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햇살이 제법 따갑다. 하지만 저녁 무렵이면 적당히 상쾌할 정도의 차가운 바람이 온몸에 부딪혀 온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 기후는 좀체 종잡을 수가 없다. 급작스레 더워졌다가도 비구름이 한 번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서늘한 기온으로 변모하기 일쑤이니 말이다. 비가 오는 추이도 변화무쌍하기 짝이 없다. 적도 부근의 열대 지역에서나 등장할 법한 스콜처럼 한바탕 쏟아붓고는 조용히 사라지곤 한다. 한반도가 기후 변화의 영향권에 들어섰노라는 과학적 전망이 결코 허튼 소리는 아닌 듯싶다. 실제로 봄과 가을은 갈수록 짧아지고 있고, 여름과 겨울만이 그들의 존재감을 강하게, 혹은 아주 독하게 드러내고 있는 모양새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최근의 기후 변화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변화무쌍하다. 대외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