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아이들의 상처가 저급한 감성이 아닌 이유

새 날 2015. 4. 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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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지사가 이슈 메이커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왜냐면 그가 이제껏 빚어온 각종 논란들이 짧은 시간 내 확대재생산되어 그로부터 떠났던 시선들로 하여금 재차 그를 향해 돌아오게끔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의 행동이 정치적 입지를 높이기 위한 나름의 치밀한 전략이라면 해당 논란의 가치 판단 여부를 떠나 꽤나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아울러 그는 매우 뛰어난 전략가이자 관심끌기의 달인임이 분명하다.  적어도 이목 끌기 만큼은 성공하고 있는 셈이니 말이다. 

 

경남도의회 의원이 무상급식 계속 지원을 호소하는 학부모가 보낸 문자에 대해 "문자 보낼 돈으로 급식비를 내라"고 답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고, 이번엔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감이 급식비 미납자들을 한 명씩 일일이 불러 밥 먹지 말라며 전체 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주는 일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겨레

 

이러한 논란은 실상 무상 급식 중단 이슈가 없었더라면 애초 지금과 같이 크게 부각될 만한 사안이 아닐지도 모른다.  때문에 이렇듯 세인들의 주목을 받게 된 건 전적으로 홍 지사의 뛰어난 전략가적 기질 탓이라 여겨진다.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이 빛을 발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작금의 논란은 적어도 "무상급식 지원 중단으로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다는 말은 저급한 감성"이라는 홍 지사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음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의 주장이 설득력을 갖추기 위해선 앞서 살펴본, 그릇된 인성과 자질을 지닌 정치인이나 교육자와 같은 무리들이 우리 사회에 절대로 존재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이라는 가치를 신봉하는 정치인과 교육자들이 즐비한 지금과 같은 여건에선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무상급식을 호소하는 학부모에게 문자 남발하는 돈으로 아이 기 죽이지 말고 급식비 당당하게 내라고 하거나, 어릴 때부터 공짜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게 현명한 건지 한번쯤 생각해보라는 따위의 몰상식하기 짝이 없는 모 정치인의 표현은 홍 지사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든다.  아울러 교감이라는 직책을 지닌 교육자는 급식비를 내지 못한 아이들에게 전체 학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너 같은 애들 때문에 다른 애들이 피해를 본다"며 심한 막말을 퍼붓기 일쑤인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저급한 감성이라며 단순 명료하게 딱 잘라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같은 사안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다.

 

 

혹여 이의 주장처럼 가정 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못낸 게 아니라 상습적으로 이를 안 낸 아이들을 지적한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내일부터 오지 말라" 거나 "밥 먹지 마라" 심지어는 "꺼져라"는 막말을 전교생들이 바라보는 현장에서 퍼붓는다는 건 교육자로서 전혀 어울릴 법하지 않은 행위에 불과하다.  교사로서의 자질과 인성이 심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아이들에게 죄가 있다면 그저 급식비조차 낼 수 없는 가난이 전부 아니겠는가.  이러한 아이들에게 도대체 어떠한 잘못을 물을 텐가.  다른 이유도 아닌, 돈 때문에 이렇듯 심한 모멸감을 주는 이들이 교육자랍시고 교단에 서있을 수 있는 이상 우리 아이들이 상처를 받지 않는 일은 그저 요원하기만 할 테다.

 

때문에 홍준표 지사가 내세우는 주장이 아무리 옳다손쳐도 적어도 가난을 죄악시하거나 돈으로 줄세우기하는, 몰상식한 정치인과 교육자가 즐비한 비틀어진 사회적 토대 아래에서는, 아이들이 상처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란 절대로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이는 홍준표 지사가 화두로 던진, 선별적 복지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곱씹어 봐야 할 문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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