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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전설 61

말라뮤트를 기르는 또 다른 이유

주로 미르가 장난을 걸어오며 내게 안기는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내가 직접 미르를 안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럴 때면 고스란히 전해져오는 따뜻한 체온과 심장 박동의 그 느낌이 난 너무 좋다. 사람이 아닌, 덩치 큰 생명체를 안고 있는 느낌은 뭐라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특별한 감정으로 다가온다. 서로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아침 이른 시각,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동안 난 미르의 주변을 정리해주며 밤새 특별한 일은 없었는지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곤 한다. 물론 오늘 아침도 그랬다. 털갈이 시즌인 탓에 온몸엔 솎아내야 할 털들로 온통 삐죽하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난히 장난이 심하다. 자꾸만 놀아달라며 벌러덩 눕기 일쑤다. 그럴 때면 그 큰 눈을 장난삼아 동그랗게 뜬 채 꿈벅거리며 날 쳐다보곤 하는데 왜..

미르의 전설 2015.07.10

허당 맹수 '말라뮤트'는 왜 키우는 걸까

겨우내 차곡차곡 쌓인 미르의 때를 기어코 모두 벗겨내고 말았다. 실로 엄청난 작업이었다. 그 사이 몸이 더 불었는지 욘석을 욕실까지 들고 가느라 허리가 끊어질 뻔했다. 물론 아들 녀석의 도움 없이 혼자서는 결코 어림없는 일이었다. 털에 끼인 때도 문제였지만, 그보다는 서로 엉킨 채 떡이 된 털뭉치들이 더욱 큰 문제였다. 어쨌거나 다 씻기고 털도 정리해주니 미르의 인물(?)이 모처럼 살아났다. 그야말로 훤해진 것이다. 털에선 윤기가 좔좔 흐를 정도로 깨끗해졌다. 대신 욘석을 씻기고 예쁘게 봄 단장을 했던 우리는 파김치 모드가 되어야만 했다. 욘석의 털을 다 말린 뒤 바깥에 풀어놓고, 우린 달콤한 잠을 청했다. 원래는 오후에 욘석을 산책시킬 요량이었지만, 힘을 모두 소진한 탓에 오후 내내 취침 모드에 빠져들..

미르의 전설 2015.03.16

천년전 만들어진 반려견 기림비석을 아시나요?

전라북도 임실에 다녀왔습니다. 서울 최저기온이 영하 1도라는 일기예보를 접한 뒤라 추위가 걱정되는 상황이었지만, 다행히 기우였습니다. 임실에서의 체감기온은 활동하기에 최적이었습니다. 제가 들른 곳은 전라북도 임실군 하고도 오수면 오수리라는 곳이었는데요.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었습니다. 오수장터가 열린다고 하여 간 곳이지만, 정작 장터에선 특별한 볼거리가 없었고 덕분에 이곳 저곳 눈팅하며 돌아다니다 우연히 다른 쪽으로 발길이 향했더랬습니다. 다름아닌 의견비(義犬碑)라는 곳입니다. 이곳의 유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1천년전 그러니까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김개인(金蓋仁)이란 사람이 술을 마시고 잔디밭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인근에서 불이나는 바람에 그에게 불길이 번졌고, 그때 그의 개가 냇가에 가서 몸을 ..

미르의 전설 2014.11.16

허를 찌르라 '난 말라뮤트다'

나의 주인은 정말 멍청하다. 내가 그토록 많은 탈출을 시도했고, 그중엔 성공한 적도 제법 있다는 사실을 애써 잊고 싶기라도 한 모양이다. 그날도 난 기회만을 엿보았다. 가끔 목줄의 걸쇠가 제대로 잠겨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걸 난 분명히 기억한다. 그래, 난 말라뮤트다. 비가 내렸다. 아무리 이중모라 한들 비를 맞는다는 건 사람에게나 개에게나 모두 별로 달갑지 않은 일임에 틀림없다. 평소 주인이 내게도 비를 피할 수 있게 배려를 해주는 편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주 나쁜 놈은 아닌 것 같으니.. 천장이 뻥 뚫린 내집으로부터 현관으로 옮겨졌다. 가만히 동태를 살폈다. 혹시나 하며 목줄의 걸쇠를 확인해 본다. 어라? 이게 웬일인가. 풀려있었다. 옳거니, 드디어 올 것이 왔다. 대자연 속으로의 탈출 시기가 ..

미르의 전설 2014.10.30

개를 키웠는데, 알고 보니 괴수였어

기온이 35.8도까지 치솟던 날, 시멘트 바닥과 씨름하던 미르 미르를 키우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들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커다란 덩치 때문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란 그 영역에 상관없이 언제나 넘사벽이었듯 미르를 키운 이래 마당에다 큰 개를 풀어놓고 키워보고 싶다는 어릴적 로망은 어느덧 현실 앞에서 균열을 보이며 여지없이 무너져내리고 있었다. 뭐 그래도 일상적인 생활에서의 어려움은 생각만큼 그리 크지 않다. 덩치가 크다고 하여 밥을 유독 더 많이 먹거나 하지는 않는 데다 특별히 미용 따위 할 일도 없기에 오히려 소형견보다 손이 덜 간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유지 비용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문제다. 미르의 앞발, 이걸로 한 대 맞으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물론 말라뮤트의 커다란 덩치가 의외의 상황을 만..

미르의 전설 2014.08.03

아이들은 항상 옳고 어른들은 틀렸다

집에 코딱지만한 정원이 하나 있습니다만, 거의 방치 수준이라 원래 잔디가 깔려있던 곳은 잡초만 무성했고 원칙 없이 마구잡이로 심어진 나무와 풀 따위는 제멋대로 자라나고 있던 그런 찰나였습니다. 이곳에서 서식 중이던 우리집 개 '미르' 녀석만 신나해 하던 공간이었지요. 뭘 보고 있는 겐가 미르군 아마도 지난해였지 싶습니다. 잡초 무성하던 곳엔 정원용 흙을 두텁게 깔아 더 이상 잡초가 자랄 수 없게 다듬었으며, 화단 이곳 저곳도 손을 조금씩 봐 제법 화사하게 꾸며 놓았습니다. 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하게 됩니다. 애써 가꿔놓은 정원을 망치지 않은 채 유지하기 위해선 이곳에서 자유자재로 천방지축 활동하던 미르(말라뮤트) 녀석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입니다. 가족회의를 열었겠지요? 결국 집 한켠을 미르 전..

미르의 전설 2014.07.16

주인님 납셔도 꿈쩍않는 우리집 상전 '말라뮤트'

날이 많이 더워졌습니다. 수은주가 연일 30도를 오르내리고 있군요. 벌써 7월인데 장마전선은 저 밑에서 꿈쩍않고 아예 올라올 생각도 않는 눈치입니다. 그 곳에 무슨 꿀이라도 발라져 있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더위에 우리보다 더욱 곤혹스러워할 녀석이 하나 있네요. 알래스카가 원산지라며 박박 우기고 있는, 바로 우리집 말라뮤트 녀석입니다. 겨우내 뽐내오던 두터운 이중모를 뒤집어쓴 채 이른 아침부터 긴 혀를 내밀며 헐떡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비록 한낮엔 정말 많이 덥긴 해도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기운이 느껴져 괜찮을 법도 한데 말이죠. 이 녀석에겐 전혀 소용없는 노릇인가 봅니다. 요맘때면 집 마당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온몸을 맡긴 채 비몽사몽으로 지내기 일쑤입니다. 전생..

미르의 전설 2014.07.02

말라뮤트, 너님이 낭만견이 될 수 없는 까닭

어느덧 다시 공포의 털갈이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번엔 전혀 반응이 없네요. 지금쯤 뭉텅이로 뽑힌 털들이 주변을 마구 날아다니며 정신을 쏙 빼놔야 정상일 법한데 말입니다. 아울러 녀석 몸에도 듬성듬성 털 빠진 흔적이 흉측하게 남아 있어야 할 테고요. 별로 관심이 없으셨겠지만, 어쨌든 미르는 잘 지내고 있답니다. 물론 마지막으로 작성했던 미르 관련 포스팅 이후 미르가 목줄이 풀린 채 집을 탈출하여 한 차례 애를 먹였던 적이 있긴 했군요. 그 일을 제외하곤 특별히 속을 썩이거나 괴롭혔던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참 기특하지요? :) 아, 그러고 보니 얼마전까지 미르가 많이 아팠었네요. 원인을 알 수 없는 귓병이 생겨 무려 두 달 이상을 약물과 알약 으로 연명해야 했답니다. 물론 그 기간동안 ..

미르의 전설 2014.06.14

순한 말라뮤트와 못된 비둘기의 대결, 승자는?

오늘 미르와 놀아주기 위해 욘석이 머물고 있는 거처에 잠깐 들렀다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미르 곁에 비둘기의 사체 한 마리가 놓여져 있고, 그 옆으로는 무수한 비둘기의 깃털이 흩뿌려져 있었다. 그야 말로 눈 뜨고선 도저히 볼 수 없는 대참상 그 자체였다. 대충 어떤 상황이 연출되었을런지 감이 왔다. 그렇잖아도 미르의 사료를 호시탐탐 노리며 떼로 몰려다니곤 했던 '날으는 도심속 여우' 비둘기들이다. 미르 밥 줄 시간이면 귀신 같이 알아채고선 많게는 십여마리씩 앞집 처마에 줄줄이 앉아 미르 사료 나오기만을 두 눈 빠지게 기다리곤 했던 녀석들이다. 이 날짐승들, 사람은 적당히 무서워하면서도 미르 따위 전혀 의식 않는 듯했다. 틀림없이 이게 화근이 된 게다. 근래 평소보다 사료가 헤퍼진 것 같긴 하다. 미르는 ..

미르의 전설 2013.12.15

말라뮤트가 하울링 하는 진짜 이유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을 관람하게 된 건 우리집에 말라뮤트 한 마리가 서식중이라는 이유 때문이 결코 아니다. 우연히 해당 영화 티켓 한 장을 얻게 되었는데, 혼자 보기엔 너무 청승맞고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엔 또 아깝고 하여 추가로 한 장을 더 구입, 마눌님과 함께 관람하게 된 게 계기라면 계기다. 솔직히 영화는 별로였다. 속된 말로 '돈 주고 보기엔 아깝다'라는 표현이 똑 알맞을 것 같다. 물론 나이를 먹어가며 쇠퇴해가는 기억력의 한계도 한 몫 하겠지만(실은 이게 제일 크다 ㅠㅠ),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흔적 따위가 전혀 남아있지 않다는 건 그 만큼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나 내용이 부실하여 임팩트가 약했다는 의미일 테다. 영화 속 늑대개 질풍이, 욘석은 진짜 개다 그래도 확실히 각인돼있는 사실 하나, 너무..

미르의 전설 201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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