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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 5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야.. 영화 '습도 다소 높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여름날, 배우 지망생 승환(백승환)은 소개팅을 위해 카페를 찾는다. 하지만 그와 자리를 마주한 소개팅녀(이자은)는 왠지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하긴 이 찜통 더위에 관리가 안 된 긴 머리털 하며 덥수룩한 수염도 그렇거니와, 원색의 셔츠에 넥타이를 매고 빨간 외투까지 걸친 차림새는 누가 보아도 우스꽝스러운 패션임에 틀림없다. 그래서였을까? 승환은 그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관계는 점차 동상이몽이 되어간다. 사달이 발생하는 건 바로 그즈음이다. 이희준(이희준) 감독이 연출하고 승환이 배우로 출연한 영화 의 관람을 위해 두 사람은 시내에 위치한 작은 상영관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영화 은 코로나19 시국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사회 갈등 구조를 개인 심리로 풀어낸 수작 '여교사'

박효주(김하늘)는 모 사립고등학교의 화학 교과 교사다. 그러나 신분상 교사라고 하여 모두가 같은 급의 교사는 아니다. 그녀는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계약 연장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정교사가 아닌 기간제 교사다. 어느 날의 일이다. 박효주와 동일한 화학 교과 정교사로 추혜영(유인영)이 새로 부임해 온다. 오랜 기간, 그리고 열심히 기여한 덕분에 다음 인사 땐 박효주가 정교사로 거의 낙점되다시피 하던 상황이었거늘 이게 도대체 무슨 영문인가 모르겠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 구성원 모두를, 특히 당사자인 박효주를 당혹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그 배경은 더욱 뜨악할 지경이다. 추혜영은 사학 재단인 이 학교 이사장의 딸이었다. 추혜영은 젊은 데다가 외모마저 출중하여 박효주가 갖고 있지 못한 걸 거의 다..

자신의 직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 '1987'

1987년 1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경찰의 조사를 받던 서울대생 박종철 군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당황한 경찰은 늘 해왔던 것처럼 대공수사처 박처장(김윤석)의 지휘 아래 시신 화장을 시도하기로 한다. 증거 인멸을 위함이다. 그러나 일종의 요식 행위에 가까웠던 시신 화장 절차와 관련하여 의외로 윗선의 온갖 압박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를 완강히 거부, 부검을 요구해 온다. 그 중심에는 부장검사인 최검사(하정우)가 자리하고 있다. 덕분에 경찰의 화장 시도는 결국 물거품이 되고, 유가족의 입회 하에 부검이 실시된다. 어느 누가 보아도 고문에 의한 질식사임이 명백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경찰만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단순 쇼크사로 일관되게 밀어붙인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윤기자(이희준)는 악착..

오직 김혜수라 가능했던 영화 '미옥'

김재철(최무성)이 이끄는 기업 '재철그룹'은 남다른 방식으로 사세를 키워온 회사다. 유력 기업인과 정치인 등의 비리를 포착, 이를 미끼로 금품을 착복하거나 사업권을 빼앗고,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와 등가 교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재철그룹의 비서실장이자 김재철의 최측근으로 복무하면서 회사와 함께 성장해온 나현정(김혜수)은 여전히 사내에서 영향력이 높지만, 조용히 은퇴를 준비하고 있던 와중이다. 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바를 모두 이루기에는 변수가 적지 않았다. 한편 재철그룹의 안과 밖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해온 데다가 온몸을 던져 충성하던 임상훈(이선균) 기획실장은 그런 와중에도 오롯이 나현정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과의 인물이다. 과거 절체절명의 순간 그녀와 닿았던 애틋한 인연 때문이다. 사랑..

<결혼전야>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인 결혼 왜 해?

결혼식 자체는 꽤나 화려하며 달달한 이벤트다.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일생에 단 한 번 치르는 거사라며 최대한 성대하고도 멋진 형태의 식을 꿈꾸어 오고 실제로 그렇게들 하고 있다. 물론 단 한 번이 될지 그렇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정확하게 거기까지다. 이미 결혼식을 올린 이후로는 결혼식 만큼 화려하거나 달콤하지도 않거니와, 둘의 운명은 전적으로 결혼 당사자인 두 사람의 맘 먹기와 행동에 달려 있다. 즉 결혼 이후 본격적인 敍事가 시작되는 셈이다. 결혼을 코 앞에 둔 예비부부들에게 있어 막상 결혼식 준비는 즐거움이 아니라 곤욕으로 다가온다. 각자 따로 살아온 삶을 하나로 합치는 과정이니 얼마나 많은 난관들이 기다리고 있겠는가. 이 뿐이랴. 결혼이란 실상 두 사람만의 결합이 아닌, 전혀 이질적인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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