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보는 세상

현충일의 나홀로 한강 라이딩

새 날 2012. 6. 6.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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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은 아침부터 치솟기 시작합니다. 사진을 통해서도 더위가 그대로 전달되는 느낌이에요. 오전9시반 쯤 출발한 라이딩은 초반부터 진을 빼게 생겼습니다. 덕분에 돌아오는 일은 매우 고달픈 고행 길이 될 테구요.

 

한참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앞쪽으로 수 십명의 동호회 회원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자전거 전용도로 차선을 거의 점거한 채 정지하여 길게 늘어서 있네요. 반대쪽 차선에선 연신 자전거들이 오고 있어, 계속 진행하기도 어려운, 참 난감한 상황을 연출해 주셨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이 무리들을 지나 시속 20킬로 정도를 유지하며 계속 달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그들이 저를 앞지르기 하더군요. 이들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이 괘씸해 보여 도대체 어떤 동호회일까 유심히 관찰해 보았지요. 모두 중년의 주부들로 이뤄진 것 같았고, 에코그린바이크라는 자전거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 회원들인 듯했습니다.

 

 

잊고 있었는데, 오늘이 현충일이더군요. 10시 정각이 되니 묵념 싸이렌이 울리고, 제 앞을 달리던 그들도 묵념한다며 갑자기 전부 멈춰 서는 겁니다. (음 이들은 열혈 애국자?) 저를 앞지르기 하자마자 갑자기 멈춰 서니 전 놀랐을 뿐이고.. 어쨌든 제가 다시 앞서게 된 상황, 계속해서 20킬로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렸습니다.

 

또 그들이 나타나셨네요. 아줌마들 목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다시 저를 앞지르기 합니다. 헐~ 규정속도를, 그것도 단체로 가볍게 위반해 주시는 센스... 열혈 애국자이기도 하며, 자전거 캠페인을 벌이시는 알 만한 분들이 단체로 속도를 어기시다니... 참 어이 없는 일이죠?

 

 

중랑천 합수부를 지나 영동대교 쪽으로 가는 길에 발견한 쉼터, 몸이 제법 지쳐 있네요. 쉬었다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몸에서 격하게 요구하는 탄수화물 부족분은 '연양갱'으로 해결했구요. 수분도 보충해 주었습니다. 연양갱은 평소엔 좋은지 몰랐는데, 이럴 땐 초코바 류보다 오히려 찰지기도 하고 좋군요. 흠

 

 

오전10시가 지난 시각이지만 그래도 아직 오전인데 매우 더웠습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앞에 펼쳐진 한강도, 하늘도, 길도, 사람도 모두 모두 지쳐 보입니다. 휴식을 더 취하며 멘탈 복원에 힘을 쏟아야 할 듯합니다.

 

 

자전거 도로 변에 둥지를 틀고 자라는 이름 모를 꽃, 그나마 자동차 도로 변에서 자라는 녀석들보단 행복한 편이지요. 자전거는 인류 최고의 친환경 발명품 아니겠어요? 사람이나 여타 생물이나 자라는 환경의 중요성을 이 조그만 식물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네요.

 

자, 이제 충분한 휴식을 취했으니 다시 갈 길을 가야 하겠지요. 오늘 스스로 부여한 미션은 '청담대교를 지나 더 가보자' 입니다. 청담대교를 찍고 항상 돌아오기만 했기에 그 이상 가 보는 것이 목표가 되어 버렸습니다.

 

페달을 힘차게 밟습니다. 일단 청담대교를 지났으니 미션은 달성한 겁니다. 아 물론 무사 복귀가 전제이긴 하지만요.

 

 

그런데 자양동에서 잠실대교 쪽으로 진행해 나가다 보니 일부 자전거 도로 구간 전체가 공사중이네요. 우회 도로가 안내되어 있어 그 쪽으로 진행합니다. 하지만 우회 도로는 많이 좁기도 했거니와 자동차 도로가 붙어 있어 위험해 보였어요. 공사구간이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경사가 꽤 심한 언덕길이 나오길래 방향을 틀었습니다. 결국 이 곳이 반환점이 되었네요.

 

 

공사 구간 입구에 서 있는 나무인데, 그 크기가 매우 커 넓은 면적의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수령이 꽤 될 듯하네요.

 

 

반환점을 찍고 돌아가는 길 초입입니다. 좌측으로 펼쳐진 녹지대가 매우 풍성해 보이네요.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이런 환경 부럽습니다.

 

역시 예상대로 돌아가는 길의 페달질은 힘에 겨웠습니다. 원래의 계획은 반환점에서 한 번의 휴식만을 취하고 집으로 바로 복귀하는 것이었습니다만, 기온과 컨디션 난조 덕분에 휴식 횟수가 늘어났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멘탈은 털리는....

 

 

한강철교 밑에서 한 차례 쉬어 갑니다.
이런 사진 한 번 쯤 꼭 찍어 보고 싶었어요.ㅎㅎ
영화 '괴물'이 사람 여럿 망쳤죠?.

 

 

현충일의 한강라이딩, 많이 힘들었습니다. 멘붕을 막기 위해 나름 이 악물며 복귀했네요. 마눌님이 동행해 주셨더라면 조금은 덜 힘들었을텐데 말이죠. 어쨌든 미션은 완수했습니다. 이제껏 가장 많은 거리를 다녀 왔구요. 평속은 적당했으며 칼로리 또한 많이 소모되었습니다. 다음 번엔 꼭 마눌님과 동행하겠습니다. 이 것이 다음 미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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