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저냥

전철만 타면 게임에 몰두한다는 이 남자의 사연

새 날 2014. 8. 30. 11:43
반응형

며칠 전의 일이다.  이번에 다른 곳으로 발령 받은 한 지인과 저녁 술자리를 함께했다.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으며 다양한 주제들을 발굴해 이러저러한 얘기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댔던 것 같다.  무척 유쾌한 시간이었다. 

 

그러던 와중 누군가로부터 느닷없이 스마트폰 게임 얘기가 튀어나왔다.  사실 나야 관심 밖의 일이지만, 다른 분들에겐 꽤나 즐겁고 호기심 쏠리는 분야였던 것 같다.  점심시간 시간 때우기용으로는 더없이 좋다는 등 찬양 일색의 대화들이 오고 갔다.  비록 지금은 관심이 시들하지만 스마트폰의 한 세대 전인 PDA시절 이미 섭렵(?)한 분야이기에 그분들의 관심에 나 역시 수긍하는 입장이다. 

 

ⓒ신동아

 

그런데, 50대 남성인 그 지인이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전철을 이용해 출퇴근할 때마다 자신은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한단다.  이유인 즉슨, 요즘 딸뻘 정도 되는, 아니 그보다 더 어린 처자들마저 모두 짧은 옷을 입고 있어 눈을 둘 곳이 마땅찮아 그 대안으로 삼은 방법이란다.

 

술자리에서 들었을 땐 그냥 웃어 넘기고 말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상당히 씁쓸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분이 실은 공직에 몸을 담고 있는 처지이다.  때문에 그의 입을 통해 직접 언급하고 있진 않았지만, 젊은 여성들로부터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얼마 남지 않은 공직자로서의 삶에 그 어떠한 누를 끼치거나 흠집조차 내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듯싶었다.

 

어찌 보면 피해 망상증 환자 내지 지나친 보신주의자 아닐까 싶을 만큼 과도한 사고와 그에 따르는 행동일 듯싶기도 하다.  물론 공직이라는 특수성이 빚은 결과물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분의 특수한 직업적 환경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같은 남자로서 그분의 행동에 나 또한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곰곰이 되짚어 봐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남성이 시각에 민감하여 예민하게 반응하는 건 남성만의 신체적 특성 중 하나이기 때문이며, 이는 이미 세인들에게 공공연하게 널리 알려진 사실이기도 하다.  때문에 눈 앞에서 어른거리는 이성을 발견하게 될 경우, 그것도 짧은 옷의 노출이 심한 여성의 경우 더더욱, 조건반사와도 같은 반응이 일어나며 절로 남성의 눈이 돌아가게 되는 건 인지상정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남성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이렇듯 절로 눈길이 가게 되는 자연스러운 남성만의 신체적 특성 내지 현상을 때로는 여성들이 거북하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다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여성들은 흔히 자기 만족에 의해 꾸미거나 옷을 입는다고들 말하지만, 실은 남의 시선, 특히 남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을 테다.  만약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이는 거짓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타인의 시선을 일정 부분 즐긴다고 봐야 할 텐데, 가끔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게 함정이다.

 

특히 나이 많은 남성들의 시선을 더욱 부담스럽게 받아들이며 심지어 성추행으로까지 연결짓는 경우마저 있다.  작금의 문제는 이로부터 파생되는 듯싶다.  너무도 많은 여성들이 노출 패션을 선보이다 보니 괜한 오해를 사기 싫은 지인과 같은 사람들은 눈을 둘 곳이 애매해 괜시리 애꿎은 스마트폰만을 만지작거리게 되는 것이다.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하는 게 과연 정당한가?  그렇다면 이러한 결과는 전적으로 여성이 잘못했기 때문?

 

아니다.  여성들이 자신들의 빛나는 미모를 뽐내고 싶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유행을 뒤쫓으며 입는 최신 유행 스타일을 과연 누가 탓할 수 있겠는가.  노출이 과도하다?  이마저도 최신 유행이라는데, 유행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여자들만의 특성상 이를 또 무슨 수로 말리겠는가?  자기만족이든 과시욕이든 어쨌거나 최신을 따르고 싶은 건 모든 여성들의 로망 아니겠는가.

 

굳이 탓하려거든 유행을 창조해내고 또 이를 바이러스처럼 온 세상에 자꾸만 퍼뜨리려는 이들을 꾸짖어야 하는 게 아닐까? 

 

여성들의 과도한 노출 패션이 만들어낸 기묘한 풍경엔 결국 누구의 잘못이라고 꼬집어 단정지을 수 없는 복잡미묘함이 감춰져 있다.  다만, 여성들은 자신들을 자꾸만 음흉한 눈길로 쳐다본다며 하소연만 하지 말 것이며, 남성들에게도 이렇듯 말못할 고민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서로가 조심했으면 하는 바램뿐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