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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15

'여행도 대출 받아 가세요' 빚 권하는 사회

얼마 전 최경환 부총리가 빚 내서 집 사라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하여 세인들의 비난을 자초한 바 있다. 당시 최 부총리는 자신은 빚 내서 집 사라 한 적이 없고 저금리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가계부채가 늘어난 것뿐이라고 했다. 물론 부총리씩이나 되는 사람이 국민들더러 직접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권유했을 리는 절대로 만무하다. 하지만 정부가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 오락가락 신호를 보낸 것만큼은 분명하고, 그에 따라 실제로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게 된 현실 또한 엄연히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일 테니, 이는 결국 빚 내서 집 사라는 권유와 뭐가 다르겠는가 싶다. 사방팔방에 놓인 TV를 켜면 시시각각으로 흘러나오는 대부업 광고들이 온통 서민들의 귀와 눈을 홀린다. 하도 자주 접하다 보니 어느..

그냥 저냥 2015.08.26

찌는 무더위 속 대부 해솔길을 터벅터벅 걷다

단체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뉴월에 때아닌 우박과 용오름 같은 기이한 현상을 몸소 시전해 주시던 기단이 물러나자 한반도 상공엔 예의 그 덥고 습한 기단이 떡하니 꿰차고 나앉은 모양입니다. 네.. 덕분에 6월 14일은 무지하게 더운 날이었습죠. 제약된 시간 탓에 멀리 갈 수 있는 입장은 못 되고 해서 서울 근교로 다녀와야 했답니다. 이번엔 대부도 부근입니다. 제주도 둘레길을 필두로 각 지자체마다 유사한 '길'시리즈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이곳 대부도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해솔길이라 불리는 예쁜 트래킹 코스가 있었습니다. 총 7개 코스, 74km라는 제법 긴 거리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하루만에 모두 완주할 수는 없는 일기도 하거니와 다른 곳도 돌아봐야 하기에 저흰 그 중 1코스를 선택했답니다. 물때에 맞..

맛조개 캐러 갔다가 동죽만 한 가득

모시로 유명한 서천에 당도했다. 선거날이자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교통이 그리 막히진 않았다. 덕분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어서 주변 풍광을 조금은 감상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괜히 주변을 어슬렁거려본다. 연못엔 연잎이 가득 했고, 미끈하게 빠진 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우측으로 보이는 나무는 화이트핑크 셀릭스라는 녀석인데, 연중 세 가지 색상으로 잎이 변하는 신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단다. 지금은 6월이라 흰색이라는군. 각기 사연이 있는 옹기들이 한데 모여 있다. 과거 천주교 박해 당시 신자들이 오지에 숨어 몰래 만들어낸 귀한 녀석부터 네모낳게 생긴 녀석까지 무척이나 다양했다. 연못 한 가운데에 놓인 다리를 그냥 지나칠 순 없잖은가? 그러고 보니 전날 비가 참 많이 왔다. 그 흔적들이..

떠나가는 가을 끝자락 붙들러 충남 아산으로 향했다

물러가는 가을, 그 끝자락을 붙잡기 위해 집을 나섰다. 11월 9일의 일이다. 전국에 비가 예보되어 있었고, 비가 그치면 첫 겨울 추위가 온단다. 아침부터 흐린 하늘은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다. 그래도 오전 이른 시각엔 해도 간간이 구름 사이를 뚫고 얼굴을 빼꼼이 내비치곤 했다. 차는 충남 아산으로 향한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외암리 민속마을, 오전 9시쯤 되었을까? 주변은 한적하다 못해 무척이나 고요하다. 실개천을 사이로 민속마을일 듯한 마을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풍스런 기와집들과 돌담들이 정겹다. 마을엔 가을이 제대로 찾아왔다. 아 물론 이 모습도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입동도 지난데다 이날 비가 내리면 동장군의 습격으로 인해 가을이란 녀석, 꽁무니를 빼며 도망갈 게 틀림 없기 때문이다..

영주사과 만큼 달달했던 경북 영주 여행 : 부석사, 무섬마을

10월 20일, 가을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월요일 첫날부터 가중되는 피로감 때문에 웬만하면 일요일 외출은 자제하는 편이지만, 일정상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짧디 짧은 계절, 우리 곁을 떠나 곧 사라지지 않겠는가. 이번엔 경상북도다. 가장 먼저 떨어진 곳은 영주의 부석사, 태백산 부석사란 황금색 글귀가 눈에 확 띈다. 그런데 길이 제법 가파르다. 역시 유명 사찰들은 대부분 산 깊은 곳에 콕 박혀 있었다. 덕분에 무릎이 고생한다. 입구 단청의 모습이 곱다. 칠을 한 지 얼마 안 된 느낌이다. 다 올랐다 싶었는데, 산 넘어 산이다. 본당이 있는 곳을 가려면 한참을 더 올라야 한다. 에고 힘들다. 기온이 전날부터 풀려 차갑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 반팔을 꺼내 입어야 할 듯하다. 사대천왕이 있..

해발 500 고지의 전북 장수 여행

10월 13일, 며칠전보다 조금 더 쌀쌀해졌지만 가을은 갈수록 깊어만 간다. 당연한 건가? 이 좋은 날, 그것도 휴일을 그냥 썩혀 버리기엔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가고 있었다. 그래서 조건반사적으로 전북 장수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싣는다. 제법 먼 거리이기에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다. 역시나 여행도 부지런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오늘 여행길의 첫 코스 장계 5일장터다. 차에서 내리니 한기가 온몸을 엄습해 온다. 시장의 규모는 뭐 고만고만했다. 다만 시골 5일장의 분위기가 궁금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 고장만의 고유함이나 특별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언가 아쉬운 부분이다. 장수가 내세우고 있는 특산물은 한우와 사과다. 허나 특산물이라고 하여 특별히 판매되고 있는 모습..

찬란한 가을이다. 은색물결 너울 신성리 갈대밭을 찾다

가을이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한없이 무르익어가는 이 좋은 계절, 휴일인데 집에서 뒹굴거리는 짓도 한계가 있을 듯해 일단 밖으로 나서기로 했다. 10월 5일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한반도를 직접 덮치지는 않는단다. 야외활동엔 특별히 지장 없을 듯싶다. 충남 서천의 들녘은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벌써부터 벼베기 작업이 한창이다. 반쯤 베어진 저곳은 한 시간 쯤 뒤 다시 와보니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어 있었다. 확실히 기계가 좋긴 하구나. 서천 신성리 갈대밭은 두 번째 방문이다. 지난해 6월 처음 방문했었고, 아무래도 계절별로 와닿는 느낌이 크게 다른 듯하다. 갈대밭은 역시나 가을이 제맛 아닐까 싶다. 은색의 갈대가 군무를 이루고 있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웃자란..

소금을 흩뿌려놓은 듯 새하얀 봉평 메밀꽃밭

9월 21일 오전 7시에 출발한 버스는 10시가 채 되지 않아 봉평에 도착한다. 오는 내내 에어컨에 시달려 차안은 무척 냉랭한 분위기였지만, 봉평의 외기에 비하면 그래도 따뜻한 편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봉평 땅을 밟는 순간 싸늘한 봉평의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 긴 팔 웃옷을 챙겨오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다. 주변을 흐르는 흥정천은 여전히 맑다 못해 투명하다. 효석문화제 행사장에 가기에 앞서 우선 메밀밭과 이효석문학관을 둘러보기로 한다. 메밀밭 초입에 묶여있는 당나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인 허생원이 반평생을 나귀와 함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소설 속에서는 노쇠한 나귀의 모습이 비교적 생생히 묘사되어 있는데, 이곳의 나귀는 아직 어린 녀석 같았다. 식사 중인지라 정신 없이 ..

덕유산과 구천동계곡, 살짝 발만 담그고 돌아오기

게으름과 귀차니즘으로 인해 포스팅이 매번 한 박자씩 늦고 있습니다. 지난 6월 8일 무주의 덕유산을 다녀왔는데요. 산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절대 산행이란 말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 간편 복장 가벼운 신발에 매우 걷기 좋은 코스만 살짝 걷다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산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곳만 한 바퀴 돌아본 셈이지요. 이날의 날씨는 그닥이었습니다. 맑은 것도 아니고 흐린 것도 아닌, 해가 나긴 했지만 대기 중에 무언가 잔뜩 낀 듯한, 그런 어정쩡한 날씨였습니다. 하지만 기온은 상당히 높았던 하루입니다. 제가 제일 싫어라 하는 형태의 날씨였습니다. 자연탐방로 입구를 막 지나치면 만날 수 있는 수령 320년의 느티나무입니다. 자연탐방로란 명칭에 걸맞게 자연친화적인 형태를 갖추려 노력한..

늦은 봄날, 불심 가득한 해상사찰 보문사를 오르다

5월 4일, 서울 기온은 봄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좀 더 들어간 석모도엔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바닷가라 그런지 습기 잔뜩 머금은 바람이 제법 차가운 느낌으로 피부에 달라 붙고 있었습니다. 서해안에 올 때면 늘상 내 몸에 감겨오는 이 바람, 과히 좋은 감촉은 아닙니다만, 더위를 피해가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 위안을 가져 봅니다. 보문사의 입구는 무척 가파릅니다. 아니 안쪽에 들어선 뒤에도 가파른 언덕길은 계속됩니다. 어떻게 이런 가파른 산 중턱에 요로코롬 멋진 사찰을 지을 수 있었는지 그저 의아할 뿐입니다. 절 입구 식당 앞에서는 식당 직원들이 쑥 튀김 등을 나눠주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쑥 튀김이란 건 생전 처음 먹어 봅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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