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편린들

낙서와 전단 등 잇단 박근혜 비난, 무얼 의미하나

새 날 2014. 12. 27.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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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이었던 지난 25일 밤 서울 명동의 한 건물 계단과 벽 등에 '나라꼴이 엉망이다'라는 글귀의 그래피티가 남겨져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다음날인 26일 밤에는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종북몰이를 비난하는 전단이 대거 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졌습니다.

 

ⓒ뉴시스

 

그동안 표현의 자유를 옭아매는 정부의 행태에 반발하며 이를 성토하는 전단지가 몇 차례 뿌려진 적은 있으나 이렇듯 반정부 성향의 전단지가 대거 뿌려지거나 낙서 따위가 조직적으로 그려지는 행위는 87년 민주화 체계 이래 정말 간만에 보는 느낌이라 예사롭지 않게 다가옵니다.  이는 권력 유지를 위해 벌여온 현 정권의 폭압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비칩니다.

 

해당 전단과 낙서가 무얼 의미하는지를 이번 정권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부에서의 지시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경찰에서 신속하게 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만으로도 이번 사건이 권력을 유지하려는 세력에게 얼마나 민감하게 다가오는 행위이며, 또한 실제로 그렇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찰의 신속한 수사 방침이 제겐 꽤나 호들갑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두 건 공히 해당 행위자가 입건될 경우 '건물손괴죄' 혐의 적용을 검토하겠노라는 경찰의 수사 방침이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현 권력을 조롱한 행위가 하도 괘씸하여 이를 처벌하긴 해야겠으나 아무리 지혜를 모아 봐도 해당 행위에 대해 딱히 적용할 죄목이 마땅치 않았던 터라 나름 고심한 흔적이 역력해 보입니다.  단순한 전단지 살포와 낙서에 대해 오죽하면 '손괴죄'라는 죄목을 들이대려 하나 싶군요.

 

ⓒ경향신문

 

여기서의 '손괴죄'란 타인의 재물·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함으로써 성립하는 형법 366조에 해당하는 범죄로써, 이의 혐의를 적용받게 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무시무시하군요.

 

이번 사건이 벌어진 해당 건물이 공공건물이었는지 아니면 건물주가 따로 존재하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어쨌거나 건물주가 별도의 수사를 의뢰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찰 스스로 수사하겠노라 자임하고 나선 건 권력을 향한 지나친 충성심의 발로 아닐까 싶습니다. 



만일 그렇다면 그동안 동네 구석구석 벽마다 붙여진 그 수많은 전단지와 건물 담벼락, 공공 화장실 등에 적힌 낙서, 그리고 집집마다 뿌려지는 상업용 전단지 따위도 모두 수사를 해야 옳지 않을까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공권력이 정작 힘을 쏟아야 할 곳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방향에 정력을 크게 낭비하는 꼴을 보아 하니 현 시국이 비정상적인 상황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냥 단순히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며 한 차례 크게 웃은 뒤 툭툭 털고 일어서면 그만일 일을 괜시리 성을 내며 건드려 되레 더 큰 문제로 비화시키는 건 아닐까 싶어 우려스럽기까지 합니다. 

 

ⓒ경향신문

 

권력 유지를 위한 무리수가 자꾸만 더해지니 그를 덮기 위한 행위 자체도 치졸해지며 점차 몰상식의 형태를 띠어가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거꾸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이 암울하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의 폭압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경고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국민의 인내심이 임계치 부근에 거의 닿았다는 신호로도 읽힙니다. 

 

이 대목에서 박근혜 정권과 여권이 언급하고 있는 '종북'에 대한 의미를 재차 언급하며 굳이 따져 봐야 제 입만 아플 것 같습니다.  이번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의 후속 대책으로 통진당원 10만명에 대한 국보법 위반 혐의 수사 소식만으로도 그들이 말하는 '종북'의 의미가 무언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기를 가득 불어넣어 빵빵해진 풍선을 손으로 누를 경우 압박이 가해지는 쪽은 움푹 들어갈지 모르나 반대급부로 반드시 다른 쪽은 튀어나오게 돼있습니다.  자연의 이치입니다.  스스로의 무능함을 '종북몰이'로 덮으려는 행태가 바로 이러한 상황과 같습니다. 

 

더 이상의 무리수는 국민들의 저항을 불러올 공산이 큽니다.  군사독재 하에서나 봤을 법한 정권 비난 전단지와 낙서를 21세기의 대한민국 하늘 아래에서 다시 보게 될지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불과 2,30년 전 우리 사회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교훈을 결코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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