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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49

덕유산과 구천동계곡, 살짝 발만 담그고 돌아오기

게으름과 귀차니즘으로 인해 포스팅이 매번 한 박자씩 늦고 있습니다. 지난 6월 8일 무주의 덕유산을 다녀왔는데요. 산임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절대 산행이란 말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 간편 복장 가벼운 신발에 매우 걷기 좋은 코스만 살짝 걷다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산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곳만 한 바퀴 돌아본 셈이지요. 이날의 날씨는 그닥이었습니다. 맑은 것도 아니고 흐린 것도 아닌, 해가 나긴 했지만 대기 중에 무언가 잔뜩 낀 듯한, 그런 어정쩡한 날씨였습니다. 하지만 기온은 상당히 높았던 하루입니다. 제가 제일 싫어라 하는 형태의 날씨였습니다. 자연탐방로 입구를 막 지나치면 만날 수 있는 수령 320년의 느티나무입니다. 자연탐방로란 명칭에 걸맞게 자연친화적인 형태를 갖추려 노력한..

늦은 봄날, 불심 가득한 해상사찰 보문사를 오르다

5월 4일, 서울 기온은 봄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좀 더 들어간 석모도엔 아직 차가운 기운이 남아 있었습니다. 바닷가라 그런지 습기 잔뜩 머금은 바람이 제법 차가운 느낌으로 피부에 달라 붙고 있었습니다. 서해안에 올 때면 늘상 내 몸에 감겨오는 이 바람, 과히 좋은 감촉은 아닙니다만, 더위를 피해가게 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스스로 위안을 가져 봅니다. 보문사의 입구는 무척 가파릅니다. 아니 안쪽에 들어선 뒤에도 가파른 언덕길은 계속됩니다. 어떻게 이런 가파른 산 중턱에 요로코롬 멋진 사찰을 지을 수 있었는지 그저 의아할 뿐입니다. 절 입구 식당 앞에서는 식당 직원들이 쑥 튀김 등을 나눠주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쑥 튀김이란 건 생전 처음 먹어 봅니..

허브꽃 풀향기, 목가적 풍광 그리고 바다

5월 25일 아침 일찍 도착한 곳은 평창군 봉평의 허브나라입니다. 맑지 않은 하늘에 기온마저 높습니다. 아침부터 이렇게 푹푹 찌는 것을 보니 한낮의 기온이 범상치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새벽부터 서둘러 떠나온 길인지라 비몽사몽 상태입니다만, 더운 기온이 거기에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곳은 요맘 때가 가장 아름답다더군요. 작년에도 왔었습니다만, 이렇듯 꽃들이 활짝 피었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군요. 몬셀라라는 허브인데, 튜울립과인가 봅니다. 색이 매우 곱네요. 이번엔 레오비져라는 허브입니다. 이쁜 핑크색이군요. 남자의 로망, 핑크... 중간 중간에 배치된 분수대 등은 여전하였습니다. 키스넬리스라는 허브인데, 앞의 몬셀라와 비슷하면서도 붉은색의 꽃잎이 한 겹 더 있어 또 다른 느낌을 주는군요. ..

석모도 가는길, 갈매기 떼의 날갯짓에 흠칫 놀라다

5월 4일 날씨는 쾌청했습니다. 아울러 기온이 다소 높을 것이란 일기예보도 전해졌습니다. 일요일과 황금 같은 어린이날이 겹치는 바람에, 애들은 애들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멀쩡한 휴일 하루를 강탈 당한(?) 느낌이었을 테고, 때문에 꽤나 억울해 했을 법한데요. 대체휴일제, 이래서 빨리 시행되어야 한다니까요. ㅎㅎ 덕분에 다소 맥이 풀리는 듯한 느낌의 주말이지만, 그래도 제겐 모처럼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던 주말이기도 했습니다. 근 한 달만인 것 같네요. 집사람과 둘만의 근교 여행을 계획하였습니다. 아니 실은 아이들과 함께 하려 했지만, 머리 굵어진 아이들, 이젠 어딜 간다 해도 따라나서려 하질 않는군요. 하루 동안의 여행이기에 장거리는 되도록 피하려고 합니다. 비록 운전대를 직접 잡지 않더라도 차 안에서 장..

대구읍성의 흔적은 어디로 간 걸까?

3월초는 계절적으로 겨울과 봄이 애매하게 걸쳐진 시기이기에 여전히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밖은 영하의 차가운 기온, 두꺼운 옷으로 칭칭 싸매고 다녀야 할 정도였지요. 대도시 대구, 이제껏 두세번 정도 가봤을까 싶을 정도로 낯선 곳, 아울러 대구 분들껜 죄송스런 말씀이지만 사실 제 기억 속엔 특별히 저장되어 있는 대구의 이미지가 별로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 거대한 도심 한 가운데에 우리 근대 역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어요. 1922년 발표된 "동무생각"이란 가곡의 무대가 되었던 곳, 청라언덕에 가장 먼저 발길이 닿았습니다. 언덕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야트막한 곳이라 의아해 했었는데, 뒤쪽으로 가보니 제법 경사 급한 곳이 나타나더군요. 대구 중심지에 읍성이 있었다더군요. 임진왜란 시기 일..

옛정취와 재미가 가득, 대구 마비정 벽화마을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마비정 벽화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지난 2일 다녀왔는데, 귀차니즘으로 인해 이제야 포스팅합니다. '대구' 하면 언뜻 떠오르는 이미지, 달성공원 그리고 팔공산 정도? 사실 관광지로서의 대구는 많이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지요. 저희가 들른 마비정이란 곳은 단순한 시골마을에 불과했던 지역이었는데, 재미있는 벽화 하나로 인해 유명 관광지가 된 곳이랍니다. 마을 입구부터 벽화가 시작되고 있네요. 신발 물고 도망가는 익살스런 바둑이 그림엔 진짜 목줄이... 담벼락 위로 잠자리채 들고 서 있는 동네 개구장이들 어느 집에선가 장작을 태우고 있는 모양입니다. 장작 태우는 냄새가 시골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고 있었어요. 이 냄새 무척 좋아하는지라... 골목 골목 담벼락엔 온갖 형태의 벽화들로 꾸며져 ..

네 녀석의 좌충우돌 맛있는 횡성 여행

3년만에 연락이 닿은 고딩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이 녀석, 그간의 연락두절에 대한 속죄(?)를 위함인지 저희에게 뜻밖의 제안을 해왔습니다.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모 펜션으로 저희를 초대한 것입니다. 저를 포함한 고딩 친구 4명의 좌충우돌 횡성 여행은 이렇게 이뤄졌습니다. 7월 27일 저녁, 평소보다 일을 조금 일찍 마친 저는 함께 떠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전철에 몸을 싣습니다. 접선 장소에서 약속 시각에 정확히 만난 저희는 승용차 한 대를 이용해 본격 여행길에 오릅니다. 도심을 빠져나가는 데는 약간의 정체를 피할 수 없었지만, 일단 도심을 벗어나니 괜찮은 도로 상황이었습니다. 날은 금세 어둑해졌고, 고속국도를 벗어나 지방도로에 진입하니 사방은 더욱 깜깜합니다. 내비는 계속해서 꼬불꼬불한 강원도 산길로..

오감 만족 하루 여행 <3/3>

대관령을 출발한 차는 예상보다 빨리 서울에 떨어졌습니다. 시청앞에 도착하니 오후 7시반, 원래의 일정대로라면 9시에나 도착해야 했습니다. 시청앞 광장에선 무언가 행사가 있는 듯 연신 음악소리가 들려오고 있네요. 집사람과는 부근에서 저녁식사 겸 뒷풀이를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음악소리가 들려 오니 발걸음은 자연스레 그 쪽으로... 광장의 간이 무대에선 이름 모를 밴드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협동조합 난장 한마당이란 행사가 열리고 있던 거였구요. 저희가 접한 첫 번째 밴드의 공연은 중간에 입장하는 바람에 누군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은평구 모 대안학교의 청소년 밴드입니다. 노래와 춤을 각각 선보였는데 실력들이 상당하더군요. 그들 노래를 일부 들어보시죠. 홍대 앞에서..

오감 만족 하루 여행 <2/3>

강릉에 거의 도착할 무렵,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목적지 경포대에 도착했을 땐 모두 그쳐 오늘 일정에 큰 불편을 주진 않았네요. 오히려 기온이 낮은데다 햇빛마저 없어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었기에 상당히 쾌적한 여행길이 될 수 있었습니다. 파란 바다를 늘 동경해 왔습니다. 동해바다는 저의 그런 허기를 매번 충실히 채워 주었구요. 이번에도 역시 그런 파란 바다를 그리며 왔건만 흐린 하늘 때문에 바다색마저 찌푸려져 있었네요. 일단 뱃속의 허기부터 해결해야 할 듯합니다.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네요. 강릉의 먹거리, 역시 초당 순두부가 먼저 떠오르는군요. 인근 식당 중 괜찮은 곳을 슬쩍 귀동냥으로 주워 듣고 그 곳에 안착했습니다. 초당순두부를 주문했어요.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약간..

오감 만족 하루 여행 <1/3>

7월 7일, 오전 6시 30분 출발하는 차를 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 했습니다. 전날까지 많은 비를 뿌렸던 장마전선은 일단 아랫 동네로 물러 간 모양입니다. 간만에 해를 볼 수 있겠군요. 정확하게 6시 반에 출발한 차는 중간 기착 없이 바로 강원도 평창으로 향합니다. 9시 쯤 목적지인 봉평에 도착하니 하늘이 잔뜩 찌푸려 있습니다. 평창은 해발 700미터 이상의 고지에 위치해 있어 아무래도 날씨 변화가 잦은 듯합니다.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바닥이 흥건히 젖어 있네요. 차에서 내리니 약간의 한기가 느껴집니다. 워낙 공기 좋고 물 좋은 평창입니다만, 향긋한 허브 향이 더해지고 잔잔한 음악마저 흘러 주니 모든 감각신경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듯합니다. 허브나라란 이름답게 사방에 허브가 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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