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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의 날선 설렘 49

붕어빵엔 붕어가 없지만, 새우깡엔 새우가 있더라

강화도 인삼막걸리는 비가 올듯 말듯 우중충했던 이날 날씨만큼이나 걸죽했다. 서울에서 먹던 종류와는 분명 차원이 달랐다. 인삼 향이 기본인 데다, 대추 따위의 덩어리들이 마구 씹혔다. 식당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김 모락모락거리는 따끈한 손두부와 함께하니 그 맛은 더욱 푸짐했다. 정확히 한 잔씩 걸치려 했건만, 결국 반 되를 더 시키고 말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저 동병상련이 이날 우리를 이곳으로 향하게 만든 듯싶다. 이미 단풍 열기가 한 차례 훑고 지나간 듯 나뭇잎의 색채가 깨끗하지 못하고 영 거시기했다. 그나마 기후가 아직은 온화해 가을의 흔적이 남아있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뿌연 하늘과 투명하지 못한, 물 빠져 퀭해진 바다가 우리의 어지러운 현재 마음을 말해주는 듯싶다. 최대한 높은 곳까..

고즈넉함에 시간마저 멈춘 듯.. 횡성 풍수원성당

8월 23일 토요일, 날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전날 일기예보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져 이날까지 수도권과 강원 일부 지역이 영향권이라더군요. 그래서 그랬던 걸까요? 하늘은 온통 무언가로 뒤집어쓴 듯 뿌얬습니다.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에 도착해서도 여전했습니다. 횡성에 위치한 풍수원성당에 들렀습니다. 병인박해 당시 이곳으로 피해들어온 천주교 신자들에 의해 일대가 조성되었으며, 1907년에 지어진 국내 세번째로 오래된 성당이라더군요. 강원도내에선 제일 처음 지어진 성당이기도 하고요. 국내 최대 순례지로 알려진 곳이랍니다. 성당을 품고 있는 땅은 꽤 넓었습니다. 성당 입구에 버티고 선 두 그루의 나무를 통해 이곳의 오래된 역사를 짐작케 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미사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성당 내..

찌는 무더위 속 대부 해솔길을 터벅터벅 걷다

단체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오뉴월에 때아닌 우박과 용오름 같은 기이한 현상을 몸소 시전해 주시던 기단이 물러나자 한반도 상공엔 예의 그 덥고 습한 기단이 떡하니 꿰차고 나앉은 모양입니다. 네.. 덕분에 6월 14일은 무지하게 더운 날이었습죠. 제약된 시간 탓에 멀리 갈 수 있는 입장은 못 되고 해서 서울 근교로 다녀와야 했답니다. 이번엔 대부도 부근입니다. 제주도 둘레길을 필두로 각 지자체마다 유사한 '길'시리즈가 만들어지고 있는데요. 이곳 대부도도 예외는 아니랍니다. 해솔길이라 불리는 예쁜 트래킹 코스가 있었습니다. 총 7개 코스, 74km라는 제법 긴 거리에 달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하루만에 모두 완주할 수는 없는 일기도 하거니와 다른 곳도 돌아봐야 하기에 저흰 그 중 1코스를 선택했답니다. 물때에 맞..

맛조개 캐러 갔다가 동죽만 한 가득

모시로 유명한 서천에 당도했다. 선거날이자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교통이 그리 막히진 않았다. 덕분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어서 주변 풍광을 조금은 감상할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괜히 주변을 어슬렁거려본다. 연못엔 연잎이 가득 했고, 미끈하게 빠진 오리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우측으로 보이는 나무는 화이트핑크 셀릭스라는 녀석인데, 연중 세 가지 색상으로 잎이 변하는 신비한 능력을 갖추고 있단다. 지금은 6월이라 흰색이라는군. 각기 사연이 있는 옹기들이 한데 모여 있다. 과거 천주교 박해 당시 신자들이 오지에 숨어 몰래 만들어낸 귀한 녀석부터 네모낳게 생긴 녀석까지 무척이나 다양했다. 연못 한 가운데에 놓인 다리를 그냥 지나칠 순 없잖은가? 그러고 보니 전날 비가 참 많이 왔다. 그 흔적들이..

청풍명월을 즐기기엔 아직 추웠다

한낮 기온이 20도 이상 치솟는 때이른 고온 현상 탓에 벚꽃이란 벚꽃이 몽땅 피어버린 4월 초, 며칠전 비를 살짝 뿌리는 기압골 하나가 지나가더니 미친 듯한 기온은 하루아침에 돌변했다. 아침 기온이 무려 10도 이상 낮아지고 찬바람이 불며 마치 한겨울을 연상케 한다. 때를 모르고 피어난 꽃들은 아마도 추위 속에서 '얼음땡'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새벽 바람은 더욱 차가웠다. 덕분에 겨우내 입었던 외투를 다시 꺼내 내피를 떼낸 채 입어야만 했다. 첫 행선지인 제천의 금월봉에 도착했다. 날은 쌀쌀했지만, 다행히 하늘은 맑아 쾌적한 느낌이다. 제천 지역은 거대한 석회암 지대로 이뤄졌는가 보다. 금월봉 역시 석회암에 의해 만들어진 형상인데, 마치 금강산 마냥 다양한 봉우리들을 볼 수 있어 작은 금강산이라 불린단..

떠나가는 가을 끝자락 붙들러 충남 아산으로 향했다

물러가는 가을, 그 끝자락을 붙잡기 위해 집을 나섰다. 11월 9일의 일이다. 전국에 비가 예보되어 있었고, 비가 그치면 첫 겨울 추위가 온단다. 아침부터 흐린 하늘은 을씨년스럽기 그지 없다. 그래도 오전 이른 시각엔 해도 간간이 구름 사이를 뚫고 얼굴을 빼꼼이 내비치곤 했다. 차는 충남 아산으로 향한다.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외암리 민속마을, 오전 9시쯤 되었을까? 주변은 한적하다 못해 무척이나 고요하다. 실개천을 사이로 민속마을일 듯한 마을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고풍스런 기와집들과 돌담들이 정겹다. 마을엔 가을이 제대로 찾아왔다. 아 물론 이 모습도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른다. 입동도 지난데다 이날 비가 내리면 동장군의 습격으로 인해 가을이란 녀석, 꽁무니를 빼며 도망갈 게 틀림 없기 때문이다..

영주사과 만큼 달달했던 경북 영주 여행 : 부석사, 무섬마을

10월 20일, 가을 하늘은 여전히 푸르렀다. 월요일 첫날부터 가중되는 피로감 때문에 웬만하면 일요일 외출은 자제하는 편이지만, 일정상 어쩔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이 짧디 짧은 계절, 우리 곁을 떠나 곧 사라지지 않겠는가. 이번엔 경상북도다. 가장 먼저 떨어진 곳은 영주의 부석사, 태백산 부석사란 황금색 글귀가 눈에 확 띈다. 그런데 길이 제법 가파르다. 역시 유명 사찰들은 대부분 산 깊은 곳에 콕 박혀 있었다. 덕분에 무릎이 고생한다. 입구 단청의 모습이 곱다. 칠을 한 지 얼마 안 된 느낌이다. 다 올랐다 싶었는데, 산 넘어 산이다. 본당이 있는 곳을 가려면 한참을 더 올라야 한다. 에고 힘들다. 기온이 전날부터 풀려 차갑던 기운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 반팔을 꺼내 입어야 할 듯하다. 사대천왕이 있..

해발 500 고지의 전북 장수 여행

10월 13일, 며칠전보다 조금 더 쌀쌀해졌지만 가을은 갈수록 깊어만 간다. 당연한 건가? 이 좋은 날, 그것도 휴일을 그냥 썩혀 버리기엔 너무도 아깝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쳐가고 있었다. 그래서 조건반사적으로 전북 장수로 향하는 차에 몸을 싣는다. 제법 먼 거리이기에 새벽부터 서둘러야 했다. 역시나 여행도 부지런하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이란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오늘 여행길의 첫 코스 장계 5일장터다. 차에서 내리니 한기가 온몸을 엄습해 온다. 시장의 규모는 뭐 고만고만했다. 다만 시골 5일장의 분위기가 궁금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 고장만의 고유함이나 특별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언가 아쉬운 부분이다. 장수가 내세우고 있는 특산물은 한우와 사과다. 허나 특산물이라고 하여 특별히 판매되고 있는 모습..

찬란한 가을이다. 은색물결 너울 신성리 갈대밭을 찾다

가을이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한없이 무르익어가는 이 좋은 계절, 휴일인데 집에서 뒹굴거리는 짓도 한계가 있을 듯해 일단 밖으로 나서기로 했다. 10월 5일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있긴 했지만, 다행히 한반도를 직접 덮치지는 않는단다. 야외활동엔 특별히 지장 없을 듯싶다. 충남 서천의 들녘은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벌써부터 벼베기 작업이 한창이다. 반쯤 베어진 저곳은 한 시간 쯤 뒤 다시 와보니 모든 작업이 마무리되어 있었다. 확실히 기계가 좋긴 하구나. 서천 신성리 갈대밭은 두 번째 방문이다. 지난해 6월 처음 방문했었고, 아무래도 계절별로 와닿는 느낌이 크게 다른 듯하다. 갈대밭은 역시나 가을이 제맛 아닐까 싶다. 은색의 갈대가 군무를 이루고 있었다. 청명한 가을 하늘과 웃자란..

소금을 흩뿌려놓은 듯 새하얀 봉평 메밀꽃밭

9월 21일 오전 7시에 출발한 버스는 10시가 채 되지 않아 봉평에 도착한다. 오는 내내 에어컨에 시달려 차안은 무척 냉랭한 분위기였지만, 봉평의 외기에 비하면 그래도 따뜻한 편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봉평 땅을 밟는 순간 싸늘한 봉평의 찬 기운이 온몸을 감싸 안는다. 긴 팔 웃옷을 챙겨오지 않은 게 후회될 정도다. 주변을 흐르는 흥정천은 여전히 맑다 못해 투명하다. 효석문화제 행사장에 가기에 앞서 우선 메밀밭과 이효석문학관을 둘러보기로 한다. 메밀밭 초입에 묶여있는 당나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인 허생원이 반평생을 나귀와 함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소설 속에서는 노쇠한 나귀의 모습이 비교적 생생히 묘사되어 있는데, 이곳의 나귀는 아직 어린 녀석 같았다. 식사 중인지라 정신 없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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