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연히 벌어진 일이다. 그날 난 아내와 함께 식사하던 중이었다. 우리 부부는 평소 허물 없이 지내는 편이라 대화 내용이나 형식 따위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기울이지 않는다. 함께 살아온 시간이 제법 된다는 의미다. 때문에 그날 아내와 나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를 기억해내기란 솔직히 어려운 노릇이다. 다만, 무슨 연유였는지는 모르겠으나 난 아내에게 이런 말을 한 기억만큼은 또렷하다. "누구나 분노할 때가 있잖아. 문득 분노를 참지 못 하는 순간과 맞닥뜨리다가도 당신이 곁에 있을 경우 신기하게 분노가 눈 녹듯 사라진다" 난 거짓말을 잘 못 한다. 이는 충분히 단점이거나 혹은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이러한 성격을 잘 아는 아내이기에 그녀는 당시 나의 말이 결코 헛된 게 아님을 잘 알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