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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갑질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는 덕목 '말의 품격'

온통 말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미디어 시대인 요즘 말 잘하는 사람은 어디에서든 환영을 받으며, 누가 봐도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온다. 이렇듯 말하기는 언젠가부터 개인의 능력과 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각종 스피치 학원들이 호황을 누리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그의 반대급부로 말을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함부로 사용하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일부 위정자들이 내뱉는 독설과 인기인들의 정제되지 않은 그릇된 표현은 우리 모두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곤 한다. 덕분에 세상은 더욱 더 자극적으로 변모해가는 와중이다. 그러나 무심코 던진 한 마디의 말로부터는 그 사람의 인품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마련이다. 아무리 화려하고 뛰어난 언변으로 교묘하게 위장하고 포장한다 해도 말이다. 말과 글에는..

영화 '버닝'의 원작 소설 '헛간을 태우다'

31세 기혼자인 나는 친지의 결혼식에서 20세인 그녀를 알게 됐다. 그녀는 유명 선생님으로부터 팬터마임을 배우고 있으며, 간혹 광고 알바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곤 한다. 그녀는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상당히 쿨한 여성이었다. 아울러 내겐 있는 그대로의 그녀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생각 따위는 애초 하지 않으려는 성향 덕분에 그녀의 머릿속은 늘 깃털처럼 가벼웠다. 좋게 표현하자면 순수함 같은 종류의 것이다. 나는 그녀의 이런 점이 맘에 든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나와 비슷할 테다. 누구든 쉽게 빠져들 법한 매력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녀의 대화에는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주는 묘한 재능이 숨어 있다. 그녀와의 만남은 주로 나의 일방적인 연락을 매개로 이뤄졌으며, 물론 만남에 따르는 비용..

청년세대를 향한 우울한 메타포 '버닝'

작가를 꿈꾸며 알바를 전전하던 청년 이종수(유아인), 어느 날 알바 도중 어릴 적 한 동네에서 살던 신해미(전종서)를 우연히 만나 인연을 이어가게 된다. 그녀는 아프리카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부재 중 자신의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 밥을 부탁하였고, 종수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인다. 고양이 밥을 주기 위해 꾸준히 그녀의 집에 드나들던 종수, 얼마 지나지 않아 해미로부터 귀국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달 받는다. 하지만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한달음에 마중 나간 공항에는 그녀 혼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아프리카 공항 체류 중 연이 닿았다는 벤(스티브 연)이라 불리는 사내와 함께였다. 자신과는 전혀 다른 부류로 짐작되는 벤이 종수에게 탐탁지 않게 다가왔던 건 다른 무엇보다 해미 때문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그..

실패를 거듭하라, 위험을 무릅쓰라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해리엇 롤러(셜리 맥클레인)는 과거 광고회사를 직접 만들어 운영할 정도로 열혈 여성이었으나 은퇴 후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던 참이다. 그녀는 완벽주의자였다. 무엇이든 자신의 기준으로 비춰볼 때 그에 미치지 못 할 경우 성에 차지 않아 하던 그녀였다. 덕분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가 혀를 내두르던 터였다. 완벽주의적 성향은 타인에게는 자연스레 까칠한 성품으로 다가오기 십상이었으며, 이는 황혼에 접어든 그녀 주변에 아무도 남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로 작용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신문 지면에 인쇄된 누군가의 부고 기사를 접하게 된 그녀, 자신이 사망할 경우 그와 관련한 기사는 과연 어떤 방식으로 쓰여지게 될지 너무도 궁금하던 터였다. 추진력만큼은 탁월했던 헤리엇, 과거 주요 거래처였던 신문사를 ..

연쇄살인범에게 보내는 짓궂은 농담 '살인자의 기억법'

16살에 첫 살인의 쾌감을 맛본 나는 마지막 살인을 무려 25년 전에 저지른 바 있다. 지금의 나이가 70세이니 대략 45세까지 살인을 저질러 온 셈이다. 내가 계속해서 살인 놀이에 빠질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완벽한 쾌감이 가능하리라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죽일 때는 그 전의 경험보다 더욱 완벽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살인 따위는 않는다. 이렇게 된 건 바로 그 희망이란 두 글자가 내게서 문득 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수의사 출신이다. 때문에 살인은 식은 죽 먹기다. 오로지 살인을 위해 끊임 없이 체력 단련도 해 온 몸이다. 특히 상체의 근력을 더욱 강하게 키워 왔다. 이쯤 되면 특급 살인 병기라 칭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마지막 살인을 저지르고 집..

모든 이들의 삶은 반짝거린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나(사토 타케루)는 평소 대화를 나눌 때 "만약에.."라는 가정법을 즐겨 사용한다. 여자친구(미야자키 아오이)는 이런 나의 말버릇을 장난 삼아 놀리곤 한다. 나의 직업은 우편을 배달하는 일이다. 여느 때처럼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던 어느 날 나는 급작스런 머리 통증으로 인해 자전거와 함께 쓰러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치료차 내원한 병원, 나의 진료를 담당한 의사는 말도 안 되는 끔찍한 진단을 내리고 있었다. 악성 뇌종양 때문에 앞으로 얼마 살지 못 할 것이며, 지금 당장 죽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아주 위중하단다. 그러니까 시한부 삶이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란 게 바로 이런 걸까.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히는 데다 하필이면 왜 내게 이런 시련이 닥친 것인지 처음에는 분노를 느꼈..

액션 장르라고 하여 가볍게만 볼 수 없는 영화 '커뮤터'

전직 경찰관 마이클(리암 니슨)은 10년 동안 몸 담아온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게 된다. 정년까지는 아직 5년이나 남아 있었다. 자신이 왜 그만두어야 하는가를 묻는 안타까운 질문에 이익을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뼈 아픈 답변만 돌아온다. 이제 대학에 입학하는 아들이 있어 등록금 등 당장 목돈이 필요한 시점이라 그에겐 여간 곤란한 상황이 아니다. 아내 캐런(엘리자베스 맥거번)에게는 차마 곧이 곧대로 말할 수가 없었던 그다. 기껏해야 후배이자 현직 경찰관인 알렉스(패트릭 윌슨)와 만나 맥줏잔을 기울이면서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게 그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마음을 추스리면서 여느 때처럼 통근열차에 올라탄 그, 열차 객실에는 다양한 군상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

카타르시스로 다가오는 한 마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취업절벽의 시대다. 번듯한 회사에 정직원으로 들어가기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다. 아오야마(쿠도 아스카)는 취업을 하지 못 할까 봐 상당히 조바심을 느끼고 있는 터였으나, 용케 취업에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어렵사리 뚫은 관문을 통과하자마자 또 다른 혹독한 시련이 아오야마의 인내심을 테스트해 온다. 조직의 분위기는 그야 말로 살벌했다. 10분만 지각하더라도 벌금을 내야 했으며, 유급휴가 따위는 아예 꿈조차 꿀 수 없는 형편이다. 20세기로 돌아가기라도 한 양 출근하자마자 전 직원이 사무실에 모여 일제히 체조를 하는 모습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어릴 적 학교 조회 시간에 전교생을 운동장에 모아놓고 국민제조를 시키던 장면을 오버랩시킨다. 아울러 조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부서장의 성품은 호랑이 선생님 저리 가라다..

폭행과 조롱, 정치인의 수난에 대한 적절한 해답 '미스 슬로운'

제도권 정치가 그어놓은 합법적 틀의 경계에서 피 말리는 두뇌 전쟁을 펼치며 정책적 결정을 좌지우지하는 로비스트 미스 슬로운(제시카 차스테인)은 이쪽 업계에서는 최고의 실력자로 통하는 인물이다. 잇따른 총기 난사 사건으로 연일 들썩거리고 있는 미국, 어느 날 국민들로 하여금 무기를 소지할 수 있게 하는 권리를 합법화한 수정 헌법 2조를 기반으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총기가 판매되도록 분위기를 조장하자는 측의 로비 의뢰가 그녀에게 들어온다. 하지만 그녀의 개인적 신념은 총기 규제 쪽으로 명확하게 기울어져 있던 참이다. 때마침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히튼-해리스법의 통과를 위해 정치권에 로비 활동을 펼치던 슈미트(마크 스트롱)로부터 그녀에게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고, 슬로운은 자신과..

12세 이상 관람가 등급, 과연 적절한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치타우리와 블랙 오더 등 거대 규모의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타노스(조슈 브롤린)는 타이탄 행성의 막강 전사다. 그는 우주의 질서를 관장하게 한다는 인피니티 스톤을 모으고 있던 참이다. 역대급 빌런인 타노스의 인피니티 스톤 쟁탈전에 맞서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토르(크리스 헴스워스), 헐크(마크 러팔로),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 스칼렛 위치(엘리자베스 올슨),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스파이더맨(톰 홀랜드),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윈터 솔져(세바스찬 스탠), 스타로드(크리스 프랫) 등 어벤져스 멤버들이 우주 공간과 지구를 오가며 혈투를 벌이는데... 막강 빌런 타노스를 타도하기 위해 지구 평화의 수호천사 어벤져스 멤버들이 총동원됐다.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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