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후 2시 무렵 서울 종로3가 부근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지극히 당연하겠지만 차도 위로는 차량이, 보도 위로는 사람이 가득 들어찬 채 각기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난 친구와 함께 영화관으로 향했다. 현재는 자본에 의해 그 판도가 모두 뒤바뀌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 종로3가는 영화 애호가들에게 있어 가장 인기 높은 장소 중 하나였다. 서울, 단성사, 피카디리극장 등이 차도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자웅을 겨루었던 탓이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극장만이 그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으며, 단성사는 우리 곁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피카디리는 앞서 언급한 자본에 의해 흡수되는 비운을 맞이하고 말았다. 영화 관람을 마치고 나온 시각이 4시 가량이었다. 길어 봐야 불과 두 시간 남짓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