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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7

아메리카노와 한약

한국 사람들이 가장 즐겨 찾는다는 한 브랜드 커피전문점에 들렀다. 물론 개인적으로 간 건 아니다. 모임의 뒤풀이 장소라 어쩔 수 없이 가게 됐다. 입구에 들어서니 높다란 천장과 넓게 트인 매장의 전경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 개방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좁아터진 공간의 여느 커피숍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좌석 곳곳에 노트북을 펼쳐놓은 채 무언가 작업에 몰두하는 손님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 가운데서도 넓은 공간에 비해 터무니없이 좁아 보이는 긴 협탁에 상대방의 노트북이 닿을 듯 말 듯 마주 앉은 젊은이들의 모습은 퍽 인상적이었다. 일행이 아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가까이 마주 앉는다면 난 답답해서 못 견딜 것 같은데, 정작 그곳에 앉아있는 이들은 전혀..

그냥 저냥 2019.12.23

몸이 먼저 반응하는 '커피믹스'만의 매력

여느 때처럼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쌉싸래한 원두커피의 향미가 입과 코의 점막을 자극해온다. 이윽고 몸이 반응한다. 카페인의 각성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플라시보 효과 탓인지는 몰라도 분명 집중력이 한결 높아진 느낌인 것만은 틀림없다. 그렇게 하여 시작된 오전 업무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가고 말았다. 이번에 새롭게 맡게 된 직무는 여러 사람이 함께하여 결과를 도출해내는 협업 형태인 까닭에 그 어느 때보다 업무 공유가 중요한 요소로 다가온다. 아울러 업무의 매개 역할을 하는 여러 장치들이 온전하게 갖춰져 있어야 본질적인 직무가 원활해지는 체계였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계속해서 삐걱거리고 있었다. 덕분에 본질을 벗어난 일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자꾸만 시간을 허비해..

그냥 저냥 2019.04.05

정점 찍은 커피 시장, 시장 지배적 거대 자본의 횡포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커피 시장이 주춤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10월 커피 수입량은 12만1천19.1t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2천122.5t에 비해 1천103.4t 줄어든 규모입니다. 커피 수입량이 줄어든 것은 2012년 이래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알다시피 커피는 대한민국 성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호식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밥을 굶는 한이 있더라도 커피 소비만큼은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그동안 경기 부침이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커피 수입량만큼은 계속해서 성장했으며, 커피전문점 시장 역시 포화 상태라는 진단에도 그 숫자는 되레 늘어나기만 했습니다. 이토록 승승장구하던 커피 수입량이 마침내 ..

생각의 편린들 2018.12.09

커피값 아껴 아이폰X 사라는 팀쿡, 왜 비난 받는가

미국 애플 CEO 팀쿡이 지난 2일 3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한 달에 약 33달러만 투자할 경우, 그러니까 일주일 동안 마시는 커피 몇 잔 값이면 아이폰X을 구매할 수 있다. 맛있는 커피집에서 하루 한 잔을 마시는 값보다 싸다"고 주장했다는 소식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미국 통신사 AT&T가 아이폰X 64GB 제품의 경우 월 33.34 달러 30개월 분할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니 30개월 동안 매달 33.34달러를 지불하면 999달러에 이르는 아이폰X을 구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팀쿡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스마트폰을 할부로 사고 있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게다가 아이폰은 중고 시장에서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기존 아이폰 사용자들은 300~350..

기계치란 말야 2017.11.04

내가 콜드브루 커피를 좋아하는 이유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우리가 주변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커피는 곱게 갈아 압축한 원두 가루에 뜨거운 물을 고압으로 통과시켜 진한 농도의 에스프레소를 뽑아낸 뒤 이를 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아메리카노 방식이다. 커피 문화가 발달하면서 이를 추출하는 기계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덕분에 커피 한 잔을 뽑아내는 속도 또한 급속도로 빨라졌다. 빨리빨리 문화에 너 나 할 것 없이 길들여진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더없이 잘 맞는 추출 방식의 커피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의 방식으로 추출하는 커피도 있다. 원두 가루를 찬물에 우려내고 이때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원액을 모아 이를 그냥 마시거나 찬물에 희석시켜 마시는 콜드브루 방식이다. 혹은 네덜란드인들이 개발했다고 하여 더치커피로 불리..

그냥 저냥 2017.10.16

커피 자판기 퇴조 현상이 아쉬운 이유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친 후 자판기를 통해 뽑아 먹는 커피 한 잔의 맛은 보약과도 같다. 아주 간혹 자판기가 구비되어 있지 않거나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깜빡하고 커피 마시는 일을 생략하기라도 하는 날에는 흡사 무언가 중요한 일을 빼먹은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비흡연자인 까닭에 식후 흡연 행위가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정확히 헤아릴 수는 없으나, 아마도 식사 후 자판기 커피 한 잔 섭취의 느낌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말이다. 식후 마치 오아시스처럼 내게 기운을 불어넣어주곤 하던 자판기 커피가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한다. 물론 음식점 등에서는 서비스 차원에서 이를 갖춰놓은 경우가 여전히 많지만, 실제로 동전을 투입하여 뽑아 먹는 커피 자판기는 주변에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

그냥 저냥 2017.08.15

나의 숨을 멎게 한 이미지 한 장

우리나라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377잔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이후 커피 소비량은 연평균 7%의 증가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한국 사람이 가장 많이 먹는 가공음식엔 김치 대신 어느덧 커피가 그 자리를 꿰찼다고 한다. 괄목할 만한 성장인 데다가 달콤한 실적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감춰진 현실은 그다지 달콤하지 못하다. 알다시피 오랜 기간 공을 들여 커피를 재배하기 위해 미취학 아동들까지 커피 농사에 동원되는 등 노동력 착취의 그림자가 달콤한 실적 위로 늘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는 전 세계적으로 천문학적인 양이 소비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이윤은 거대 커피회사인 다국적 기업과 소매업자, 중간거래상들의..

그냥 저냥 2017.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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