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간접 경험의 즐거움 539

다른 세계를 꿈꿔온 진짜 나를 찾는 여정 '되찾은 : 시간'

서울시 성동구 금호동, 이곳에 작은 책방 하나가 개업했다. 의외의 자리다. 왠지 책방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위치이기 때문이다. 책방 앞쪽으로는 구도심 개발 과정을 통해 들어섰음직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으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그 건너편 책방이 있는 쪽은 개발 구역에 포함되지 않은 듯 현대화와는 사뭇 거리가 멀어 보이는 비주얼이었다. 고만고만한 작고 오래된 상가 건물들이 도로 변으로 즐비하다. 원래는 주택이었으나 한 집 두 집 아래층을 상가로 개조하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이에 뛰어든 듯 많은 건물의 1층은 상가, 그리고 2층은 가정집이었다. '프루스투의 서재'라는 범상치 않은 이름을 갖춘 이 책방 역시 2층 건물의 아래층은 상가, 윗층은 가정집으로 쓰이고 있는 듯보였다. 이 책은..

무더위 날려버릴 북유럽 추리소설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

노르웨이의 숲 한적한 곳에서 어느 날 의문의 사체 한 구가 발견된다. 오각형의 형상으로 촛불이 차례로 놓여진 펜타그래프 안에 어떤 소녀가 알몸인 채 양 팔이 기이한 각도로 꺾이고 입에는 하얀색 백합꽃이 물린 상태에서 무언가를 상징하는 듯한 자세로 숨져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사체 주변에는 온통 새의 깃털 같은 것들로 가득했다. 흡사 정체 모를 종교 의식 따위가 치러지고 죽은 소녀는 그의 제물이 되기라도 한 양 끔찍한 형상을 띠고 있었다. 당시의 현장은 누가 보더라도 범상치 않은 사건임을 짐작케 한다. 덕분에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영광(?)을 누리게 됐으며 해당 사건은 강력범죄를 다루는 특별수사팀에 배당된다. 뭉크를 팀장으로 하는 특별수사팀이 급거 꾸려진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강력범죄를 도맡아 해결해온 뭉..

고양이 집사가 되기 전 알아두면 좋은 사실들 '거실의 사자'

인간이 동물을 가까이하고 가축으로 기르게 된 데엔 다 그럴 만한 쓰임새를 염두에 둔 덕분이다. 소의 경우 우직하게 농사일을 도우며, 우유나 단백질 및 지방을 제공해 왔다. 닭이나 돼지 역시 영양소의 주요 공급원이다. 하물며 개도 여러 방면에서 인간에게 기여한다. 이를테면 낯선 이가 방문할 경우 짖어서 경계심을 유발케 하거나 양이나 염소 등 다른 가축 지키는 일을 도맡아한다. 썰매를 끌거나 짐을 운반할 때 활용되기도 하고 장애인의 활동을 돕기도 한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어떨까? 앞서 언급한 동물들과 견주어보면 상대적으로 하등의 쓸모가 없다. 특히 같은 반려동물의 대표 브랜드(?)로서 고양이와 쌍벽을 이루는 개와 비교해보면 더욱 그렇다. 기여하는 바가 전혀 없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항변한다. 몹쓸 전염병 ..

멍때림에 주저하지 말자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

빠르고 편리한 온라인 메신저에 비해 펜으로 직접 꾹꾹 눌러쓰는 편지는 더 느리고 더 사려 깊은 작업이 되게 해준다. 왜일까? 편지를 쓰는 시점과 받는 시점 사이에는 제법 긴 시간의 간극이 놓여 있는 탓이다. 잠깐 동안 유보된 이 침묵의 시간이 편지의 내용을 더욱 깊이있고 소중하게 만들어주며, 이를 쓰고 받는 이들의 감정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마찬가지로 요즘엔 글을 작성할 때 펜으로 쓰기보다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는 경향이 더 많지만, 영화 '변산'에서 작가 정선미(김고은)는 부러 노트에 펜으로 쓱쓱 적어내려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복붙(붙여넣기와 복사하기), 그리고 삭제가 자유로운 도구에 비해 펜으로 작성하는 방식은 불편하기 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물론 멋을 부리려 함은 결코 아니다. 정선미..

울분을 토해내듯 치열하게 '변산'

편의점 등 각종 알바를 전전하면서 래퍼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을 떠나 홍대 부근 2평 남짓 고시원에 둥지를 튼 청년 '심뻑' 아니 김학수(박정민), 그는 모 방송사에서 주최하는 최고의 래퍼를 가리는 서바이벌 각축전 '쇼미더머니'에 '심뻑'이라는 예명으로 벌써 6년째 도전 중에 있다. 이번 도전에서는 패기가 넘쳤던 까닭에 예선을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고 이윽고 본선에 올랐으나 그를 옭아매온 과거의 쓰라린 기억들이 무대 위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바람에 그만 온전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만다. 또 다시 고배를 마시게 된 학수다. 주변에서는 인생은 7전8기라며 그를 다독이려 애를 쓰는 모습이었지만, 정작 학수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심드렁하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수에게 의문의 전화 한 통화가 ..

어떡하든 이어가야 하는 삶 '오직 두 사람'

김영하 작가의 글은 담백하다. 군더더기 따위는 일절 없다. 난해하지도 않다. 멋을 부리지 않은 것 같은데도 글이 맛깔스럽다. 그래서 잘 읽힌다. 진정한 고수 아닐까 싶다. 결코 못 쓴 글이 아님에도 누구나 쉽게 읽히도록 글을 쓴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엉뚱한 상상력을 끌어들여 이상한 결말로 독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러한 특징이야말로 김영하식 작품의 백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나 역시 이런 걸 기대하면서 자꾸만 그의 글을 찾아 읽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 말이다. 이 책 ‘오직 두 사람’ 역시 앞서 언급한 김영하식 글쓰기의 전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집이다. 총 7편의 단편소설로 이뤄져 있다. 무려 7년 동안 집필한 작품들이란다. 눈에 띄는..

죽음과 직면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에서는 인기 배우 사토 타케루가 시한부 삶의 주인공인 '나'의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나는 생명 연장을 대가로 세상에 존재하는 특정 물건, 이를테면 고양이 따위, 그리고 그와 얽힌 관계 등 모든 것들을 이 세상에서 한꺼번에 사라지게 하는 특이한 현상을 몸소 체험하면서 삶이란 무엇이고, 곧 맞이하게 될 죽음은 또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를 묵묵히 깨닫는다. 이렇듯 시한부 삶은 다분히 극적인 요소를 띠고 있는 까닭에 소설이나 영화 등의 장르에서 단골 소재로 활용되곤 한다. 이 책 '힘 있게 살고 후회 없이 떠난다'의 저자 고바야시 구니오 역시 간질성 폐렴이라는 진행성 난치병을 진단 받고 빠르면 2년 반 안에 죽을 수 있다는 시한부 삶을 선고 받는다. 비슷한 인생 성..

보잘 것 없는 사물에 깃든 삶의 흔적 '사물의 민낯'

아침마다 응당 해야 하는 일이 있다. 물론 부끄러운 얘기이지만 정말로 귀찮을 경우 때때로 이를 그냥 건너뛰기도 한다. 다름 아닌 수염을 깎는 행위이다. 수십 년을 반복해온 일이라 이젠 이골이 날 법도 하건만 여전히 내겐 꽤나 귀찮은 일 가운데 하나다. 남들은 잘만 활용하는 전기면도기로는 깨끗하게 깎이지 않기에 어쩔 수 없이 수동면도기를 활용해야 하는 처지 탓일까? 게다가 기왕지사 국산 제품을 이용하고 싶은데, 제기럴 이놈의 면도날 제조는 여전히 독일 기술을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는 모양이다. 철을 비롯한 금속 재질을 미세하게 다듬는 공정이 그리도 어려운 일일까? 그런데 오늘 아침 또 다시 사달이 빚어지고 말았다. 최대한 조심스레 한다고 했건만 면도날이 그만 내 소중한 살의 영역을 슬쩍 파고든 것이다. 칼..

과학적 상상력에 강렬한 액션 덧입힌 판타지 영화 '마녀'

10년 전 정체 모를 무자비한 살상 행위가 한 시설에서 벌어졌다. 당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어린 소녀, 아이는 그녀를 뒤쫓던 괴한들로부터 간신히 도망친 끝에 시골의 한적한 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전 건축업자 구모(최정우) 씨 집앞 풀섶에 그만 쓰러지고 만다. 구 씨에 의해 우연히 발견된 소녀는 다행히 그와 그의 아내(오미희)의 살뜰한 보살핌 속에서 티 없이 맑게 자란다. 소녀는 그렇게 이들의 가족 구성원이 됐다. 어느덧 고등학생으로 성장한 소녀 구자윤(김다미), 학생 신분으로 일손을 열심히 도우며 가계에 한 몫 단단히 거들고 있기는 하나 소값 폭락 등과 같은 구조적인 경기 한파를 극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느 날 자윤의 친구 명희(고민시)가 모 방송국에서 진행하는 수퍼스타 오디션에 참..

위로가 절실한 수많은 A들을 위한 영화 '여중생A'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미래(김환희)는 또래 친구가 하나도 없는 처지이다. 덕분에 학교 생활은 괴로움의 연속이다. 학우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교묘한 괴롭힘부터 아예 대놓고 가해지는 가혹 행위까지, 그녀를 둘러싼 학교라는 울타리의 환경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감싸 안고 보듬어줄 최후의 안식처가 되어야 할 가정 역시 늘 술에 절은 채 폭력을 일삼는 아빠와 맞벌이에 치여 미처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는 바쁜 엄마로 인해 되레 불안한 곳으로 전락해버렸다. 이런 환경에서 미래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곳은 온라인 공간이었다. 적어도 게임속 가상 공간에서 길드원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때만큼은 어떠한 고통이나 따돌림도 없었으며, 되레 한 사람의 인격체이자 주체로서 온전하게 인정을 받을 수 있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