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와의 첫 만남은 서울대 부근에 위치한 어느 빌라에서였다. 태어난 지 4개월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난 호기롭게도 녀석을 박스에 담아 대중교통을 이용해 데리고 오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당시 미르의 견주는 개의 덩치가 만만치 않기에 승용차를 이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후에 미르를 직접 접해 보니 이건 이미 강아지의 덩치가 아니었다. 성견이 된 지금과 비교해도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박스에 넣는 건 고사하고 아예 들고 갈 처지가 못 되었다. 녀석은 천성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반가움의 내색과는 별개로 낯선 나를 보더니 두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흡사 수줍은 새색시 마냥 어쩔 줄 몰라해 하던 녀석의 당시 모습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린다. 미르는 우리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