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보는 세상

자전거에 날개를? 아니 윤활유를

새 날 2012. 9. 1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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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간 여름의 자리는 곧 바로 가을이 차지하려 하는가 봅니다. 더위 때문에 시원찮이 설쳐오던 잠자리도 덕분에 쾌적해졌구요. 6월 이후로 비 혹은 더위 때문에 본의 아니게 멈추어 세웠던 자전거, 이제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할 시기인 듯합니다. 물론 출퇴근할 때 간간이 자전거를 사용해 오긴 했습니다만, 본격적인 라이딩은 엄두도 못냈지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자전거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페달을 밟을 때면, 체인 쪽에서 '드르륵'하는 소리가 들려 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엔 기어 세팅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판단, 시간 내어 자전거가게에 들러 재세팅을 의뢰하려 했습니다. 기어 세팅, 예전에 직접 했다가 완전히 망친 아픈 기억이 있어서리...

하지만, 소리는 제 자전거에서만 들려오는 것이 아니었어요. 집사람 자전거에서도 같은 소리가 들려 오더군요. 그래서 얼마전 매뉴얼에서 본 윤활유 생각이 났던 거예요.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이도 역시 가격이 천차만별, 비싼 놈은 그만한 값어치를 하겠지만, 생활자전거에 굳이 비싼 거 들일 필요가 있을까 싶었네요.

 

sb-88, 자전거 전용 윤활유라 해서 망설임 없이 구입했구요. 가격대도 생각보다 아주 저렴한 편이었습니다. 스프레이 방식으로 분사하며, 바퀴벌레 살충제처럼 가는 스트로크가 꽂혀 있어 원하는 타겟에 비교적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사용하지 않을 땐 스트로크를 아래로 내려 몸체와 평행을 유지하면 걸리적거리는 일도 없게 될 테구요. 사용자의 사용 편의성을 충분히 고려한, 제조업체의 숨은 배려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용량은 360ml로, 우리가 가정에서 흔히 쓰는 방청제 wd-40과 같은 용량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정도 용량이면 지금 자전거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하고도 남겠군요. 제조사의 상품 안내 문구를 슬쩍 보면, 고내열 극압 실리콘 윤활제로 자전거 전용오일 용도로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전거의 체인, 회전축, 기어박스, 고속기어 기계 샤프트 등의 윤활작용에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하네요.



자, 그럼 실제 사용을 해 보겠습니다. 현재 소리가 들리는 부분은 체인으로 의심되기에 우선 체인부터 도포합니다. 그 전에 체인을 청소해야 하겠지요. 관심을 두지 않아 몰랐었는데 그새 산화가 많이 진행되어 체인이 이젠 붉은 색을 띠는군요. 못쓰는 칫솔 하나를 꺼내 왔습니다.

 

 

 

체인의 위와 아래 화살표 부분을 칫솔로 쓱쓱 문질러 줍니다. 물론 체인을 돌려가며, 빠지는 부분 없이 고루 진행해야 해요. 이 작업이 끝나게 되면, 본격적으로 윤활유 도포작업에 들어갑니다. 윤활유를 체인에 직접 뿌리게 되면 아무래도 낭비가 심하겠지요? 그래서 방금 사용했던 칫솔을 재활용합니다. 윤활유를 칫솔에 뿌리고 청소할 때와 마찬가지로 화살표 부분인 위 아래 영역에 윤활유가 묻도록 고루 문질러 줍니다. 마찬가지로 체인을 돌려가며 고르게 도포합니다.

 

 

체인이 모두 끝났으면, 뒤쪽 스프라켓에도 윤활유를 발라줍니다. 이 부분은 칫솔보다는 그냥 스트로크로 적당한 타겟을 물색하여 고르게 뿌려주면 될 듯합니다. 마찬가지로 돌려가며 작업해야 합니다.

 

 

스프라켓이 끝나면, 그 아래 기어박스(?) 안쪽에도 뿌려줍니다.

 

 

페달이 연결된 크랭크 쪽에도 역시 스프라켓에 뿌렸던 방법과 같은 방식으로 윤활유를 도포해 줍니다. 특히 앞 기어가 있는 자전거는 체인이 직접 물리는 톱니에 고르게 분사시켜 주어야 합니다. 이때 주의할 점, 절대 브레이크 슈, 그러니까 브레이크를 잡으면 정지를 위해 타이어와 접촉하게 되는 부분, 는 윤활유를 뿌려주면 안 된다 하네요. 브레이크 작동을 보다 원활하게 한답시고 그곳에 뿌렸다간 자칫 브레이크가 아예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랍니다.

어제 저와 집사람 자전거에 위 작업을 마치고, 동네 마실을 나가 보았습니다. 신기하게도 그동안 들려오던 잡소리들이 모두 사라졌더군요. 역시 기계는 관리가 생명인 듯합니다. 자전거 매뉴얼에 의하면 적어도 6개월에 한 번씩 윤활유를 발라주어야 한다고 되어 있긴 합니다만, 사실 저뿐만 아니라 이런 거 지켜 가며 타는 분들 별로 없겠지요.

여름 내 더워 움츠렸던 자전거 타기, 이제 곧 본격 시즌이 다가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가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이 허락되어 있지 않습니다. 쾌적한 봄과 가을, 아주 잠깐의 시간밖엔 없네요. 자, 시즌 도래에 앞서 잠자는 자전거를 깨워 살짝 손을 봐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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