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조롱과 패륜이 애국보수가 되는 참담한 세상

새 날 2015. 1. 2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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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의 조롱과 패악질은 끝이 없다.  이제껏 그들의 수많은 망동을 봐왔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단원고 어묵 조롱은 가히 역대급이라 할 만하다.  혐오스러움을 넘어 역겨움으로 다가올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글을 쓰는 자체가 사실 내겐 매우 불편하다.  왜냐면 성토든 찬양이든 어쨌거나 이 글 자체가 그들에 대한 관심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데다 자칫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라도 하는 날엔 그들이 추구하는 최고 가치인 '관심'이란 목표에 한층 다가설 테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 건으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두고 '마녀사냥'이라거나 '국민정서법'이라며 비아냥거리고 있는 그들이다.  논란이 있은 뒤에도 세월호 희생자를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글들은 여전하다.  차마 이미지나 글로 재차 표현하기가 꺼려질 만큼 추악하기가 그지없다.  그러나 이는 그들 나름의 정신 승리를 나타내는 방식 중 하나일 테다.  이번 일로 전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과 이러한 결과를 자신들이 일궈냈다는 흥분감에 오히려 한층 고무된 모습이 역력하니 말이다.  이런 게 바로 일베의 실체다.

 

이들의 행태가 일견 이해가 되는 이유는, 일베라는 커뮤니티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돋보여야 인기글에 등재되는 구조이고, 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양산될 수밖에 없는 철저한 경쟁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미 웬만한 자극 따위엔 반응조차 하지 않을 만큼 커다란 내성이 생긴 그들일진대, 때문에 이를 뛰어넘기 위한 무리수는 점차 진화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망동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건 아마도 이로부터 기인하는 듯싶다. 


그런데 근래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논란을 야기한 이들의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정체성과 가치 판단 능력이 미흡한 청소년들이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신은미 황선 씨 토크콘서트 당시 테러 행위를 자행했던 고교생으로부터 IS에 가담한 김군, 그리고 이번 단원고 학생까지, 최근 일베와의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사회 문제 건들은 죄다 청소년들이 저지른 행위라는 점이 이채롭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우린 흔히 아이들은 어른의 현재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  이들의 모습으로부터 결국 우리 자신의 민낯을 보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를 애국보수라 치켜세우며 패륜행위를 일삼는 그들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 내재돼 있는 갖은 모순과 온갖 병리적 현상들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발현체라 할 만하다.  이는 일베가 퍼뜨리고 있는 사상과 가치관이 어느덧 일상화의 단계를 넘어 우리 아이들의 가치관마저 뿌리째 흔들어놓고 있노라는 방증이다. 

 

그렇다고 하여 난 이들이 표현하는 게시물에 대해 딱히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라 해도 보편적 권리랄 수 있는 표현의 자유에 있어 이들이라고 하여 결코 예외가 되어선 안 될 테니 말이다.  다만, 이 점 만큼은 확실히 해 두고 싶다.  자신들이 벌인 행위에 대해서 만큼은 무한 책임이 뒤따르도록 해야 한다는 사실 말이다.  특히 현실 감각이 다소 떨어지는 청소년들에겐 자신의 행동엔 반드시 책임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각인시킬 필요성이 엿보인다.

 

아울러 각종 커뮤니티 등에선 이들이 만들어놓은 양질(?)의 콘텐츠를 퍼나르기 하며 성토의 장을 마련하곤 하는데, 어쩌면 이러한 행태가 그들이 바라던 결과물일지도 모르기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 같다.  즉 관심병자들은 자신들의 게시물이 이곳저곳에 널리 퍼져 잘 알려질수록 희열을 느낄 가능성이 크며, 실제로 그러한 모습을 발견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 단원고 오뎅 조롱 사건만 해도 그렇다.  이들은 자신들의 게시물에 뜨거운(?) 반응을 보일수록 더욱 기세등등한 모습이다.  

 

오염물은 오염된 장소에서 썩어가도록 가만히 놔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염물을 자꾸만 퍼나르기 하다 보니 사회 전체가 더럽혀지고 심지어 관심 없던 사람들마저 괜한 호기심에 빠져들기 일쑤다.  특히 자극과 호기심에 취약한 아이들일수록 이에 더욱 심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언론들 역시 이들을 성토한다며 마구잡이로 그들의 콘텐츠를 퍼뜨리고 있는데, 이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해법이 될 수 없다.  한 마디로 어그로꾼이자 관심병자인 그들에겐 '관심' 따위 모두 끈 채 그저 뒤에서 책임만을 조용히 묻고, 후에 그에 따른 결과만을 크게 알리는 방식이 가장 올바른 해결책일 듯싶다. 

 

자칭 애국보수인 그들, 아무리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다르다고 하여 인륜마저 저버린 채 조롱과 패륜 행위를 일삼는 망동을 보고 있자니, 이 나라 애국보수의 민낯은 참으로 추악하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서 맴돌 뿐이다.  하지만 이들을 뒤에서 비호하며 정치적인 이득을 취하고 있는 세력이 사실은 진짜 원흉으로 받아들여지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닐 테다.  어쨌거나 우리 사회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지 그저 참담하다는 표현 외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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