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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뮤트 33

"찹쌀떡~" 하면 조건반사처럼 떠오르는 추억

"찹쌀떡~" 문밖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이맘때쯤이면 집 주변에서 간혹 들을 수 있는 소리다. 터치 한 번으로 집까지 웬만한 음식들을 배달시켜 먹는 이 편리한 세상에, 아직도 한 쪽 어깨에 떡을 짊어진 채 자신의 존재감을 외치며 떡을 판매하러 다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어쩌면 놀랍고도 반가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방식으로 찹쌀떡을 판매하는 분들이 제법 된다. 아마도 수요가 있기 때문일 텐데, 지금은 대부분 뒤로 밀려난 20세기형 문물에 대한 향수나 추억을 떠올리면서 구입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를테면 추억을 소비하는 아이템이라고 할까. 20세기말 이전에 태어난 이들이라면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나 또한 찹쌀떡에 얽힌 추억이 있다. 그런데 웃..

그냥 저냥 2018.12.13

반려견을 다시 키우지 않으려는 이유

평소 무심코 지나쳐왔던 일이 실은 누군가에게는, 그러니까 그 대상이 반드시 사람이 아니더라도, 굉장히 고통스러웠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새삼 안타깝다. 동물원에서 사육되면서 일반인에게 전시돼온 북극곰과 관련한 사연이 유독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아마도 얼마 전 미처 예상치 못한 일로 세상을 먼저 등진 우리집 개 '미르' 또한 비슷한 맥락으로 다가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국내에 유일하게 한 마리 남은 북극곰이 최근 몇 달째 관람객들을 피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이란다. 30도를 훌쩍 뛰어넘는 한여름 무더위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동물원 측의 배려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그러나 광활한 북극 대륙에서 하루 80킬로미터를 이동하면서 영하 40도의 혹한과 시속 120..

미르의 전설 2017.08.27

야생 성향이 강한 말라뮤트만의 독특한 소통법

나의 서식지엔 일찌감치 예비대설특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하지만 한밤중임에도 눈은 내리지 않고 있었다. 결국 모두가 포근히 잠든 사이 살포시 내릴 것 같은 예감이다. 우리집 개 미르는 평소 달빛과 별빛을 이불 삼아 지내왔다. 그러나 적어도 눈 비가 올 때만큼은 이를 피해야 하니, 자유롭게 풀어놓아야 할 상황이다. 녀석의 집 문을 여는 순간, 꼬리를 흔들며 나를 반기던 미르는 슬쩍 자기 콧등을 내 손에 대고선 이내 손등을 핥는 게 아닌가. 녀석의 행동은 아주 조심스러웠고, 그 때문인지 수줍음 따위가 전해져온다. 이러한 행위의 이면엔 녀석의 나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있음을 의미한다. 물론 녀석은 아무런 말을 않는다. 아니 못한다. 심지어 다른 종의 개들처럼 짖지도 않는다. 그저 그 깊고 커다란 눈망울의 꿈벅..

미르의 전설 2017.01.20

말라뮤트의 힘겨운 여름나기

이건 더워도 너무 덥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털가죽을 뒤집어 쓰지도 않았지, 게다가 땀구멍을 지니고 있어 어느 정도의 더위 관리는 신체에서 자동으로 이뤄지니 말이다. 진짜 문제는 동물들이다. 특히 알래스카가 원산지인 우리집 개의 경우는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다. 개나 고양이의 체온은 사람보다 조금 높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털을 두르고 있으니 일견 이해가 되는 대목이긴 하다. 더위에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사람도 이 지경이거늘 두터운 털가죽을, 그것도 한 겹이 아닌 이중으로 켜켜이 둘러쌓인 털을 온몸에 두르고 있으니 이건 도무지 답이 나오지를 않는다. 땀구멍도 없이 오로지 혓바닥만으로 체온 조절을 해야 하는 우리집 개는 도대체 얼마나 더운 걸까? 지금 미르는 연중 가장 힘든 시기를 관통..

미르의 전설 2016.08.07

맹수에서 곰탱이로, 말라뮤트의 변신은 무죄

오늘따라 주인님의 표정이 어딘가 비장하다. 더구나 양손에는 빗과 가위까지 들려 있다. 나를 앞에 앉힌다. 평소 같았으면 재롱을 떨며 쓰담쓰담해 달라고 조를 판인데, 왠지 그럴 분위기가 아닌 눈치다. 감각이 아무리 둔하다 해도 이 정도의 눈치쯤은 내게도 있다. 그래, 그냥 얌전히 있어야 하는가 보다. 이윽고 무한 빗질이 시작된다. 손놀림이 무척 빠르다. 다만, 나의 엉킨 털 덕분인지 손놀림에 비해 진도는 영 더디다. 주인님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가기 시작한 건 이 즈음이다. 빗이 내 몸을 한번씩 훑고 지날 때마다 엉킨 털에 걸리며 내 몸이 통째로 휘청거린다. 평소 같았으면 꾀를 부려 요리조리 몸을 뺐을 법도 한데, 적어도 지금은 그럴 만한 여건이 아니다. 주인님의 빗질이 순간 멈춘다. 그러더니 빗을 쥐고 ..

미르의 전설 2016.06.30

"그깟 북극 한파가 대수더냐, 난 말라뮤트다"

모처럼 시원하게 잠을 이룬 날이다. 하지만 근래 내 주변을 감싸고 있는 묘한 분위기가 왠지 낯설다. 평소 같았으면 시끌벅적이었을 대문 밖 풍경은 온종일 조용하기만 하다. 인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극심한 적막감마저 감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한낱 개에 불과한 나이지만 그렇다고 하여 짚이는 바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촉을 곤두세워 본다. 허구헌날 대문 앞에 나를 묶어놓은 채 옴짝달싹 못하게 했던 이집 식구들, 결과적으로는 고마운 일이나 며칠 전부터 뜬금없이 내 목줄을 풀어놓은 사실이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다. 바깥 기온은 최근 제법 선선해졌다. 주인님과 식구들 그리고 그외의 사람들은 이 정도의 기온에 매우 춥다고 바들바들 떨며 외출마저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지만 말이다. 나로선 활동..

미르의 전설 2016.01.24

사람보다 나은 반려동물의 배려심

우리집 개 미르가 말라뮤트이기 때문에 같은 견종을 보게 되거나 그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때면 반가운 마음이 앞섭니다. 때문에 아무래도 눈길이 더욱 가게 되는 건 인지상정인가 봅니다. 동물보호소에 맡겨진 한 말라뮤트의 기구한 사연이 알려지게 된 건 지금으로부터 대략 7개월 전쯤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지난해 12월이었습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야산에서 말라뮤트 한 마리가 나무에 묶인 채 주인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몽둥이로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모습이 근처를 지나던 사람에 의해 발견됩니다. 이윽고 신고가 이뤄지고, 이 개는 동물병원에서의 치료를 거쳐 동물보호소로 이송됩니다. 당시 이마와 귀 등에 심각한 중상을 입은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나운 기색 없이 얌전히 앉아 쉬며 순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여주..

미르의 전설 2015.07.12

말라뮤트를 기르는 또 다른 이유

주로 미르가 장난을 걸어오며 내게 안기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내가 직접 미르를 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따뜻한 체온과 심장 박동의 그 느낌이 난 너무 좋다. 사람이 아닌, 덩치 큰 생명체를 안고 있는 느낌은 뭐라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서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침 이른 시각,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동안 난 미르의 주변을 정리해주며 밤새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곤 한다. 물론 오늘 아침도 그랬다. 털갈이 시즌인 탓에 온몸엔 솎아내야 할 털들로 온통 삐죽하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장난이 심하다. 자꾸만 놀아달라며 벌러덩 눕기 일쑤다. 그럴 때면 그 큰 눈을 장난삼아 동그랗게 뜬 채 꿈벅거리며 날 쳐다보곤 하는데 왜..

미르의 전설 2015.07.10

허당 맹수 '말라뮤트'는 왜 키우는 걸까

겨우내 차곡차곡 쌓인 미르의 때를 기어코 모두 벗겨내고 말았다. 실로 엄청난 작업이었다. 그 사이 몸이 더 불었는지 욘석을 욕실까지 들고 가느라 허리가 끊어질 뻔했다. 물론 아들 녀석의 도움 없이 혼자서는 결코 어림없는 일이었다. 털에 끼인 때도 문제였지만, 그보다는 서로 엉킨 채 떡이 된 털뭉치들이 더욱 큰 문제였다. 어쨌거나 다 씻기고 털도 정리해주니 미르의 인물(?)이 모처럼 살아났다. 그야말로 훤해진 것이다. 털에선 윤기가 좔좔 흐를 정도로 깨끗해졌다. 대신 욘석을 씻기고 예쁘게 봄 단장을 했던 우리는 파김치 모드가 되어야만 했다. 욘석의 털을 다 말린 뒤 바깥에 풀어놓고, 우린 달콤한 잠을 청했다. 원래는 오후에 욘석을 산책시킬 요량이었지만, 힘을 모두 소진한 탓에 오후 내내 취침 모드에 빠져들..

미르의 전설 2015.03.16

허를 찌르라 '난 말라뮤트다'

나의 주인은 정말 멍청하다. 내가 그토록 많은 탈출을 시도했고, 그중엔 성공한 적도 제법 있다는 사실을 애써 잊고 싶기라도 한 모양이다. 그날도 난 기회만을 엿보았다. 가끔 목줄의 걸쇠가 제대로 잠겨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걸 난 분명히 기억한다. 그래, 난 말라뮤트다. 비가 내렸다. 아무리 이중모라 한들 비를 맞는다는 건 사람에게나 개에게나 모두 별로 달갑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평소 주인이 내게도 비를 피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는 편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주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으니.. 천장이 뻥 뚫린 내집으로부터 현관으로 옮겨졌다. 가만히 동태를 살폈다. 혹시나 하며 목줄의 걸쇠를 확인해 본다. 어라? 이게 웬일인가. 풀려있었다. 옳거니,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대자연 속으로의 탈출 시기가 ..

미르의 전설 201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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