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우린 왜 쇼핑하러 가서 먹거리만 탐할까

새 날 2014. 12. 29. 12:34
반응형

우린 지금 2014년도의 마지막 주를 관통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충격적인 사건들이 워낙 많았던 터라 그 어느 해보다 뜨겁게 기억된 채 곧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텐데요.  하지만 새해가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얼굴 표정은 영 밝지 않은 듯싶습니다.  왜일까요?

 

비단 2014년도의 아픈 기억들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세밑을 장식하는 뉴스는 온통 우울한 소식들뿐입니다.  얼마전 교통요금을 비롯한 각종 물가가 새해 들어 대폭 인상된다는 소식 들으셨죠?  시쳇말로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기사에선 1%대까지 하락한 은행 예금금리가 우리 국민들의 미래를 위협할 것이라며 잔뜩 겁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60대 이상 가구의 예적금에 대한 가계 의존도가 50%에 육박하고 있어 노년층에겐 더욱 치명타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국민의 미래가 더 쪼그라든다'라는 도발적인 제하의 기사는 우리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데요.  국민의 다수가 노후 생활자금의 밑천으로 삼고 있는 각종 공적 사적 연금의 수급 구조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1%대 초저금리 시대의 진입으로 인해 이전과 같은 돈을 지불해도 가까운 미래에 받을 수 있는 금액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조만간 대다수의 국민이 노후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점이 문제입니다.  우리 사회에 너무도 치명적으로 다가오는 급격한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수혜 계층은 급증하는데 저금리 기조로 인해 자금운용엔 한계가 있고, 거기에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채 만들어진 정책 따위가 한데 얽힌 결과입니다. 



그렇습니다.  새해가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얼굴이 결코 밝을 수 없는 것은 바로 2015년의 전망 또한 결코 녹록지 않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온통 암울한 전망 일색인 경제 기사들 때문만이 아닌, 우리의 얇아진 지갑과 가계 상황이 직접적으로 이를 대변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8천달러이며, 지난해보다 7% 가량 늘어날 것이라는 기사가 더욱 생뚱맞거나 어이없게 다가오는 이유는, 다름아닌 현실과의 큰 간극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사는 쓴 입맛만 재차 다시게끔 만들 뿐 정작 우리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실을 드러내는 보도는 따로 있습니다. 

 

백화점과 관련한 소식인데요.  올해 백화점 매출은 전반적으로 매우 부진한 실적을 보였지만, 신기하게도 백화점 내 식품 매장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물론 이와는 상황이 조금은 다르겠지만, 최근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케아 광명점 역시 정작 가구보다는 매장 내 푸드코트 음식들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쇼핑하러 가서 정작 쇼핑은 않고 이렇듯 먹거리만 탐하게 되는 걸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쇼핑 목적을 위해 실제로 백화점을 방문하였으나 구입을 원했던 제품의 가격이 자신의 지갑 두께에 비해 터무니없을 만큼 비싸게 다가오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씁쓸한 여운을 당장 씻어내기 위해선 뭐라도 먹어야 할 테니, 아마도 식품 매장으로 발걸음이 절로 향하게 되는 게 아닐까 싶군요.  식품 매장에서의 음식 구매를 통해 일단 포만감을 느끼며 쇼핑의 즐거움까지 함께 느껴보려는 취지겠지요. 

 

그도 아니면, 애시당초 쇼핑 따위엔 관심조차 없었던 터이기에 화려한 매장을 그저 눈으로 훑으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식품 매장에서 간단한 음식 섭취를 통해 허기를 달램으로써 나름의 즐거움을 누리려 했던 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백화점 식품 매장엔 값비싼 음식들이 즐비하겠지만, 부담없는 가격에 사 먹을 수 있는 가격대의 음식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백화점 측에선 식품 구매를 하다보면 다른 제품으로의 연관 구매율이 함께 상승하리라는 전망 때문에 연신 유명 맛집을 대거 유치하고 있지만, 이는 꿈보다 해몽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경기 악화로 인해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여력이 백화점 같은 곳에서의 제품 구입을 꺼리게 하고 있는 터라 그의 반대급부로 식품 부문 판매가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소비자들이 많이 현명해지고 있노란 의미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경기가 어려워지니 나타나는, 조금은 특이한 현상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즉 일반적으로 제품은 값싼 온라인이나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하고,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선 아이쇼핑으로 대리만족을 느낄 요량으로 방문한 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뒤 곧장 식품 매장에 들러 허기까지 달래는, 1석2조의 효과를 얻는 매우 똑똑한 패턴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되는 것입니다.  

 

비록 암울한 전망 일색이지만, 어쨌거나 2015년 한 해엔 식품뿐 아니라 오프라인 일반 매장에서의 쇼핑 또한 마음껏 가능해지도록 모든 이들의 지갑이 두툼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