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직업윤리의식이 희박할 때 빚어지는 일들

새 날 2014. 12. 2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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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중국의 한 병원 수술실에서 수술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손으로 V자를 만들거나 팔짱을 낀 채 셀카를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버젓이 올라와 충격을 준 바 있는데요.  해당 사건은 중국뿐 아니라 국내 네티즌들에 의해서도 무수한 비난을 야기할 정도로 커다란 이슈거리였습니다. 

 

ⓒJTBC 방송화면 캡쳐

 

그런데 비슷한 사건이 국내에서도 벌어졌더군요.  사진 공유 SNS인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이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재차 퍼나르기된 상황으로 짐작되는데요.  한 유명 성형외과 수술실로 추정되는 사진 속에는 수술대에 환자가 올라와 있는 상태에서 간호사들이 음식물을 섭취하고 보형물로 장난을 치거나 심지어 돈을 세는 모습마저 담겨 있었습니다. 

 

가뜩이나 가수 신해철 씨의 사망 이후 일부 의료인들이 벌여온 일련의 일탈 행위로 인해 일반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인데요.  최근 흉부외과 의사가 생후 4개월 된 여아의 심장 수술 도중 수술을 중단하는, 결코 벌어져선 안 될 사건마저 세간에 알려지게 된 터라 앞서의 인스타그램 건과 함께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의료인을 향한 악감정에 불을 더욱 지피는 모양새가 돼버렸습니다.

 

ⓒ국민일보

 

극히 일부의 일탈 행위에 불과하다지만, 이보다 앞서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의료진이 수면 마취 상태의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됐던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물론 성 범죄는 특정 직업 영역에 국한되는 사례는 아닙니다.  다만, 일반인들 입장에서 볼 때 의료 행위가 빚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의료인에 대한 시각에 더욱 커다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건 엄연한 현실일 것입니다. 

 

이렇듯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에 맞춰 의사에 대한 직무교육 외 성희롱 예방 등 직업윤리에 관한 교육을 실시하겠노라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탈규제 정책에 어긋난다며 이에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윤리의식에만 맡긴 채 이에 의존하기엔 최근 의료인들의 일탈 행위가 너무 잦은 느낌입니다.  성희롱 예방 교육이 비단 의료 직종에만 해당되는 그러한 성격의 것은 분명 아닐 것입니다.  근래엔 모든 직종에서 이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의료인들이라고 하여 결코 예외일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아니 오히려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의료인들 스스로 적극성을 띠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작 반대하는 모양새를 보아 하니 여전히 위기의식 따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직업에서 공통적으로 지켜야 할 행동 규범과 각각의 직업에서 지켜야 할 세분화된 행동 규범을 일컬어 우린 직업윤리라 칭합니다.  의료인들은 환자의 생명과 목숨을 다루는 직업인들이기에 다른 직종에 비해 더욱 엄격한 봉사정신과 책임 그리고 전문의식이 요구됩니다.  우리가 병원에 가서 우리의 몸을 의료진들에게 맡길 수 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이렇듯 직업윤리의식이 투철한 그들을 쉽게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사무실 내에서 직원들이 함께 음식물을 먹거나 단체 셀카를 찍고, 또 장난을 치는 행위 따위 특별히 문제될 소지가 없겠습니다만, 장소가 병원인 데다 더군다나 수술실에 환자가 마취된 채 누워있는 상황이라면 얘기는 180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의 일탈 행동이 과연 의료인들로서 용납될 수 있는, 그러한 상황일까요?  그렇다면 그들에게 있어 고귀한 환자의 생명이니 건강이니 혹은 인류 봉사 따위의 히포크라테스 및 나이팅게일 선서는 그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의미가 되는 걸까요?

 

단언컨대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의료인들은 일반인들에 비해 더욱 투철한 직업윤리의식을 갖추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느 영역에서건 일탈 행위를 일삼는 이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비록 일부라 해도 일탈 행동이 이렇듯 세간에 쉽게 노출된다는 건 어쩌면 알려지지 않은 더욱 많은 의료 현장에서 비슷한 행위들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 솔직히 우려스러운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의사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해야 하며, 간호사 역시 나이팅게일 선서를 합니다.  전자는 자신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엄숙히 바칠 것이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첫째로 여기고 그들에 대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후자 역시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노라며 일생을 의롭게 살 것이라 굳게 약속하고 있습니다.

 

급하거나 막힐 땐 차라리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료인들의 일탈 행위가 자꾸만 도마에 오른다는 얘기는 그만큼 직업에 대한 사명감 내지 윤리의식이 희박해지고 있노라는 방증일지도 모릅니다.  현직에 몸 담고 있는 의료인이라면 누구든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던 시절이 있었을 테고, 선서에 담겨진 윤리의식이 점차 옅어져가는 작금의 상황에서는 다시금 처음으로 돌아가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을 필요성마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비단 의료인들뿐이겠습니까?  

 

일련의 사건은, 직업인의 윤리의식이 희박해질 때 우리 사회에서 어떤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로, 경각심을 강하게 일깨우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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