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정도로 열악하기만 한 가계에 재정 부담을 자꾸만 떠넘긴다면, 기업에도 부작용으로 작용하며 악순환으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국가 경제라는 큰 밑그림을 놓고 볼 경우 더욱 바람직스럽지가 않다.  정부의 꼼수적 행태가 영 거슬리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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