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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냥 303

한턱낸다는 아내의 너스레가 반가운 이유

수년 전 아내는 조금씩 아껴가며 모아 두었던 푼돈을 이용해 주식에 입문하였습니다. 많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무슨 기념일이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면 가끔씩 건네주던 용돈이 은근슬쩍 흔적없이 사라지는 듯싶다 했더니 그동안 아내가 만들어놓은 별도의 주머니에 차곡차곡 쟁여진 채 오늘날의 결과를 빚은 것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주식에 처음 입문할 당시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법한 코스닥의 값싼 종목에 눈독을 들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많이 구입할 처지도 못 됐습니다. 푼돈 모은 돈이 기껏해야 얼마나 되겠나요. 나름의 분석보다는 어디선가로부터 소문을 듣고선 이 종목 저 종목 몇 주씩 찔끔찔끔 사 모았던 겁니다. 심지어 대선 테마주를 건드리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왕초보 주식 투자자의 전형적인..

그냥 저냥 2015.04.23

아내의 눈꼬리가 내려가게 된 사연

처가 식구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아직 봄꽃 소식은 요원하다. 그 대신 웃음꽃과 이야기꽃으로 만개했던 하루다. 과거 얘기들이 주를 이뤘다. 곁에서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언젠가 했던 이야기가 틀림없는데, 이를 또 다시 반복하고 재차 반복하는, 덕분에 무한루프에 빠져든 느낌이었다. 자꾸 얘기해도 재미있는 모양이다. 나이가 들수록 살아가는 방식은 각기 다르더라도 누구나 과거 지향형의 인간이 되어간다던데, 실제로 그런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옛날 얘기로 여념이 없었다. 이렇듯 우린 과거를 소비하며 어느덧 추억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데 수많은 이야기 중 내 귀를 번쩍 트이게 할 만한 소재거리가 큰 처제의 입으로부터 흘러나왔다. 결혼하기 전 아내에 대한 얘기였다. 처녀시절 아내의 성격은 무척이나 쌀쌀맞..

그냥 저냥 2015.03.16

부부인가요 아니면 불륜인가요?

토요일 오전, 조금은 한가했던 시간이라 머리카락을 깎으러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물론 제 전담 코디네이터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아내님과 함께했지요. 아내님의 장난끼가 발동한 모양입니다. 사실 제 머리카락은 제 것이 아니랍니다. 앞 머리카락의 길이부터 전체적인 스타일까지 아내님의 세심한 참견(?) 없이는 제 마음대로, 그리고 미용실 헤어 디자이너조차 어떻게 할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대뜸 요즘 유행하는 투블럭 스타일로 깎아달라 주문하는 아내입니다. 옆 머리카락을 훌러덩 밀더니 머리 피부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과감하게 깎아버리더군요. 마치 모히칸 스타일 같습니다. 제가 모히칸 같다고 뭐라 하니 뒤에서 재미있다며 깔깔거리는 아내입니다. 그러자 제 머리를 손질하던 헤어디자이너께서 한 말씀 거들고 나섰습니다."두 분을..

그냥 저냥 2015.03.03

결코 유쾌할 수 없었던 제주도 여행

정말 큰 맘 먹고 오른 여행길이었습니다. 부모님을 비롯한 10명이 넘는, 온 가족이 함께하는 여행이었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사는 방식이 각기 다르고, 모두들 먹고 사는 일에 치이다 보니 일정 맞추는 일조차 사실상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시간을 절대로 맞출 수 없었을 텐데, 다행히 제법 길었던 설 연휴 덕분에 모처럼의 의기투합이 가능했습니다. 남들에겐 비록 2박3일의 흔하디 흔한 여행에 불과할지 모르나 저희 가족 모두에겐 무척이나 귀한 기회였습니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이동해야 하기에 자유여행 방식보다는 패키지 상품이 적합할 듯싶었습니다. 물론 자유여행과 패키지 여행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키지 상품을 굳이 선택하게 된 데엔 앞서의 이..

그냥 저냥 2015.02.24

우리 부부, '덤앤더머' 된 사연

근래 소화기관 이상으로 음식 섭취에 관한 한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입장이다. 여러모로 불편이 따르는 일이긴 하다. 우선 알콜 종류는 아예 입에 대지 않고 있을 뿐더러 그 좋아하던 커피마저 멀리하게 됐으니 말이다. 일상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다. 커피 대신 유자차나 모과차 그리고 녹차 등의 과실차를 즐겨하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해당 차들이 금방 동이 났다. 이 늦은 겨울밤, 아내와 나란히 앉아 함께 마시는 차 한 잔의 여유가 나름 생활의 활력소이자 즐거움으로 와닿던 찰나 차가 모두 떨어졌으니 당장 어디가서 사오기도 곤란한 상황에서 이를 어찌하나 싶었다. 그때였다. 예전에 사놓고 그냥 보관만 해오던 보리차 티백이 언뜻 떠올랐다. 아내에게 물었다. "보리차로 차 분위기를 내는 건 어떨까?" "왜 안..

그냥 저냥 2015.01.26

죽 먹고 싶다는 막내아들, 그 이유가 엉뚱해

언젠가부터 장 상태가 영 별로였습니다. 속이 더부룩한 게 자꾸만 가스가 차고, 무언가를 먹기만 하면 신호가 오곤 해서 일상 생활마저 불편했더랬습니다. 물론 가끔 있는 일이라 그냥 대수롭지 않겠거니 여기며 식습관에만 주의를 기울여 오던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1주일이 넘어가도 차도가 없더군요. 웬만하면 병원을 잘 찾지 않는 편인데, 가뜩이나 최근 노로바이러스가 유행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듣고선 왠지 꺼림직스러운 느낌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다행히 장염은 아니었고, 위장과 장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약을 처방해 주더군요. 자극적인 커피나 맥주, 우유 따위의 차가운 성질의 음식을 주의하라는 경고도 덧붙였습니다. 덕분에 당분간 커피와는 빠빠이로군요. 우선 식사부터 조절하기로 하였습니다. 별로 탐탁지..

그냥 저냥 2015.01.17

아내의 흰 머리카락 뽑는 일이 행복한 이유

불과 며칠전의 일입니다. 그러니까 새해를 맞은 지 하루 이틀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겠군요. 저는 열심히 인터넷 검색 삼매경에 빠져들었고, 아내는 거울 앞에서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갑자기 아내의 단말마와도 같은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당연히 놀랐겠죠? 전 무슨 일이냐며 대뜸 물었습니다. 뜬금없이 속상해 죽겠다며 하소연하는 아내입니다. 이유인 즉슨 이렇습니다. 머리를 살피다 보니 정수리 부근에서 흰 머리카락 군락지를 발견했다는 겁니다. 한 두 가닥도 아니고 무려 뭉텅이로 무리를 이루고 있더랍니다. "뭐 그따위 일로 그리 놀라나 이 사람아" 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며 하고 있는 일에 더욱 열중했겠죠? 지금 이 순간 제겐,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가장 가치가 있을 테니까..

그냥 저냥 2015.01.07

어머니와 신발.. 그 따스함에 대하여

또 다시 새해가 밝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새해 불꽃놀이는 잠시뿐이며, 누구나 인생의 유한함을 성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왠지 다른 때보다 더욱 와닿는다. 어느 순간부터 한 해 한 해 지나가는 것이 부쩍 빨라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가속마저 붙고 있는 느낌이다. 속절없이 지나가는 시간을 무슨 수로 당해내겠는가. 누구나 단 한 차례 사는 삶이니 지금의 나이는 다들 처음 겪는 일일 테다. 우린 결국 누구나 전인미답의 길을 걷고 있는 셈이다. 어릴적엔 죽는 일이 남의 일 같았고, 연세 지긋하신 분, 아니 중년 아저씨 아줌마만 봐도 난 저렇게 늙지 않을 것 같거니와 절대로 죽지 않을 줄로만 알았다. 어리석기 그지없는 생각임에 틀림없지만, 어느덧 나 또한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볼 때 반환점을 찍고 돌아선 지 한참이다..

그냥 저냥 2015.01.01

여러분의 부부애는 안녕하신지요?

오늘 아침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조조 관람을 위해 영하의 차가운 기온과 눈발 흩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부모님께서 과감히 외출을 선택하셨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흥행몰이가 무척 매섭습니다. 2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총 누적관객수 240만명을 넘어서며 박스오피스 3위에 등극했다고 합니다. 저희 부모님도 이에 일조하신 셈이로군요. 이 추세대로라면 다양성 영화 신기록을 수립했던 '워낭소리' 관객수 293만 4433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도 합니다.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정말 이례적인 흥행이라 할 만한데요.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걸까요? 모름지기 많은 사람들이 기본으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왜 삶이..

그냥 저냥 2014.12.22

실내 금연정책 강화로 인한 부작용

2014년은 흡연자들에게 있어 수난의 해라 할 만하다. 올해부터 100㎡ 규모 이상의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커피숍, 호프집, PC방 등이 전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흡연자들의 입지가 한층 줄어든 것이다. 2015년부터는 면적에 관계없이 위에서 언급한 모든 업소에서의 흡연이 전면 금지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담뱃값 인상 논란은 흡연자들에게 있어 불난 집에 부채질한 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담배를 피우지 않는 비흡연자 입장에서 볼 때 앞서의 정책들은 분명 환영할 만한 일로 받아들여져야 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길을 걸으며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야 비단 어제 오늘만의 문제가 아니니 여기에선 논외로 하자. 점포 앞에 흡연할 수 ..

그냥 저냥 201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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